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엔씨소프트의 신작 라인업 발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1년이 지난 2008년에 플레이엔씨를 통해 서비스가 됐던 제페토의 <포인트 블랭크>. 당시에는 엔씨소프트가 퍼블리싱하고 <리니지 2>의 기란성을 맵으로 등장시킹 만큼 FPS 기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만 아쉽게도 2009년 국내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지만, 해외로 나가서는 날개를 활짝펴고 비상합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최대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성적을 남깁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기록한 게임이 없던 시절이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까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서비스의 성공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포인트 블랭크>는 다시 한국 시장에 도전합니다. 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셈인데요. 여기에는 제페토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습니다. 서버 비용만 유지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유저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거죠.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왼쪽부터 제페토 방유식 퍼블리싱 총괄, 권대호 본부장, 전준곤 한국 서비스 담당
“해외 성공 비결? 기본기와 유저와의 소통”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포인트 블랭크>는 오브젝트 파괴와 헤드샷 방어 아이템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09년을 끝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외면받은 게임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포인트 블랭크>는 달랐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화려하게 비상했죠.
<포인트 블랭크>가 인도네시아에서 흥행한 게임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스페셜포스>가 1위를 차지하는 태국 FPS시장에서 1위를 맹추격할 정도였죠. 지금은 예전보다 더 인기를 얻고 있다는 군요. 많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죠.
그럼 <포인트 블랭크>는 해외에서 이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제페토 권대호 본부장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바로 ‘기본기와 소통’이라는 겁니다. 제페토가 설명하는 <포인트 블랭크>의 기본기는 ‘디테일을 살리자’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FPS가 가져야 할 타격감부터 시작해서 모든 요소가 응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칼을 사용할 때의 ‘타격감’인데요. 칼 같은 경우, 칼이 상대에게 맞았을 때는 살짝 멈추면서 ‘꺾이는’ 느낌을 주니 타격감이 살아나더랍니다.
이 외에도 먼 거리에 있는 상대를 맞췄을 때 거리에 비해 큰 이펙트를 보여주면서 상대를 맞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등의 세세함이 바로 기본기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런 요소는 유저들이 즉각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저들이 즐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기 까지의 시간.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 개발사가 알리지 않아도 유저들이 알아주고 즐기고 좋아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자체 개발 엔진으로 프로토타입을 한 달 반 만에 만들었을 때는 자만심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쉬울 줄 알았죠. 하지만 그때부터 시작이더라고요. FPS가 ‘초인들의 게임’이기도 한데, 그 유저의 감각을 쫓아가는 게 개발자의 몫이더라고요”
두 번째로 꼽은 유저와의 소통은 <크로스 파이어>같은 해외에서 더 흥행한 게임들이 꼽는 성공비결이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유저들의 성향이 있고, 그들이 좋아하는 데 맞춰 게임을 완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빠른 게임을 원하는 나라라면 게임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요.
그 외에도 유저가 게임에 대해 불만이나 개선 아이디어를 주면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주효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개발팀이 부렸던 욕심도 자연스레 놓게 되더랍니다. 유저가 원하는 걸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이 흥행하는 만큼, ‘정말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권대호 본부장은 ‘최고의 FPS’로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꼽으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포인트 블랭크>가 더 인기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 개발사와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유저의 의견을 듣고, 바로 다음 업데이트에 적용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게 패키지 게임과는 다른 온라인 게임의 장점이죠.”
“한국 서비스는 <포인트 블랭크>를 사랑해 준 유저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포인트 블랭크>는 5년 만에 한국 시장에 다시 도전합니다. 8월 27일에 CBT를 시작해서 9월에는 OBT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죠. 그런데 지금 한국 시장은 만만찮은 곳입니다. <서든어택>같은 기존 게임은 건재하고, 신작 <블랙스쿼드>부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같이 새로 서비스를 시작할 게임들도 있거든요. 제페토는 왜 고배를 들었던, 경쟁도 치열한 한국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걸까요?
“유저의 애호도 때문입니다. 서버 비용만 충당되면, 아니 조금 적자가 나더라도 한국 서비스를 할 생각입니다. 5년간 다른 나라 서버에서 <포인트 블랭크>를 즐겨줬던 유저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로 유저의 ‘애호도’를 꾸준히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제페토가 한국 서비스에 강한 의지를 가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같은 나라 유저의 피드백을 원하는 개발자를 위해, 두 번째는 5년간 기다려 준 유저를 위해서입니다. 해외 유저들의 의견에 맞춰 게임을 만들었던 제페토인 만큼,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국 유저의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개발자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지 5년이 된 지금도 태국 등의 서버로 접속해 한국어도 아닌 언어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클랜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인터뷰 자리에서 “신에게는 아직 12개의 클랜이 남아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네요?”라는 농담을 건넸습니다. 진짜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요.
다만, 이순신 장군의 그 절망적인 상황과 제페토의 상황은 꽤 다릅니다. 23일 열린 ‘포인트 블랭크 인터내셔널 챔피언쉽’ 한국대표 선발전에는 1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사랑을 보내줬기 때문이죠. 서비스 종료 5년이 된 지금도 <포인트 블랭크>를 기다려주는 유저들이 있기에 더 희망적인 상황인 셈이죠.
한국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포인트 블랭크>는 5년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래픽이나 콘텐츠도 보강됐고, 새로운 요소들도 많이 추가됐죠. 대표적인 게 바로 ‘캐릭터 파츠’인데요. 각 부위별로 장비를 장착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타란튤라’는 캐릭터 파츠 시스템 덕에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왼쪽이 2008년 당시의 타란튤라, 오른쪽이 2014년의 타란튤라입니다. 얼굴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의상은 많이 바뀌었죠. 의상이나 장식, 총기까지 모두 게임에 있는 것들만 사용했답니다.
해외에서 얻은 교훈, “PvP 게임은 오프라인 이벤트가 답이더라”
제페토가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며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한국 서비스 역시 해외 서비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겠다는건데요. 바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벌이면 유저들은 그만큼 호응해준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포인트 블랭크> 국가 대회인 ‘포인트 블랭크 내셔널 챔피언쉽’에 참여하는 클랜 수만 1,500개 에 이르러서 세 달에 걸쳐 예선을 진행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여러 섬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예선을 치를 장소도 마땅치 않아서 아예 <포인트 블랭크> 대회를 위한 건물을 새로 지었을 정도라고 하네요.
2012년 열린 인도네시아 포인트 블랭크 내셔널 챔피언쉽 장면.
제페토의 해외 서비스 경험에 미루어 보면, 각종 대회를 열면 유저들의 참여와 호응이 좋다고 합니다. 미국 같은 곳은 대회에 참가하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온다고 하네요.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일종의 ‘놀 공간’을 제공해 주고, 클랜끼리 신 나게 놀 수 있도록 하면 유저들이 호응해준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제페토는 그래서 한국에서도 ‘발로 뛰는’ 이벤트들을 다수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캐물어도 아직은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는데요. 제페토 직원들이 직접 유저들과 함께 오프라인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들을 마련한다고 하는군요.
결국, 오프라인 이벤트를 이용해 각 클랜의 유대를 돈독하게 하고, 나아가서 <포인트 블랭크>에 대한 ‘애호도’를 높여 서서히 유저를 늘리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긴 해외 유저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프라인에서 유저들을 만나고 이들이 어떻게 즐기고 <포인트 블랭크>를 사랑해주는지.
권대호 본부장은 ‘해외에서 돈 좀 만진’ 제패토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발로 뛴다’는 모토로 이벤트나 마케팅 계획들을 잡았습니다. 돈으로 매스 미디어 마케팅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직접 유저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애착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돈으로 할 수 없는 마케팅이죠” 라고요.
권대호 이사가 보여준 해외 유저들의 모습. 인상이 너무 깊어 일부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와 손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형제와 친구들의 모습들. 현장의 열기를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