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한 달 앞둔 5월, 컴투스에서는 새로운 축구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받고 있는 카드배틀 게임이었습니다. 액션 RPG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축구와 카드 배틀의 만남은 신선했습니다. 여기에 ‘미소녀’와 ‘미소년’까지 얹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았죠.
컴투스의 신작 <사커스피리츠>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적어도 ‘뻔한’ 카드 배틀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리얼타임 턴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카드별 능력치에 따라서 알아서 승패가 결정되는 방식이 아닌, 플레이어가 어떻게 선수 카드를 운용하며 승부를 보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히 ‘축구 스킨’을 입혀 놓은 게 아닌 진짜 축구 경기와 같은 시스템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유저 피드백이었습니다. 카드게임에서 피할 수 없는 ‘뽑기’ 확률 논란에 개발 PD는 자신의 ‘망한 뽑기’ 경험을 공개하며 이틀 만에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출시 2주 만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했습니다.
이들이 ‘축구’와 ‘미소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또 ‘망한 뽑기’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은 무엇일까요? <사커스피리츠>를 개발한 빅볼의 김형석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빅볼 김형석 PD
미소녀 카드 배틀에 미소년이 등장한 이유는? "축구는 역시 남캐죠"
카드배틀 게임이 다소 하락세인 요즘 시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내부적으로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김형석 PD: 맨 처음 설정한 목표는 못 미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만족스러운 성적이에요. 사실 <사커스피리츠> 기획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카드배틀 게임이 호황기였거든요. 내기만 하면 ‘대박’ 난다는 그럴 때라서 목표치가 높았죠.(웃음)
참고로 기획을 시작하던 때가 <확산성 밀리언아서> 국내 론칭 전이니까 완성 짓는 데까지 기획 포함해서 총 1년 6개월이 걸렸네요. 현재는 카드배틀 게임 자체도 시들한 데다 모바일게임 시장도 양극화가 심한 상황이다 보니 염려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앞으로 더 보여 줄 콘텐츠도 많고요.
미소녀가
등장하는 카드배틀과
축구의 만남. 안 어울릴
거로 생각했는데, 맨 처음
시작은 어디였나요?
김형석 PD: 저희 ‘빅볼’은 스포츠 게임 전문 개발사를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작은 ‘축구 RPG’이긴 하지만, 사실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기획 초기 당시 카드 배틀 게임이 흥행하고 있었고, 카드 게임이 어떤 스포츠와 잘 어울릴까 고민한 끝에 결정된 종목이 축구니까요.
물론 국내에서 인기 많은 야구나 농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는 ‘열혈’, ‘우정’ 이런 코드들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열정이 강한 스포츠잖아요. 미소녀가 등장하지만, 그런 스포츠 특유의 열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또 포지션에 따라 각 캐릭터의 성격도 잘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 축구 게임이 인기가 있으면서도, 많지 않다는 희소성도 고려했고요. (웃음)
미소녀도
등장하지만, 남자
캐릭터가 많아 놀라는
사람도 많아요. 심지어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법한
미소년들이잖아요.
김형석 PD: 축구 게임에 남자는 필수 아닌가요? 그 뜨거운 감정을 잘 표현할 수도 있고요. 여자 캐릭터의 매력도 남자들 사이에 있을 때 더 빛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웃음) 처음부터 ‘혼성 축구’를 기획했기 때문에 왜 남자 캐릭터가 나오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밖에 답을 못 드리겠네요.
사실 <사커스피리츠>는 ‘미소녀 카드배틀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참 무색하게 카드들이 얌전한 편이에요. 물론 수위가 높은 카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카드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남자 카드 덕분인지 여성 유저가 많은 편이죠, 여자와 남자 비율이 5.5:4.5 정도니 기존 카드 배틀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오히려 남자 캐릭터 카드들의 수위를 높여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여름도 다가오고 하니까. (웃음)
"강화·합성 모든 과정까지 재미있는 매니지먼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축구 스킨을 입은 게 아니라, 축구 본연의 전술이나 전략을 살렸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김형석 PD: 기획자인 제가 <매직더개더링>을 시작으로 최근 나온 웬만한 카드 게임은 다 해봤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장르를 좋아해요. 또 ‘헤비 과금러’이기도 하고요. 많은 게임을 해보면서 해당 게임만의 차별점이 없으면 이제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의 전투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한 10번은 엎었을 거에요. (웃음) 처음에는 포지션에 따른 스킬이 발동되는 방식의 일반적인 매니지먼트도 시도해 봤고요, 심지어 퍼즐도 생각했었어요. 퍼즐게임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것도 문제였지만, 퍼즐과 축구를 조합해 보니 축구를 하는 맛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게 만들고 엎기를 반복한 끝에 나온 게 지금의 시스템입니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 3가지 포지션으로 선수를 배치한다든지, 또 카드마다 다른 스킬을 통해 공격하고 방어하는 거죠. 특히 스킬자체가 오버 밸런싱되어 있어서, 플레이어가 어느 타이밍에 어떤 스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죠. 단순히 카드의 숫자 싸움이 아니라, 좀 더 고민하도록 유도한 거에요.
진행
방식이 최근 출시된
카드 배틀 혹은
매니지먼트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에요. 최신 유행을 따라간다기보다는 과거 패미콤
시절 게임을 보는 기분도
들고요.
김형석 PD: 맞아요. 최근 매니지먼트 게임들도 많이 참고 했지만, 과거 패미컴 시절 출시된 <캡틴 츠바사>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캐릭터마다 스킬이 있고 해당 스킬을 플레이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승패가 갈리는 방식이며, 매니지먼트에 RPG의 육성 요소를 가미한다든지 말이죠.
하지만 <캡틴 츠바사>의 경우 디바이스의 한계로 인해 캐릭터 하나의 움직임만 보여 주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더 속도감이 있지만 경기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연출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매니지먼트 과정에서의 재미에요. 단순히 카드를 뽑고, 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예를 들어 특정한 카드를 매니저로 세팅하면 카드 판매를 하는 금액이 높아진다든지, 경험치를 더 얻을 수 있다든지 말이죠.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플레이어 개개인이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가는 재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축구를
내세운 만큼 축구
팬들도 있죠? 어쨌든 매니지먼트 게임과는
다른 시스템에 불만도 많을
것 같아요. 특히 단 1골로
승부가 결정되는 부분에 아쉬워하는
의견이 많던데.
김형석 PD: 일단 게임 캐릭터가 실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진성 축구팬’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카드배틀 게임 유저도 많고, 오히려 카드게임도 스포츠게임도 처음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마니악한 게임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분들을 타깃으로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단판으로 결정되는 데스매치 시스템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처음에 저희도 풀 타임 경기를 만들어 봤는데, 정말 ‘너~무’ 지루했거든요. 아슬아슬하게 역전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대부분 불필요하게 늘어지고요. 쉬운 던전에 입장하면 10:0으로 이기는 데도 경기가 끝나지 않으니 솔직히 저희도 재미없었어요.
PvE 모드는 앞으로도 바뀔 일은 없지만, PvP 모드에서는 풀타임 경기도 고려하고 있어요. 적어도 레벨이 비등한 유저끼리 붙다 보면 일방적인 경기로 늘어질 일은 없을 테니까요. 2:1 수준으로 나올 수 있는 콘텐츠면 적당하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죠.
5성 확률은 5%! "뽑기 확률 다 공개하겠다"
카드게임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
‘뽑기’의
확률 논란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30일 직접 개발자
노트를 통해서 해당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보완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김형석 PD: 저도 <사커스피리츠>를 일반 유저처럼 플레이하고 있거든요. 론칭 2일째 33연속 뽑기를 시도했는데, 쓸만한 선수라고는 3성과 4성 한두 개가 전부였어요. 당황해서 33연 뽑기를 두 번이나 다시 했지만 5성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죠. 분명 기획된 확률이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버그라고 판단했어요.
당장 대표님부터, 서버 엔지니어, 기획자 모두에게 서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더니, 이들 중 2명이 11연속 뽑기에서 5성이 두 장이 나온 거에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이런 시스템은 게이머로서 저도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그 날 바로 레어 선수 뽑기를 할 때마다 5성 선수를 획득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마일리지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제가 화가 나서요. (웃음)
하지만 마일리지 시스템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어쨌든 과금한 만큼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유저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기획된 확률을 제대로 실현해 줄 수 있는 로직을 새롭게 만들었어요.
카드가
나올 확률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의심을 하고 있어요. 혹시
임의대로 손대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어느 정도인지
속 시원하게 공개할 수
있나요?
김형석 PD: 그렇지 않아도 그런 오해들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할 예정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성 선수 카드가 나올 확률이 5%, 4성이 나올 확률이 22%에요. 단순하게 확률만 공개한다면 많은 유저들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웃음) 이에 대해서는 업데이트 진행 후 개발자 노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상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 외에도 뽑기에서 유저들의 박탈감을 없애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는데요. 3성 카드를 뽑게 된다면 스카우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GP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일종의 마일리지 시스템처럼 적어도 과금을 한 유저들이 화가 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게임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김형석 PD: 보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위해 직업 보너스를 도입합니다. 즉, 스트라이커·어태커·어시스터 등 각 포지션에 맞는 특수 능력치 보너스가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어태커 같은 경우 드리블이 전문인데요. 앞에서 피해를 많이 입다 보니 나중에 공격에 취약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이때 공을 들고 있을 때 피해를 감소해 주는 능력을 더해 준다면 크고 작은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죠.
그 외에도 시즌 일정이 매주 일요일 자정에 시작되는 걸로 통일될 예정이에요. 업적부터 이벤트, 보스, 콜로세움까지 모두 일요일에 새로운 콘텐츠로 갱신되죠. 인터페이스라든지 유저 편의를 위한 크고 작은 개선들이 있을 것 같네요.
컴투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해외진출도 함께 진행될
것 같은데요. iOS 버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김형석 PD: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내부에서는 글로벌 팀을 별도로 꾸릴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iOS 버전은 현재 개발 마무리 단계입니다. 이와 함께 저사양 스마트폰을 지원하기 위한 최적화도 함께 진행 중이에요.
출시만 바라보고 고퀄리티를 고집하다 보니 갤럭시S2에서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국내 유저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저사양에 맞춘 최적화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진행했죠.
월드컵 전으로 iOS 버전의 출시와 최적화가 함께하는 업데이트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때에는 20여 종의 새로운 선수 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