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아~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됐어요. 우리 어머니가 젤 놀라요.’
윤종신의 노래 <환생>처럼, 롱런을 꿈꾸는 PC 온라인게임에게 필요한 것은 새롭게 거듭나는 환생과 같은 노력일 거에요. 지난 6월 22일, 열 살이 된 <마비노기>를 관통하는 애증의(?) 키워드 역시 ‘환생’. 지금까지 걸어온 10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10년을 준비하는 <마비노기>에게 필요한 것 역시 기존의 장점을 유지한 채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환생’일 테죠.
주기적으로 라이브 개발 디렉터를 교체하며 오래된 게임에 새로움과 기합을 불어넣는 넥슨의 스타일에 따라, 열 살이 된 <마비노기>에게도 새로운 디렉터가 찾아왔습니다. 김우진 디렉터는 ‘우리 게이머들이 제일 놀랄’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 생각일까요?
새로 합류한 김우진 디렉터와 함께 <마비노기> 라이브 팀 민경훈 콘텐츠 팀장, 강근영 기획 파트장을 만나 <마비노기>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비전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왼쪽부터 강근영 기획 파트장, 김우진 디렉터, 민경훈 콘텐츠 팀장
이번이 5번 째! 새로운 챕터와 함께 등장한 김우진 디렉터
<마비노기> 유저들에게는 ‘뉴페이스’에요. 유독 디렉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게임인
만큼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김우진 디렉터: <마비노기> 디렉터를 맞게 된 김우진 입니다. 2006년 데브캣에서 <마비노기>로 게임 업계에 입문했었는데요.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됐네요. (웃음)
입사 후 2년간 <마비노기> 웹콘텐츠 기획을 맡았었고요. 웹프로모션 파트장을 거쳐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라이브 서비스 팀장을 역임했어요. 이후에는 3년간 <메이플 스토리>의 해외 개발을 담당하며 잠시 외도(?)를 했다가, 올해 상반기 디렉터로서 <마비노기>의 팀에 합류하게 됐죠.
이어서
두 분도 소개해주세요,
민경훈 팀장: <마비노기> 콘텐츠 팀장 민경훈입니다. 지난 2005년 초이락게임즈의 <샤이락>을 인연으로 넥슨과 연이 닿아 지금까지 왔습니다. 지난해 <마비노기> 팀에 합류하게 됐고요.
강근영 파트장: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강근영입니다. 2011년부터 넥슨에 입사해 벌써 4년째 <마비노기>와 함께 했네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보낸 장수
게임
<마비노기>에서
첫 디렉팅을 맡게 됐는데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김우진: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한 것도 <마비노기>였는데, 디렉터로서의 시작도 <마비노기>와 함께 하네요. 그만큼 개인적으로 애착이 큰 게임이에요. 더구나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워낙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아 왔기 때문에 책임감과 중압감이 크죠.
새 디렉터와 함께해 온 라이브 서비스는 늘 새로운 콘텐츠롤 통해 혁신을 시도할 기회를 주었어요. 그만큼 빠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요. 비록 잠시 <마비노기>를 떠나 있던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난 디렉터들의 의도와 방향성은 이해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기존 세계관이라든지 흐름에 반하지 않고 개연성 있게 잘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죠.
새로운
디렉터는 유저들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텐데요. 2년마다
바뀌는 디렉터, 어떤가요?
강근영: 모든 개발자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시나리오를 담당한다고 해서 시나리오만 기획하는 게 아니라 그와 연계된 콘텐츠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각 캐릭터 간의 밸런스도 생각해야 하고, 그에 따른 스킬이라든지 아이템 등도 고려해야 하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어도 모든 걸 뜻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단순히 디렉터가 바뀐다고 해서 팀원들이 스트레스 받거나 하진 않죠.
"셰익스피어,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신임 디렉터가 말하는 <마비노기>의 10년
10년이 흐른
만큼
<마비노기>에서도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좋은 추억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우진: 10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많았지만,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2008년 ‘24시간 무료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입사한 지 1년 만에 진행된 큰 프로젝트였던 만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긍정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단점들에 대한 고민도 참 많았어요. 아무래도 라이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솔직히 매출도 걱정 될 수밖에 없었고요.
무료화 소식이 전해지자 유저들 반응이 참 격렬했었죠.(웃음) 내부에서는 노심초사했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어요. 터닝 포인트였죠.
고민이 많았던 만큼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다양한 시도도 많이 했었어요. 지금이야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때만해도 게임 광고에 연예인이 등장하는 일이 드물었거든요. 이제는 스타가 된 당시 신인이었던 소녀시대를 모델로 선정해 OST도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찍으면서 ‘우리 게임이 이 정도구나’라는 뿌듯함도 있었던 것 같아요.
소녀시대가 불렀던 OST의 음원 사이트 순위 올려 보겠다고 팬클럽처럼 하루종일 스트리밍 돌렸다니까요.
개발자로서
‘뿌듯하다’고
느꼈던 콘텐츠도 있을 것
같은데.
강근영: 있죠. 제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했던 콘텐츠가 ‘인형사’에요.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기억에 남아요.
비하인드를 말씀드리면 사실 당시 기획안에 올려놓은 신규 콘텐츠는 총 4개였는데요. 인형사는 4번이었어요. 솔직히 그중 개발하기 제일 까다로웠거든요. 만들기 쉽다는 건 개발 과정이 단순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계 콘텐츠가 더 많이 나온다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인형사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관련된 다른 콘텐츠 개발이 어려워서 ‘뽑히지 말아라’ 싶었는데 신선하다는 이유로 채택됐죠. 그때부터 지옥문이었어요.(웃음) 예를 들어 기존에는 특정 캐릭터가 움직이면 소환수가 따라가는데 인형사는 그 반대라든지 이런 사소한 어려움이 많았어요.
당시 담당 프로그래머랑 수일을 밤샘 작업했는데, 상상했던 이미지 그대로 나와서 뿌듯했죠. 유저들에게는 밸런스 등 문제가 많은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지만요.
민경훈: 저는 올해 초에 진행된 ‘두근두근 아일랜드’ 업데이트가 뿌듯했어요. 저를 ‘갈아 넣어서’ 만든 이벤트였거든요.(웃음) 기획 단계에서는 사실 <피터팬>에 등장하는 ‘네버랜드’와 같은 분위기를 꿈꿨는데 현실에 부딪치면서 세부적인 방향도 많이 바뀌고, 수차례 갈아엎었어요.
정말 고생 많이 했던 프로젝트였지만 막상 캐릭터가 손잡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솔직히 남녀인지 남남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과거 모닥불 피워 두고 밤새 수다 떨며 느꼈던 유저 간의 감성적 교류를 살려주는 계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일도 많았지만 속상한 일도
참 많았죠? 열심히 만든 콘텐츠가
두고두고 욕 먹는(?) 경우도 있고.(웃음)
김우진: 챕터 4 셰익스피어 업데이트처럼요.(웃음) 셰익스피어 업데이트의 경우 세계관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학교 공부에서 벗어나 게임으로 스트레스 풀려고 했더니 또 인문학 공부시킨다며 욕하는 유저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챕터4 셰익스피어 세 번째 제너레이션 ‘베니스의 상인’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교역 시스템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마비노기>는 꾸준히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애로사항들이 있었어요. 다만, 그대로 안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변화를 좇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셰익스피어
업데이트를 꼭 집어
말했지만,
그 밖에도 의도와 다른
피드백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을 것 같아요.
강근영: 꼭 <마비노기>여서가 아니라 많은 개발자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요. 매번 업데이트와 함께 진행하는 밸런싱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아요. 업데이트를 하다 보면 상향되는 캐릭터가 있고 반면 너프되는 캐릭터도 있을 텐데요. 개발사 입장에서는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게 제일 좋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수정을 하는 이유는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함이거든요.
그런데 간혹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서 뒤엎는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죠. 정말 매출을 위한 일이라면 캐시템 하나를 더 팔지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유도할 이유는 없는데 말이죠.
기존에 쌓인 회사에 대한 오해로 게임의 모든 변화나 새로운 콘텐츠가 돈으로 귀결될 때마다 답답할 때가 많지만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도전을 해 온 <마비노기>였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을 텐데요.
김우진: 너무 앞서 나가서 보여 드리지 못한 콘텐츠나 프로젝트들이 아쉽죠. 예를 들면 Xbox360 버전의 같은 부분이요. 저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는데요. 개발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중단됐는데, 해당 문제가 지금은 해결된 상황이잖아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초창기였기 때문에 부분 유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 수밖에 없었죠. 당시에 출시됐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다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또 시기상조이지 않았나 싶어요.
강근영: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챕터 2 ‘이리아’도 아쉬워요. 이리아 콘텐츠는 단서가 파편처럼 흩어져 있고, 유저가 그 조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었는데요. 지금은 다른 게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단순히 스토리만 쫓아가는 것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개였죠.
하지만 원래 기획만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어요. 지금이라면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비노기>의 미래는? "'전투'와 '판타지 라이프'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
<마비노기>의 핵심인 스토리부터 이야기해봐요. ‘더 드라마: 이리아’ 시즌2가 끝났는데요. 드라마는 루에리가 등장하면서 과거 제너레이션과 이어져 더 많은 관심을 받았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강근영: 지금의 <마비노기>는 기회이면서도 위험한 순간이에요. 루에리나 타르라크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딱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비장의 카드를 던진 것이니까요. 드라마의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앞으로의 전개가 더 중요해졌죠.
드라마는 시즌2로 종료됐어요. 이제는 다시 챕터제로 돌아옵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신을 위해 역사의 이면에서 암약하고 있던 ‘알반 기사단’과 이계신이 등장하는데요. 그를 이용한 음모와 기사단이 되어 에린을 위해 싸우는 밀레시안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너무 구체적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데요? (웃음)
김우진: 이번 업데이트의 키워드는 ‘마비노기 챕터’, ‘오리지널 마비노기’, ‘백투더 베이직’ 세 가지로 두었는데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회귀’에요. <마비노기> 초기에 느낄 수 있었던 본연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다고 보시면 돼요. 따라서 플레이어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모습도 보실 수 있죠.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루에리가 다시 등장할까요?
강근영: 드라마 엔딩으로 과거 용사들의 이야기는 일단락됐다고 말씀 드릴 수는 있지만, 앞으로의 10년 동안 “절대 안 나옵니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죠.(웃음) 미국 드라마를 보더라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죽은 줄 알았던 누군가가 알고 보니 살아 있었다는 전개도 있잖아요. 다양한 전개 방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겠습니다.
새로운
챕터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콘텐츠들이 버려진다는 지적들이 있었어요. 도시부터
캐릭터까지 결국 나중에
나온 것들이 최고라는 거죠.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김우진: 분명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될 때마다 기존 콘텐츠의 재미가 반감됐던 건 사실이에요. 새 콘텐츠를 더 많이 즐기게끔 만드는 것도 있지만, 반복 플레이에 대한 동기가 떨어진다는 부분 과제로 남아 있죠. <마비노기>는 스테이지 방식의 단계가 있는 게 아니라 확장 형태로 몸집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반복 플레이를 했을 경우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든지, 난이도가 더 높은 상위 콘텐츠를 제공한다든지 나름대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죠. 다만, 당장 콘텐츠를 한꺼번에 정리하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또 인공호흡을 해도 회생 불가능한 던전이나 도시에 힘을 쏟을 이유도 없고요. 순차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귀’를 언급했는데, 앞서
말했지만
<마비노기>의
캐치프레이즈는 ‘판타지
라이프’였어요. 그런데 요즘 <마비노기>는 생활형 콘텐츠 보다는 전투가
중심이 됐죠. 이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민경훈: 물론이죠. 지난해 ‘두근두근 아일랜드’ 업데이트도 마찬가지고 이번 10주년 기념 테마파크 ‘마비랜드’도 그 같은 고민에서 나온 콘텐츠에요.
지금 상황에서는 생활형 콘텐츠가 중심이었던 론칭 시점의 게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죠. 하지만 이런 부가적인 것들을 통해 그 때의 경험은 떠올릴 수 있겠죠. 앞으로도 ‘판타지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우진: 역으로 생각하면 RPG에서 콘텐츠를 강화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예고됐던 ‘미노타우르스’가 끝내 등장하지 않았을 때 유저들의 불만이 강했던 것을 보면 이에 대한 니즈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웃음)
향후 10년의
<마비노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우진: <마비노기>의 디렉터는 어떻게 보면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감히 앞으로의 10년을 그릴 수는 없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자들이 같은 생각 일거에요. 결국 오래도록 사랑받기 위해서는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죠.
<마비노기>는 다른 게임에 비해 타깃 유저층이 다양한 편이에요. 꾸준히 10년을 함께해 온 성인부터, 스토리나 부가 콘텐츠를 보고 유입되는 저연령층까지 스펙트럼이 넓죠.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비노기>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유저들과 소통하고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