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오후 2시 25분.
디스이즈게임으로 낯선 청년이 불쑥 들어왔다. 두리번거리더니, 편집국을 향해 간다.
'뭐지?'
등 뒤에는 긴 배너를 가방처럼 메고 있다.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준다.
'무슨 판촉행사를 하는 건가?'
씩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친구가 좋다. 물론 잡상인(?)이 이렇게 쑤욱 들어오는 우리 회사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무슨 판촉활동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가는 길이었던 그를 잠깐 불러세웠다. 아, 그런데, 게임회사다.
등 뒤 배너엔 '개발 총책임자 온몸으로 100만 다운로드 도전 중!'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빽도 없고 자본도 없는 맨발의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측은지심과 동류의식을 자극했다. 아이봉크리에이티브의 정봉재 대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게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어떤 사연일까? /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공공의 적: 2014>는 어떤 게임인가?
정봉재: 오늘(26일) 론칭한 1인칭 액션게임이다. 3개월 동안 만들었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해지는 분노 에너지를 게임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개발했다.
'구타유발자들'을 구타하는 쾌감이 핵심인 것 같은데.
정봉재: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었다. 현재 구타유발자는 놀자판 국회의원, 슈퍼갑 재벌, 서민 사기범, 무능 공무원, 옆나라 총리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보편적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외에도 많겠지만, 앞으로 차차 업데이트시켜나가겠다.
아이봉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4년 3월 6일 오전 9시에 시작한 회사다. 2명으로 구성된 마이크로 스타트업이고, 내가 대표와 기획을 맡고 있고, 슈퍼 울트라 프로그래머 배경윤 CTO가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외부에서 디자인을 도와주는 조장 브라더스와 안천사 후원을 받고 있다.
회사 이름이 특이하다.
흔히들 나를 '봉'이라고 부른다. 저의 크리에이티브로 무언가를 만드는 회사라고나 할까.
그 크리에이티브는 앞으로 어떻게 갈 예정인가?
메이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민감한 소재의 콘텐츠나 니치 타깃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작게는 대한민국, 크게는 인류의 문제를 공유하고 풀어내는 게임을 만들 작정이다.
그나저나 디스이즈게임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26일 아침 정식 출시 업데이트를 끝내고 디스이즈게임을 보니까, 가까운 곳에 있더라. 그냥 불쑥 와보고 싶었다.
왜 이런 마케팅 방법을 택했나?
사실은 절망감 때문이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하나의 게임 콘텐츠를 개발했을 때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카카오 같은 플랫폼 또는 메이저 퍼블리셔를 통해서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게 아니면, 그러한 기회를 갖기 희박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할 처지도 되지 못해서 결국 육탄전, 스스로 총알이 되기로 했다.
이런 방식으로 계속 돌아다닐 것인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지속적으로 돌아다닐 예정이다. 물론 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다 바람 쐬러 나간다는 생각으로 돌아다니겠다. 처음으로 디스이즈게임을 방문했고, 그 다음은 NDC 현장을 찾아갔다. 앞으로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광화문 광장, 첫번째 공공의 적 캐릭터가 살고 있는 국회의사당 등을 방문할 생각이다.
반응은 어떤가?
사실 나도 이런 사람을 보면 '뭐야?'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뭐야?' 사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인데, 더 부끄러운 것은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단 1분이라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접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일단 성공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이런 기사를 쓰고 있으니. 언제까지 갈 것인가?
100만 다운로드가 될 때까지 이럴 작정이다.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인지'의 척도는 100만인 것 같다. 영화도 100만은 넘어야 대중들 사이에서 "아~, 그 영화"라고 하는 것처럼.
디스이즈게임도 100만 다운로드가 될 때까지 응원하겠다. 구타유발자들은 우리도 싫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말에 동의한다.
"날씨는 더워지고 세상은 점점 화날 일이 많아집니다. 분노 감추지 말고 폭발시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