“사장님 ‘롤 챔스’ 좀 틀어 주시면 안 되나요?”
매주 ‘롤챔스’, ‘롤마스터즈’부터 ‘KDL’, ‘서든어택 리그’’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는 e스포츠. TV와 포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모여 보기는 쉽지 않다. 야구와 축구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스포츠펍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곳의 모니터는 인기 종목들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e스포츠 채널로 변경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e스포츠가 중심이 되는 독특한 콘셉트의 펍이 등장했다. 송파구 신천에 위치한 ‘리그앤토너먼트’는 게임을 내세운 일명 ‘e스포츠 펍’이다.
대형 TV 4대와 곳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모니터는 e스포츠 관람을 위해 마련됐으며, PC와 콘솔도 준비해 손님들이 직접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비주류 스포츠’로 다뤄지던 e스포츠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리그앤토너먼트’의 김훈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김훈래 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낯이 익다 생각할 때쯤 그가 내민 명함은 ‘리그앤토너먼트’가 아닌 IT 회사 JK크리에이티브가 찍혀 있었다. 지난 2월 ‘한국 대학 게임 리그’(KCLG)를 주관한 곳이었다.
평소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리그오브레전드> 열풍에 주목했다. 10년 전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즐겨 봤던 김 대표였지만, 보다 업그레이드된 인프라를 통해 성장한 e스포츠는 어엿한 문화 콘텐츠로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e스포츠를
보며 그는 아마추어 또는 일반인들이 게임 리그를 즐길 방안을 모색했다. 김 대표는 먼저 자신이 운영하는 IT회사를 통해 원활한 토너먼트 진행을 위한 온라인 대진표 프로그램 ‘리그앤토너먼트’를 개발했다. 따로 진행자가 없더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상대와 일정만
알면 어디서든 대회 치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에는 우연한 기회로 ‘대학 e스포츠 동아리 연합회’ 에카를 알게 됐다. 그 인연이 이어져 직접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바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한국 대학 게임리그’(KCLG)였다. 생전 처음 진행해 보는 이벤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장소였다. 대회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마땅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e스포츠 대회를 위한 공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단순히 공간뿐만
아니라, PC나 인터넷은 물론 방송 장비도 필요했으니까요. KCLG는
다행히 위메이크프라이스의 도움을 받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이 게임 대회를 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e스포츠 펍 콘셉트의 ‘리그앤토너먼트’는 그렇게 시작됐어요.”
맨 오른쪽이 김훈래 대표.
KCLG에 사용됐던 대부분의 장비는 현재 리그앤토너먼트에 자리하고 있다.
KCLG 이후에도 김 대표는 리그앤토너먼트를 통해 <철권>과 <스트리트파이트> 아마추어 대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개최된 <철권> 대회에는 세계 챔피언 김현진 선수가 참여해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는 펍을 알리는 홍보의 목적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직접 개최하는 대회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즘은 술 한잔 하면 당구장 대신 PC방을 가곤 하잖아요. PC방에서 나오면 또 이동해서 한 잔하고.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이 은퇴하면 게임 할 수 있는 치킨집 차린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곤 했는데, 제가 선수 친거죠.(웃음)”
리그앤토너먼트에는 상시로 e스포츠
방송이 나오는 대형 모니터도 있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PC와
콘솔 기기도 준비되어 있다. PC는 총 10대가 갖춰져 있어 <리그오브레전드> 5:5 대전도 가능하다. <철권>이나 <스트리트파이터>와 같은 대전 격투게임을 위해 조이스틱도 준비했다. 또한, 방송 시스템도 갖추어 펍 안에서 진행되는 경기를 대형 모니터를 통해 함께 볼 수도 있다.
지난 9일 국제e스포츠연맹은 국제 생활체육 주관기구인 ‘세계생활체육연맹 e스포츠 주관 국제 멤버로 정식 승인됐다. e스포츠가 정식 체육종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만큼 e스포츠에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게임을 위한 펍’이라는 콘셉트가 비 게이머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실제로 리그앤토너먼트가 위치한 신천은 종합운동장과 가까워 야구 또는
농구팬들에게 사랑받는 먹자골목으로 유명만큼 비 게이머 손님들도 많은 편이라고. 김 대표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아우르기 위해 수많은 모니터 중 몇 대는 축구와 야구에게 양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e스포츠가 다른 종목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똑같은 스포츠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야구나 축구를 틀어도 소리만큼은 e스포츠로 고정시켜 놓는데, 사실 아직은 이것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해야죠.”
PC는 방문하는 손님이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으며, 앞에는 음식을 놓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