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0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참전하는 대규모 1인칭 슈팅(FPS) 게임 <플래닛사이드2>가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실시한다. 지난 11월 지스타 2013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약 7개월 정도의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셈이다.
다만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녹록하지는 않았다.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개발사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SOE)와 의사소통을 해야 했고, 1차 비공개 테스트(CBT)를 종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PC방 테스트를 하는 등 촉박한 일정도 소화해야 했다.
다만 힘들었던 준비 과정을 거친 결과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퍼블리싱 초기만 해도 “이 게임이 잘 될까?”라는 의문이 가득했는데, 1차 CBT와 PC방 테스트 반응이 기대보다 괜찮게 나왔다. 덕분에 다음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플래닛사이드2> OBT 계획과 상용화 이후의 계획을 준비할 수 있었고,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다음이 <플래닛사이드2>의 해결 과제와 OBT 이후의 계획은 무엇일까? <플래닛사이드 2>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정순 PM과 김승식 운영총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소규모 보병 전투 대신 대규모 전쟁을 선택한 FPS
아직 <플래닛사이드2>를 생소하게 여기는 게이머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플래닛사이드2>는 특이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영토 전쟁에 참여하는 FPS다. 총 2,000명이 참여한다는 소개 문구가 거짓이 아닐뿐더러, 나아가 2,000명보다 조금 더 많은 인원이 한 전장에 참여 가능할 수 있을 정도다.
2,000명의 유저들은 각자 신흥 연합국, 테란 공화국, 바누 자치국 3개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참전할 수 있다. 참전한 유저들은 대륙 곳곳에 설치된 리스폰 거점을 점령하고 수비하는 활동을 주로 하게 된다.
싸우는 동안에는 여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일반 보병으로 싸울 수도 있고, 자원을 소모해 전선을 돌파하기 좋은 탱크, 제공권 장악 및 고공침투를 하는 데에 필요한 비행기를 타고 싸울 수도 있다. 큰 규모의 리스폰 거점을 수비할 때는 방어용 포탑에 탑승해 싸울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규모가 제법 큰 전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국경 지대에서는 보병 전투, 기갑 전투, 공중 전투가 동시에 일어나고 사방에 포탄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백 명 이상의 인원이 격전을 벌이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12~32인 전투를 지원하는 FPS에서는 보기 힘든 전투 양상을 구현한 FPS라고 보면 된다.
2,000명 이상의 인원이 보병, 기갑 부대, 비행기 편대로서 싸우는 FPS.
다수의 플레이어가 어떻게 단결하냐에 따라 특이한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가령 동시 접속자 수가 적은 새벽 시간대를 노려 다수의 플레이어가 진군할 경우, 동시 접속자수가 많은 시간대에 비해 국경이 역동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플레이어들이 끈끈하게 단결하고 있다면, 신흥 연합국과 테란 공화국의 유저들이 손을 잡고 바누 자치국을 협공하는 식의 외교전도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신흥 연합국이 동맹인 테란 공화국의 뒤통수를 때리는 식의 배신극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3개 진영이 동맹과 배신을 반복하며 영토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2팀 단위로 싸우는 FPS와 차별된다.
참고로 어느 한 진영이 두드러지게 활약해 다른 나라 진영의 플레이어가 재미를 못 보는 상황은 극히 일어나기 어렵다.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한 진영일수록 지켜야 할 땅이 늘어나고, 그만큼 병력이 분산돼 수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진영이 큰 위기에 빠져 전쟁에서 탈락할 우려도 없다. 각 진영의 본진은 점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 진영이 멸망해서 특정 플레이어들이 실업자(?)로 전락할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한 진영이 모든 거점을 장기간 점령하기 어렵다. 사실상 전쟁이 24시간 지속된다고 보면 된다.
차별점은 확실하지만 낯선 게임성, "초보자 가이드로 해결하겠다"
다음은 위와 같은 <플래닛사이드 2>의 차별점을 주목하고 퍼블리싱에 나섰다.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게임인 만큼 유저들이 쉽게 질려서 이탈할 우려가 적고, 잘만 하면 소규모 보병 전투에만 집중하는 한국 FPS 시장에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는 계산 하에 이뤄진 판단이었다.
문제는 다른 FPS와 차별되는 타이틀인 만큼 유저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게임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다음 내부에서도 <플래닛사이드 2> 퍼블리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승식 운영 총괄도 그중 하나였다.
“저는 아예 반대하는 쪽이었죠. (웃음) 게임에 익숙해지면 확실히 차별화된 재미를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재미를 얻을 만큼 게임에 익숙해지기는 어렵다 생각했거든요.
왼쪽부터 이정순 PM, 김승식 운영총괄.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낯설게 여기지 않을까’라는 불안은 김승식 운영총괄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1차 CBT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OBT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이정순 PM이 밝혔다.
“생각보다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어요. SOE한테 물어보니, 한국에서 1차 CBT를 시행한 이후 스팀을 통해 북미 버전 <플래닛사이드2>에 참여하는 한국 플레이어 수가 3배로 늘었다고 했어요. 덕분에 힘을 얻어 OBT를 빨리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1차 CBT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해서 <플래닛사이드2>의 ‘낯설고 어려운’ 특성이 해결됐다고는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OBT에는 가급적 더 많은 플레이어가 <플래닛사이드2>의 진입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도와주자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초보자는 조교나 엘리트 유저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도는 ‘조교 투입’이다. 김승식 운영 총괄은 사람들이 주로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에 조교 역할을 할 정직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총 30명의 조교를 뽑아 초보자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닉네임을 ‘조교1’ ‘조교2’ ‘조교3’ 이런 식으로 배정해줬고요. 직관적이죠? (웃음) 게임에 대해 모르는 점이 있다면 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보이스 채팅을 통해 친절하게 알려줄 거에요”
조교가 접속하기 어려운 시간대에도 도우미를 배치할 예정이다. 김승식 운영 총괄은 1차 CBT 상위 랭커와 PC방 테스트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을 선발해 유저들을 도울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초보자들을 잘 도울 플레이어 100명을 ‘엘리트 유저’로 선발했습니다. 이 플레이어들도 초보자를 돕는 역할을 할 거에요. 이미 게시판에 공략 및 팁을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요. 엘리트 유저들이 자신의 역할을 명예롭게 여겨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한 보상은 해줄 생각이고요.”
"조교나 엘리트 유저를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로 여겨줬으면 좋겠다"
참고로 조교와 엘리트 유저는 플레이어의 궁금증에 답해주는 역할로만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또한 게임을 즐기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처럼 적극적으로 전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정순 PM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조교와 엘리트 유저를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행동을 참조해 게임에 적응해나가길 희망했다.
“게임에 처음 접속한 플레이어들이 조교와 엘리트 유저를 ‘같이 게임을 즐기는 친구’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언제든 인서트(Insert) 키를 눌러서 보이스 채팅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가까운 존재로 바라봤으면 하고요. 조교와 엘리트 유저가 있다고 해서 게임 밸런스에 영향이 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요. 워낙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라, 조교나 엘리트 유저 몇 명으로 전황이 바뀌긴 어렵거든요.”
김승식 운영총괄은 초보자들이 <플래닛사이드 2>의 유저 인터페이스(UI)도 충분히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인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UI만 살펴봐도 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많은 사람이 싸우고 있는 거점은 펑펑 터지는 이펙트만 보고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월드맵을 호출한 뒤 특정 거점에 커서를 올리면 전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몇 명이 교전 중이라고 표시되거든요.”
서비스 안정화 이후에는 시즌제 전투, 유저들이 만든 콘텐츠 내세울 계획
이정순 PM은 OBT 때 초보자들의 적응을 집중적으로 도운 뒤, 정식 서비스를 이른 시일 내로 실시하겠다는 일정도 밝혔다. 정식 서비스를 실시한 이후에는 기본적인 영토 전쟁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가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콘텐츠는 시즌제 영토 전쟁이다. ‘영원한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이 끝없이 치열하게 이어지는 전쟁’을 묘사한 기본 영토 전쟁과 달리, 시즌제 영토 전쟁은 유저들의 전투 의지를 자극할 수 있도록 3개 진영 중 승자가 누구인지 가릴 수 있도록 진행될 예정이다. 시즌제 영토 전쟁에 대해서는 김승식 운영 총괄이 자세히 설명했다.
“시즌제 영토 전쟁은 일종의 미니 리그라 보면 됩니다. 방식은 기본 영토 전쟁과 똑같은데, 많은 점수를 기록한 진영을 승리자로 쳐준다는 차이점이 있죠. 한 시즌당 짧게는 3주, 길게는 6주 정도 진행될 것입니다. 상용화 이후 플레이어 수가 충분히 모였다 싶으면 추진할 생각입니다.”
서비스 안정화 이후에는 3~6주 간의 시즌제 영토 전쟁을 실시해 승리 진영을 가릴 예정.
한편으로는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룰을 만들어 즐기는 놀이도 주목하고 있다. 김승식 운영 총괄은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좋은 놀이를 정규 콘텐츠로 만들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1차 CBT 때 플레이어들이 상상 이상으로 기발한 놀이를 즐기고 있어 놀랐습니다. 탈것을 이용한 레이싱 대결은 기본이었고요. 탱크를 뒤집는 놀이나 탈것으로 탑을 쌓는 놀이 등 상상 이상의 놀이도 즐겼어요. 중갑 병과를 선택해 서로 주먹질을 하며 대결하는 ‘복싱’ 놀이도 있었고요. 서비스가 안정화된 이후에는 유저들이 만든 놀이도 콘텐츠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부 플레이어는 근접 공격을 주로 하는 중갑병과로 복싱 놀이를 했다고 한다.
한국 플레이어들의 입맛에 맞게 <플래닛사이드 2>에 변형을 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단 다음은 북미에 적용되는 밸런스 패치 중 한국 플레이어에게 맞지 않는 패치를 적용하지 않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정순 PM은 실질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밸런스 수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발사 SOE는 한국 플레이어의 실정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겠다고 밝혔어요. 유저들의 의견과 실질적인 데이터가 모이면 한국 플레이어를 위한 밸런스 수정, 아이템 업데이트도 가능하고요. 게임 분위기에 맞지 않는 아이템, 지나치게 밝은 치장 아이템을 추가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지만요.”
마지막으로 김승식 운영 총괄은 플레이어들이 <플래닛사이드 2> 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읽을거리’도 콘텐츠화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명 ‘종군기자’를 두겠다는 아이디어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플래닛사이드 2>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상황을 체험할 수는 없잖아요. 접속시간도 저마다 다 다르고, 서로 다른 전장에서 싸우게 되니까요. 그래서 영토 변화 상황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사진이나 글로 기록할 인원을 따로 배정하려 해요. 플레이어들이 직접 플레이할 때뿐만 아니라 <플래닛사이드 2>에서 벌어진 일을 읽으며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각 진영의 일화를 연대기처럼 정리해 콘텐츠로 삼고 싶다"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사실 보이고 싶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다음의 <플래닛사이드 2> 운영 계획은 두 과정으로 나뉜다. OBT 때 초보자 가이드를 우선시하고, 서비스 안정화 이후에는 시즌제 영토 전쟁,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낸 놀이, 한국 플레이어들의 입맛에 맞는 밸런스, <플래닛사이드 2>에서 일어난 일화를 정리한 읽을거리를 콘텐츠로 내세우는 것이다.
이 운영 계획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되도록 많은 초보자가 게임에 적응해 게임 참여 인원이 늘어나는 것’, 이는 이정순 PM과 김승식 운영 총괄이 제일 걱정하는 요건이자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요건이다. 두 사람은 “비록 <플래닛사이드 2>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유형의 게임이라곤 하나,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인원을 확보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도 해보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체험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둘째 요건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각자 좋아하는 상황을 찾아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한 소리로 보이지만, 나름 중요한 요건이다. 그래야 다른 게임보다 자유도가 높고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플래닛사이드 2>의 장점이 드러난다고 김승식 운영 총괄이 설명했다.
“유리한 상황에서 싸우고 싶다면 영토를 넓히는 소대에 참여해서 싸우면 되요. 하지만 밀리는 상황도 나름 재미있어요. 방어용 장비들을 깔아놓고 막고 있으면 킬이 쭉쭉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꼭 격전지만 돌아다녀야만 게임의 재미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후방에서 복싱 놀이를 하는 친구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전투기 소대를 만들어 에어쇼를 하고 싶다고도 하는 걸요. 이런저런 활동들을 체험해보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뭉치면 전투기로 '에어 쇼'를 하며 놀 수도 있다.
이정순 PM도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길 희망하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그래야 <플래닛사이드 2>의 서비스 목표가 이뤄진다고 보고 있어서다.
“양 진영으로 나눠 치열하게 보병끼리 싸우는 FPS가 아닌, 이런 독특한 게임도 한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플레이어들이 보여주기만 하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다음 온라인 게임 라인업 중 가장 먼저 OBT를 실시한 <플래닛 사이드 2>를 응원해주시고, 미흡한 부분을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