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회사지만,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개발사입니다. 2010 게임 사업을 시작해 수십개의 게임을 선보인 크루즈는 <라그나 브레이크> <아발론의 기사> <헌터헌터> 등 굵직한 타이틀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표작은 출시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월 매출 1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이며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크루즈는 2012년 12월 한국에도 지사를 설립해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적합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퍼블리싱 사업만 진행하는 세계 다른 지사와 달리 ‘개발’을 고집했던 크루즈 코리아였는데요. 그러나 지난 5월 16일 본사에서 개발한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퍼블리싱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크루즈 코리아는 어떤 곳인지 또 왜 개발에서 퍼블리싱까지 사업을 확장해야 했는지 오재호 지사장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크루즈 코리아, 개발·서비스 동시에 진행하는 글로벌 회사
국내에는 ‘크루즈’라는 이름이 낯설어요. 먼저 간단하게 회사를 소개해주세요.
오재호: 크루즈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IT 회사에요. 인터넷 쇼핑, 인터넷 솔루션을 비롯해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콘텐츠 사업까지 두루 갖추고 있죠. ‘크루즈 블로그’의 경우 그 회원수만 1,000만 명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죠. 하지만 최근 핵심으로 내세우는 분야가 모바일게임 개발 서비스입니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월 매출 10억 원 이상 기록한 대표작으로는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라그나 브레이크> <아발론의 기사> 등과 함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헌터헌터>와 <나루토>가 있어요. 그 중 <아발론의 기사>나 <라그나 브레이크>는 출시된 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죠.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폴 등 총 6개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카카오’나 ‘밴드’ 등 SNS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크루즈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있나요?
오재호: 크루즈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2010년도인데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주로 ‘모바게’나 ‘그리’를 통해 출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 외부로 유저를 가져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또 블로그 유저들을 게임으로 유입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오히려 블로그는 쇼핑 사업에 영향을 미쳤어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각 분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게임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고요.
오재호: 일본에서는
확고한 입지가 있는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러게요.(웃음) 한국 지사가 설립된 지 1년 반 정도 됐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이제서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 지사는 여느 지역과 다른 전략으로 시작했어요. 다른 지사는 기본적으로 퍼블리싱 사업만 펼치고 있지만, 한국 지사는 ‘개발’을 목표로 설립됐거든요.
인력 등의 인프라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새롭게 세팅하다 보니 아깝게 흘러간 시간이 길었어요. 개발 인력을 구성하고, 또 다른 사업까지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크루즈코리아의 첫 게임인 <업고업고 for Kakao>는 사실 테스트에 가까운 게임이었죠.
그 이후 본격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인력을 정비하며 게임 개발을 시작했는데요. 수차례 프로젝트가 뒤집히면서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싱
사업만 하는 다른
지사와 달리, 한국 지사는
개발까지 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본적으로 크루즈의 지사에는 본사 임원들이 직접 파견되어 있는데요. 그중 외국인은 저밖에 없죠. 개발자 출신도 저밖에 없고요. 지사장인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직접 게임을 만들겠다고 요청했고, 본사에서 받아들여 한국 지사는 자체 개발만 서비스하는 곳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씩 개발이 지연되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보니 내부에서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엎어진 프로젝트면 10개가 넘거든요. (웃음) 또 경영자 입장에서 지출 대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걱정됐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최근 본사와 협의를 통해 한국 지사 역시 퍼블리싱 사업을 함께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지난 4월 일본 애플 앱스토어 인기 무료 게임 1위에 올랐던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입니다.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 새로운 퍼즐 RPG의 재미를 제공하겠다"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 역시 ‘크루즈’만큼 국내 유저에게는 낯선 게임이네요. 어떤 게임인가요?
퍼즐로 전투를 펼치는 RPG입니다. 다양한 퀘스트를 깨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는 콘셉트로, 퍼즐을 통해 몬스터를 무찌르고 모으는 방식이죠. 일본에서 <퍼즐앤드래곤>의 성공 이후 퍼즐 게임 열풍이 불면서 퍼즐과 전투가 접목된 게임이 쏟아졌는데요.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는 차별된 게임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죠.
예를 들어 맵 이동을 둥근 행성을 돌려 가며 이동하는 인터페이스라든지, 근거리 유저와 함께 스마트폰을 흔들어 몬스터를 뽑을 수 있는 ‘몬스터 쉐이크’와 같은 시스템이 대표적이죠. 또 두 개의 몬스터를 합성하면 전혀 다른 몬스터를 획득할 수 있어서 더욱 다양한 몬스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어요.
솔직히
외형만 보면 기존
게임과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없어요.
일본 시장에서는 ‘퍼즐RPG’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보니 거기서 오는 한계는 분명이 있어요. 연출 등 외형만 보면 여느 게임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직접 플레이해 보시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대세에 맞춰 장르를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시스템 설계 등의 노하우는 기존에 크루즈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라그나브레이크>나 <아발론의 기사>에서 얻었거든요. 강화 시스템이라든지 육성 요소는 오히려 카드 배틀에 가깝다는 느낌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에서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아발론의
기사>나 <라그나브레이크>와 같은
게임이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굳이 논란의
위험을 무릅쓰고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한국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부터 카드 배틀 게임은 한국 게임 유저들이 선호할 장르가 아니라고 확신했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한국에서 카드 배틀 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게임들도 오히려 캐주얼 게임보다 인기가 오래가지 못했죠.
일본에서 카드 배틀 게임이 출시된 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일본 특유의 수집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에요. 꼭 해당 카드로 무언가 하지 않아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배틀’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액션이 가미된 RPG에 비해 쉽게 질릴 수밖에 없죠.
<헌터헌터>나 <나루토>와 같이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게임은 일본산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미뤘어요. 한국 지사에서 개발을 고집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시장에 맞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싶다는 욕심이었거든요. 아직 크루즈라는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일본회사’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면 향후 한국 지사에서 개발한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크루즈코리아의 게임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우선은 본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먼저 선보일 것 같아요. <몬스터 에그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액션 격투 게임 <쿵푸 파이터>와 레이싱 게임 <ACR 드리프트>가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 개발사의 게임도 열심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협의 중인 게임은 하반기 접어들기 전에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크루즈 코리아에서 개발하는 게임은 올해 하반기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에요. 크루즈 코리아 규모가 현재 약 40명 정도 되는데, 그중 개발 팀만 30명이 넘을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어떤 게임이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업고업고 for Kakao>와 같은 캐주얼 게임보다는 미드코어 중심의 RPG가 아닐까 싶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