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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게임에도 ‘도’가 있다, 아제라 개발한 정재목 대표

MMORPG <아제라>를 개발 중인 정재목 대표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4-10-29 19:30:16
중소 MMORPG 입장에서는 지옥이 따로 없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가 점유율 50%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안으로는 <검은사막>이나 <블레스> 등 각종 대작 타이틀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각박한 시장에 한 중소 MMORPG가 도전장을 던졌다. 29일 2차 CBT를 시작하는 <아제라>가 그 주인공이다. <아제라> 개발진은 <퀸스블레이드> <드라고나> 등 30 ~ 40대를 노린 게임을 주로 개발했던 이들. 그리고 게임이 개발에 돌입한 것은 MMORPG가 한창 하향세였던 2011년이다.

과연 <아제라>는 어떤 비전, 어떤 각오로 각박한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일까? 아저씨 게임에도 ‘도’(道)가 있다고 외치는 팀버게임즈 정재목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팀버게임즈 정재목 대표

다시 ‘아저씨 게임’에 도전한 이유? 그곳에 길이 있다


<아제라>는 개발진의 전작 <퀸스블레이드>나 <드라고나>처럼 30 ~ 40대 유저를 노린 게임이다. 3파전 RVR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긴 했지만, 그 기반은 쉬운 진행, 빠른 성장 등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부 유저들에게는 이른바 ‘아저씨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개발에 돌입한 것은 2011년. 정재목 대표는 그 해 라이브플렉스에서 나와 팀버게임즈라는 신생 개발사를 차렸다. 2003년 창업에 실패한 이후 8년 만에 도전한 스타트업이었다. 전작 <드라고나>는 론칭 한달 만에 동시접속자 3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상태였다. 아저씨 게임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했다.

하지만 시장은 녹녹하지 않았다. 이미 FPS, 스포츠 등에 왕좌를 내줬던 MMORPG는 같은 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거물급 신인에 다시 한번 펀치를 얻어 맞았다. 더군다나 온라인게임 시장 자체도 모바일에 밀려 줄어들기 시작한 상황. 어지간한 대형 타이틀 아니면 ‘약빨’조차 먹히지 않는 시장, 아저씨 게임이라면 ‘악플’부터 달리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정재목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돌아올 수 없는 막차를 탄 셈이었다.


정재목 대표의 전작 <드라고나>

시장이 어려우니 투자가 말랐고, 이는 곧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정 대표 자신이 아티스트 출신이다 보니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그래픽 리소스에 대한 부담은 그간의 경험 덕에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엎어진 리소스를 재활용하고 정 대표가 일일이 외주 작업물의 품질검사까지 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가 이런 고난에도 끈덕지게 <아제라>를 개발했던 이유는 <퀀즈블레이드>와 <드라고나>에서 얻은 경험 때문이었다.

“수백 명의 개발진을 이끌고 거대한 샌드박스를 만드는 로망도 있다. 그래서 한때 150명 이상의 개발진도 이끌어 봤는데 죽겠더라. (웃음) 나에게 맞는 길은 작은 인원이 꽁꽁 뭉쳐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더라. <퀸스블레이드>나 <드라고나> 모두 작은 인원으로 개발한 것이지만 만족도가 더 높았다. 겉은 단순해 보일지라도 이를 위해 아주 미세한 성장 밸런스까지 잡고 이에 유저들이 반응하는 것도 즐거웠다. 시장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느낌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아제라> 2차 CBT 메인 이미지

정 대표의 이러한 로망 뒤로는 아저씨 게임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도 숨어 있다. 그가 <드라고나>를 개발했을 당시도 <테라>와 같은 대형 MMORPG와 <피파 온라인 2> 등 스포츠 게임으로 시장이 뜨겁던 시기였다. 그는 지금 시장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최신 게임을 꺼려하는 유저는 어디에나 있고, 시장이 줄었어도 모바일게임으로 편의성이 중시된 지금 팀버게임즈가 추구한 쉬운 게임성이 여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3040세대라는 소수 시장을 노린 만큼 대박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동시접속자 2 ~ 3만 명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우리도 유저도 알콩달콩 살아가기 충분하니까. (웃음)”


아제라, 아저씨 게임의 ‘도’를 보여주겠다


<아제라>가 기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콘텐츠는 끝없이 이어지는 성장이다. 유저는 캐릭터 성장이나 아이템 파밍과 강화는 물론, ‘게놈’이라 명명된 패시브 스킬의 성장, 일종의 변신 시스템인 ‘마갑기’의 성장, 나아가 진영 단위의 성장까지 다양한 성장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고레벨 이후에도 끊임없이 할 것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장 콘텐츠의 홍수 속에 유저들이 질리지는 않을까? 정재목 대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퀸스블레이드>부터 6년 이상 성장 콘텐츠를 다듬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퀸스블레이드>부터 <아제라>까지 고민한 것은 똑같았다. 어떻게하면 성장을 쉽게 할 것인가, 그러면서 유저가 어떻게 성장에 실증나지 않게 할 것 인가. 기본은 같다. ‘언제 보상을 주고, 어떻게 보상을 포장하고, 다음 보상에 대한 기대감을 어떻게 어필하느냐’다. 이러한 것을 알아내기 위해 <드라고나>는 CBT만 4번, FGT는 그 배 이상으로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은 <아제라>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제라>가 빠른 성장을 위해 도입한 것 중 하나가 이른 시기에 탈 것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MMORPG는 특성 상 전투보다 이동시간이 길기 마련인데, 탈것 보상을 '플레이타임 15분대'로 앞당겨 난이도 조정 없이도 체감 성장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유저들의 이탈률이 높았던 16레벨 ~ 20레벨 구간은 보상의 예고를 통해 보충한 경우다. <아제라>는 본래 성장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20레벨에 마갑기를 제공해 유저들을 붙잡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20레벨보다 빠른 16레벨 구간에 유저들이 떨어져나가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렇다고 16레벨에 새로운 보상을 설정하기에는 전체적인 밸런스 작업을 다시 해야 하고, 마갑기를 앞당겨 제공하기에는 마갑기와 20레벨이 가진 상징성이 무너졌다. 고민 끝에 개발진은 16레벨에 ‘불완전한 마갑기’라는 보상을 만들었다. 

20레벨 퀘스트와 던전을 통해 얻게 되는 완전체 마갑기에 비하면 여러모로 손색이 있는 보상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변신’이라는 보상, 그리고 ‘불완전한’이라는 단어에서 유추되는 완전체의 존재로 유저들의 이탈률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2차 CBT에서 추가되는 국왕 전용 마갑기

이러한 성장 밸런스를 만들기 위해 <아제라>는 알파테스트 단계부터 QA팀(quality assurance, 게임의 재미나 시스템을 검증하는 직책)에 전체 개발진의 20%에 달하는 인원을 배정했다. 일반적으로 QA 업무가 퍼블리셔의 업무라고 취급 받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비중이다. 

팀버게임즈는 이것도 모자라 퍼블리싱 계약 이후 스마일게이트의 QA팀을 빌려왔고, 1차 CBT 이후에는 대부분의 개발진에 QA 업무에 투입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설명하며 아저씨 게임이야 말로 가장 기본기에 공들이는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아제라>같은 게임이 투박하고 단순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 때문에 기본기에 가장 집중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게임이다. 아저씨 게임이라는 색안경 벗고 그 안에 숨겨진 정교한 성장 콘텐츠를 플레이 해달라”


29일부터 시작되는 2차 CBT, 3파전 RVR을 즐겨달라


<아제라>는 이러한 성장 콘텐츠 위에 3파전 RVR 콘텐츠를 더해 예측 불허한 플레이 양상과 끈끈한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제라>의 RVR 콘텐츠는 필드 전쟁을 기본으로 한다. 인스턴스 공간을 이용한 '전장'도 존재하지만 유저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은 3개 진영이 부딪히는 중립지역이다. 중립지역 곳곳에서는 보스 몬스터나 유저를 돕는 중립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분쟁을 유도한다. 심지어 일부 고레벨 장비는 상대 진영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가 필요해 필연적으로 전쟁을 유발한다.



2차 CBT에서는 이러한 RVR 콘텐츠에 협동과 커뮤니티 요소를 추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선거 시스템이다. 유저는 평소 전쟁이나 퀘스트 등으로 국가에 공헌한 포인트를 바탕으로 국왕 선거에 출마하거나 출마한 후보를 뽑아줄 수 있다. 

이렇게 국왕과 관료가 선정되면 해당 유저들은 세금을 투자해 진영 버프를 강화하거나 전쟁에서는 현상금을 통해 유저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진영 단위의 운영이 가능해진 셈이다. 정재목 대표의 꿈은 이러한 RVR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동안 그가 만든 작품 대부분이 개발진들이 제공한 성장 위주 콘텐츠로 흘러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번 테스트는 보다 전략적인 전쟁을 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국왕 등 관료 계층의 추가로 약소 진영끼리 연합하거나 배신하는 등 보다 역동적인 진영전이 벌어질 것이다. 심지어 같은 진영 내에서도 국왕 당선을 위해 높은 영향력(=공헌도)를 가진 유저를 포섭하거나 관료들이 악덕 국왕을 탄핵하는 등 다양한 정치 행위가 가능하다. 현실처럼 직접 유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치 시스템이 적용된 <아제라>의 2차 CBT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10일 간 진행된다. 게임은 2차 CBT를 마친 후 올해 안에 OBT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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