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일까 외조일까? 4년 만에 돌아온 ‘하루’ “탈덕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녀가 돌아왔습니다. 코스프레어(코스플레이어) ‘하루’(HARU, 김미리)가 4년이라는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디스이즈게임을 찾아 주었습니다. [유쾌한 하루의 코스프레 이야기 연재 보러가기 ]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수많은 팬을 눈물짓게 만든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버린 그녀!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하루는 여전히 화려한 모습 그대로였죠. 하루에 컴백을 둘러싸고 많은 소문이 있었습니다.

하필 복귀작품이 남편이 메인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이하 큐라레)였거든요. 홍보를 위한 내조다, 하루의 사심을 위한 남편의 외조다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사실 이번 코스플레이는 하루의 은퇴를 위한 피날레였습니다. 분명 연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말이죠.

그런데 마지막 원고에서 그녀는 돌연 은퇴를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심지어 지난 26일 새로운 작품을 위한 촬영 소식도 함께 전해 왔죠. 그사이 하루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하루와 그의 남편 김용하PD(일명 Y군)을 만났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송예원 기자

왼쪽부터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김용하 PD(Y군), ‘하루’(HARU, 김미리)

※코스프레 화장을 한 상태에서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

하루의 컴백을 두고 ‘외조’냐 ‘내조’냐 의견이 분분했어요. 하필(?) 컴백작이 남편의 게임 <큐라레>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내조 때문에 돌아온 건가요?

김미리 (이하 하루): 남편이 <큐라레>를 개발하며 고생했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꼭 남편을 돕자고 다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직장도 직장이지만, 결혼하고 육아까지 겹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스플레이랑 멀어졌는데요. 제대로 된 마무리 없이 이렇게 끝인가 싶어 아쉽더라고요. 왜, 진짜 ‘탈덕’하는 사람들은 소문도 없이 조용히 사라진다고 하잖아요.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일인데, ‘나 역시 별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때마침 남편 게임이 출시도 됐겠다 불나방처럼 불태우고 끝내자!라는 마음이었어요. 연재를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그랬다니까요. “나 이제 은퇴할 거야!”라고. 물론 다 무산됐지만요. (웃음)

김용하 PD (이하 Y군): 게임이 좋아서 ‘내가 홍보해 줘야지’라는 마음이 아니었던 건 확실합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둘다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좋아하는 일도 못 하고 지내 왔어요. 그러다 최근에서야 과거에 함께 활동하던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고 지내면서 옛날 생각이 났던 것 같아요. 코스플레이를 다시 시작하고 싶던 찰라에 <큐라레>는 좋은 핑계였던 거죠. 그래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었으면 안 했겠죠?

하루: <큐라레>는 꾸엠이나 코멧 등 유명 일러스트 작가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보면 볼수록 제 취향인 캐릭터가 너무 많더라고요! 코스플레이를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작업이 캐릭터 선정일만큼 고민이 많아요.

연재물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외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하루: 가장 큰 도움은 역시 금전적인 부분이죠. (웃음) 상황에 따라 다르죠. 저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얼마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C사 명품가방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예요. 직접 제작하면 이렇게 많이 들지는 않는데 제 직업이 자투리 시간을 쓸 수 없어서 전부 외주를 맡겼거든요.

Y군: <큐라레>가 카드 배틀 게임이라 캐릭터가 많거든요. 웬만한 캐릭터는 다 보여 줬는데, 하필 비용이 제일 많이 드는 걸 골라서. 소품이 많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하루: 참고로 팜플과는 전혀 상관없는 프로젝트였어요. 전부 사비였답니다. 팜플 관계자 여러분 보고 계시죠?

Y군: 에이, 제일 큰 도움은 당연히 육아지! 오늘도 촬영 중간에 아이 데리러 가야 해요.

예전 칼럼에서 연애 당시 Y군이 행사 가는 것도 싫어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 내조라서 괜찮은 건가요?

Y군: 또 그렇게 보이나요? 코스플레이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에요. 그랬으면 공중파 방송에 ‘오타쿠 부부’로 소개되는 일도 없었겠죠. (웃음) 그 방송 아직도 놀림 받는다니까요.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아내를 찍는 건 내키지 않아요. 코스플레이 촬영이라는 게 그냥 셔터만 누르는 게 아니라 엄청 몰입해서 집요하게 찍어야 하잖아요.

하루: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에요. 사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말고 사람에는 관심이 없는데, 두 딸과 저에 관해서는 소유욕이 강하죠.

Y군: 참고로 코스플레이 쉬는 동안 ‘덕질’을 아예 쉰 게 아니에요. 갑자기 샤이니에 빠져서는. 퇴근하고 컴퓨터에 앉아서 종일 샤이니만 검색하고 있다니까요.

하루님이 좋아했던 연예인(나리미야 히로키)를 싫어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샤이니도?

Y군: 싫어요. 다른 남자 보는 건데. 코스플레이는 정말 착한 취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촬영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어요. 오늘도 소형 카메라만 챙겨 온 거 보면 촬영은 안 하시는 것 같은데?

Y군: 제가 직접 찍고 싶었는데…. 못하게 해요.

하루: 어휴. 말도 마세요. 잔소리가 엄~청 많아요! 이건 어떻다, 저건 어떻다. ‘모에론’을 보면 아시겠지만 참 자기 신념이 확고 한 사람이에요. 특히 미적인 부분은 더 그렇고. 자기 미학에 맞지 않으면 진짜 잔소리가 너무 심하니까. 특히 화장 같은 거요. 뭘 해도 지적을 해요.

NDC 2014에서 ‘모에론’을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그 였다.

Y군: 예전에는 이런 저런 얘기 해주면 잘 챙겨 주는 거라고 하더니 요즘엔 잔소리라고 싫어해요. 걱정돼서 그렇지. 화장은 안 해도 예쁜데.

하루: 아니 그 미학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정말 이상한 사진을 찍어 놓고 좋아하니까. 입 벌리고 뭐 먹는 것이라든지, 해괴한 표정 짓고 있는 그런 거 있잖아요. 본인은 자연스러운 사진이라고 좋아하는데 저도 여자잖아요. 예쁘게 해서 나오고 싶죠. 단둘이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멤버도 있는데.

Y군: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잖아요.

하루: 그나마 상충안이 있다면 교복과 메이드복 정도인 것 같네요.(웃음)

하루의 사진을 포기할 수 없었던 Y군. 촬영 중간 개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방송에서 “모든 남편의 꿈이랄까. 하녀복” 이라는 명언을 남기셨구나.

하루: 하하. 또 그렇게 되나? 방송 내용은 조금 오해가 있어요. 제가 당시 글로벌회사에 새내기로 막 입사했던 시기였는데요. 코스플레이를 하는 걸 숨기고 그런 건 아니지만, 제 모습이나 발언이 혹여 회사에 누가 될까 봐 한 발짝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말도 많이 못 했고요.

그러다 보니 남편이 방송 분량을 만들겠다고 더 오버하고, 말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Y군: 그 방송이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아침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솔직히 저를 아는 사람들은 잘 안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가 나무 뒤에 숨어 있고 DSLR로 촬영하는 그 장면은 무슨 ‘전설의 짤방’으로 남더라고요.

지난 2007년 KBS '감성매거진 행복한오후'에 출연한 부부. 그리고 이 캡쳐는 '전설의 짤방'으로 남았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고 있는 걸요. 언젠간 두 따님과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 만약 아이들이 원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지만,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 욕심으로 시키고 싶진 않아요.

Y군: 나는 시키고 싶은데…. 근데 걱정이 안 되는 게 이미 아이들에게서도 그런(?) 기미가 보여요.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는 <포켓몬스터> 마니아고, 둘째는 완전 공주님이에요. 늘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이미 코스프레의 생활화죠.

하루: 저런다니까! 제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남편 덕분에 아이패드를 끼고 살아요.

하지만 아이패드가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게임을 통해 전략적인 사고를 키울 수도 있고, 또 교육적으로도 잘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제 경험상 어설프게 끝내면 미련이 남아서 공부에 지장을 줄 수 있거든요. 놀고 싶을 땐 마음껏 놀게 두고, 공부할 땐 하고. 그게 부모의 역할이니까요. (웃음)

촬영내내 스텝을 자처했던 Y군은 일정 시간이 되자 아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퇴장해야 했다.

연재 사진을 보며 인상 깊었던 게 표정이 참 밝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같이 웃게 되는.

하루: 정말 너무 즐겁게 작업했어요. 왜, 일본 락밴드 미스터칠드런(Mr, Childeren)의 쿠루미(くるみ)라는 노래 뮤직비디오를 보면 해체한 뒤 흩어져 살던 멤버들이 아저씨가 되어 다시 밴드를 구성하잖아요. <큐라레> 코스프레를 준비하면서 정말 그런 모습이었어요.

물론 계속 코스플레이를 하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멤버들이 각자 결혼하고 직장 다니면서 만나기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연재를 결심하고 조심스레 함께하자고 얘기했더니 다들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꾸엠도 꼬셔보려고 했는데 신작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 (웃음)

어릴 때 처음 코스플레이 세계에 발을 들이던 기분이었달까? 어떤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즐겁기 위해 하는 일종의 취미잖아요. 준비부터 촬영까지 어느 것 하나 고생하지 않은 게 없었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정말.

Y군: 취미치고는 조금 돈이 많이 들어가지?

확실히 고급스러운 취미인 건 확실해요. (웃음) 4년이란 공백이 짧진 않았을 텐데 많이 변했죠?

하루: 연재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굉장히 많은 게 변했어요. 일단 예전엔 취미가 주된 목적으로 서로 사진 찍어 주던 게 전부였는데 상업화됐죠. 그러다 보니 메이크업부터 소품, 의상, 촬영 등 역할이 세분되고 각 파트에서도 전문성이 높아졌더라고요.

또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화로 인해 더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됐고 다른 나라와 교류도 늘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일본과 한국은 수준 차이가 심했는데 그런 벽도 없어졌고요. 좀 더 만화나 게임 캐릭터와 가까운 재현을 할 수 있게 됐죠.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하루: 화장이요! 전 평소에도 화장을 안 하거든요. 의류학을 전공해서 그림 그리는 건 자신이 있는데 메이크업은 진짜 너무 어려워요. 한쪽 잘해 놓으면 반대쪽은 망하고. 뭘 해도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다른 사람한테 맡겨요.

Y군: 오늘은 너무 과한 거 아냐? 마음에 안 들어.

하루: 요즘 코스플레이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거든요? 하여튼 잔소리! 이런다니까요.

화장은 지우면 그만이잖아요.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하는데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 촬영이 끝나면 전부 버리나요?

하루: 촬영이 끝나면 필요가 없어지니 보통은 중고장터나 옥션 등에 팔아요. 아니면 외국에 팔 때도 있고요. 그런데 전 소장파라 전부 가지고 있어요. (웃음) 특히 <큐라레> 코스플레이 경우 워낙 퀄리티 높은 소품이 많아서 더 가지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크고 작은 소품은 제작 기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고.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반응이 참 좋죠?

하루: 너무 감사하죠. 뿌듯하기도 했고 기분도 좋더라고요.

사실 최근 코스플레이 시장을 다시 돌아보며 아쉬웠던 점이 특정 사진이 올라오면 품평회가 열린다는 점이었어요. 단순한 흉보기 수준이 아니라, 댓글의 80%가 가슴 이야기인 것을 보니 씁쓸하더라고요. 표정이 이상하다, 얼굴이 이상하다, 정말 말 그대로 품평회.

물론 예전에도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보여 주는 일이다 보니 외모에 대한 지적도 있었고, 흔히 말하는 악플도 있었죠. 하지만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하는 게 대다수였거든요. 워낙 소수가 즐기는 문화다 보니 결과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을 중시했던 경향이 있었는데, 상업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진 요즘은 결과가 더 중요해 지면서 일어나는 문제인 것 같아요.

단순히 코스플레이 사진만 공개하는 게 아니라 디스이즈게임 칼럼 연재를 다시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준비 과정의 즐거움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통했던 것 같고요.

그 재미 때문에 은퇴도 포기한 건가요? (웃음)

하루: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말이 있죠. 앞서 얘기했지만 정말 은퇴를 위한 컴백이었어요. 비용이나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이유죠.

그런데 막상 다시 시작해보니 그 예전의 추억이 새록새록 났어요.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필름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 주며 느꼈던 소박한 즐거움부터, 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일을 밤새워 준비하던 그 열정까지요.

무엇보다 그 시절 코스플레이를 하며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사진 찍어주는 분들까지 같은 나이대여서 정말 쉼 없이 수다 떨고 있어요. 또 서로 “예쁘다”, “최고다” 격려하면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고요. 같은 추억을 가지고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