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할배, “‘모두의 마블’과 다른 종류의 게임. 해보시면 알아요.”

드래곤플라이가 2014년 첫 번째 모바일게임으로 <꽃보다할배 for Kakao>(이하 꽃보다 할배)를 선보였다. 지난 1일 공개된 이 게임은 2013년 ‘할배 열풍’을 일으켰던 tvN예능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제작된 캐주얼 보드 게임이었다.

드래곤플라이는 <스페셜포스> <카르마> 등을 통해 대표적인 슈팅 게임 개발사로 꼽힌다. 지난해 모바일 시장에서도 <스페셜포스: 퍼스트미션>을 선보였던 드래곤플라이가 상반기 첫 카드로 캐주얼 게임을 내밀었다. 그나마 겉모습에서는 <모두의 마블>과 흡사해 출시 전부터 일명 ‘짝퉁’ 게임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아야 했다.

이들이 캐주얼 게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꽃보다할배>는 그저 그런 카피캣이었을까? 드래곤플라이 윤기찬 모바일서비스팀 팀장을 만나 <꽃보다할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래곤플라이 윤기찬 모바일서비스팀 팀장

TV 속 ‘할배’가 모바일로! 방송 콘텐츠에 집중한 게임 <꽃보다 할배>

평균 연령 77세. 걷는 것 조차 쉽지 않은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기 ‘꽃보다 할배’는 시리즈로 이어질 만큼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유럽에서 시작된 여행은 대만과 스페인까지 이어졌고, 늘 조연이었던 4명의 할아버지는 수많은 광고를 섭렵하며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모바일게임 속에 들어간 할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꽃보다 할배>는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등장했던 모습에 별명을 붙여 특징을 살렸다.

예를 들어 주위 사람 상관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던 이순재는 ‘직진순재’로,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동생들을 보살피던 ‘스마일구야’로, 한국에 두고 온 아내를 걱정하던 박근형은 ‘로맨틱근형’으로, 여행 내내 불평을 내뱉던 막내 백일섭은 ‘떼쟁이일섭’으로 등장한다. 또 게임의 맵과 보드 블록은 이들이 여행했던 여행지로 구성돼 있다.

스킨을 입힌 듯 외형만 따온 게 아니라 방송의 콘텐츠를 녹이기 위해 노력도 있었다. ‘직진순재’는 주사위를 던지면 더 높은 숫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든지, ‘떼젱이일섭’은 미니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은 방식이다. 

하지만 드래곤플라이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게임 속 캐릭터와 속의 실제 인물들의 일체감이다. 각 캐릭터는 이름뿐만 아니라 외형에서도 방송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포스터만 살펴봐도 방송에서 여행 틈틈이 아내에게 포토 메일을 보내 화제가 됐던 박근형 캐릭터는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고, 여행내내 배고프다며 투덜댔던 백일섭 캐릭터는 인상을 쓰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모바일서비스팀 윤기찬 팀장은 “게임 용어와 방송 용어는 완전히 달라 고민이 많았어요. 내부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캐릭터 선택 기준이 스탯 보다는 외형을 많이 따지더라고요.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느꼈던 경험을 그대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고 설명했다.

종종 등장하는 ‘짐꾼’은 누구나 생각하는 ‘그 배우’가 맞지만, 공식 캐릭터에서는 제외되어 얼굴을 가리고 등장한다. 

<모두의 마블>의 카피캣? “다른 종류의 보드게임이다”

드래곤플라이가 장르를 보드 게임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여행’이라는 방송의 콘셉트를 잘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이미 시장에는 매출 10위 권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모두의 마블 for Kakao>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꽃보다할배>에는 차별된 게임성이 필요했다.

“게임을 준비하며 찾아보니 보드 게임의 종류도 다양하더라고요. ‘주사위를 던져 말을 이동한다’는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같지만 각각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고,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죠. 저희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일명 ‘부루마불 류’라고 불리는 보드 게임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두의 마블>과 같이 말판을 반복해 돌며 부동산을 획득해 통행료를 받으며 돈을 벌고 상대를 파산시키는 <모노폴리> 방식과,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말판 위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겪으며 돈을 버는 <인생게임> 방식이다. 

드래곤플라이는 개발 초기만해도 차별화를 위해 후자를 택했다. 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를 활용해 새로운 이벤트와 규칙을 만들어 색다른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부 테스트 이후 방향을 바꿔야 했다.

“차별화를 위한 복잡한 규칙들이 <모두의 마블>에 익숙한 캐주얼 유저들에게는 진입 장벽이었어요. 캐주얼 게임에서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죠. 결국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꽃보다 할배>는 말판을 반복해 돌며 블록을 점령하는 <모두의 마블>의 기본 게임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이를 통해 익숙한 경험 제공을 노리는 대신 승리 조건이 되는 ‘기념품’ 시스템이라든지 ‘나PD의 지령’, ‘짐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새로움을 꾀했다. 또한, 승리 조건을 다양하게 준비해 유저들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유도했다.

“<꽃보다할배>의 스크린샷만 보면 충분히 타사 게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존 게임이 상대를 파산시키는 게 주된 목표라면, 승리 요건이 복잡한 <꽃보다할배>는 더욱 전략적인 플레이가 필요하죠” 윤 팀장은 차별성에 대해 확신의 목소리로 답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티켓’을 뺏어오는 시스템도 <꽃보다할배>가 내세우는 차별점 중 하나다.

“<가속스캔들>이나 <스페셜포스: 퍼스트미션>을 서비스하면서 모바일게임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단순히 입장할 때마다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승리하는 사람이 지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오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빠르게 순환할 수 있도록 했죠.”

<꽃보다할배>에서는 게임 머니나 캐쉬를 통해 캐럭터를 뽑거나 성장시킬 수도 있지만, 티켓을 많이 보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티켓을 게임 머니처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즉, 많이 승리할 수록 다양한 캐릭터를 갖게끔 만들어 줌으로써 게임 플레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방송에서 등장했던 여행지 등 다양한 콘텐츠의 업데이트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비록 전작들이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드래곤플라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들에게 그에 맞는 재미와 보상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