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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재미 있으면 장땡 아닌가요? 괴짜들의 후속작, 불멸의 전사2

안정빈(한낮) 2016-02-25 10:34:09

"게임은 결국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잖아요?"

 

누구나 아는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맞는 말이다. 굳이 예를 들 것도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재미있는 게임은 언제나 인기를 얻었고, 흥행에 성공했으니까. 근데 말이 쉽지. 그 '재미'란 게 어디 호락호락 눈에 잡히든가? 그래서 누구나 뻔히 아는 이 말을 당당히 꺼내는 개발자는 얼마 없다.

 

"정말 대표님다운 대답이네요"

 

그리고 그 '얼마 없는 개발자' 중 한 명이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다. 전작 <불멸의 전사>에서도 그러더니 후속작 <불멸의 전사2>에서도 '재미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낙천적인 마인드는 여전하다.

 

만약 다른 개발사가 대표였다면 걱정하고 남았겠지만 레드사하라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원래' 이런 조직이니까. <불멸의 전사2> 출시를 앞 둔 레드사하라 이지훈 대표를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

 

■ 괴짜, 고집쟁이, 천생 개발자

 

기자가 레드사하라에 대해 가진 이미지를 몇 가지 단어로 요약하자면 저렇다. 왜 하필 이런 이미지냐고? 그건 전작 <불멸의 전사>의 행보를 찬찬히 훑어보면 알 수 있다.

 

- 13명이 6개월 만에 미드코어RPG <불멸의 전사> 개발 

-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퍼블리셔 없이 게임을 그냥 출시

- 그게 2014년 세븐나이츠, 블레이드, 큐라레 등이 나오던 시기

 

- iOS 검수가 늦어지자 아이폰 유저들에게 기기 대여비 지원

- 확률형 아이템이 업계 이슈가 되자 하루 만에 누적데이터까지 공개

- 하는 김에 아예 확률형 아이템 없는 신규 서버도 추가

 

레드사하라는 퍼블리셔 없이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사다. 전작인 <불멸의 전사>도 그랬고, 이번 타이틀인 <불멸의 전사2>도 그렇다. 이유도 참 간단하다. 답답하니까. 그리고 재미있으면 충분할 거 같아서.

 

덕분에 레드사하라는 <불멸의 전사>를 서비스하면서 퍼블리셔가 없는 자유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유저 피드백은 거의 실시간으로 대응했고, 업계의 이슈에도 남들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이지훈 대표가 아직까지도 '자부심'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불멸의 전사2>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퍼블리셔 없이, 그때그때 가장 재미나 보이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기. 그래서 게임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그냥 베타테스트를 열었다.

 

콘텐츠도 딱히 가리는 거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건 거의 다 보여줬다. 그리고 나서 반응이 나쁘면 빠르게 바꾸자는 생각이다. 레드사하라가 가장 잘 하는 방식이다.

 

이지훈 대표(이하 대표): 다들 느리고 답답한 걸 못 참아요. 퍼블리셔랑 같이 게임을 서비스를 하면 일단 우리 게임만 볼 수가 없잖아요. 의사소통 과정도 한 단계 더 늘어나고,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그때그때 시도해볼 수도 없고. 

 

기자: 그렇다고 보통 출시하고 반 년이나 지난 게임이 뽑기 없는 서버를 따로 열지는 않아요.

대표: 그냥 기획자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겠다, 유저들이 좋아하겠다 싶으면 적용하는 거에요. 물론 고민은 충분히 하겠지만, 매출에 영향 미치는 거 재보고, 수익구조 재보고 하지는 않는 거지.

 

기자: 그러다 실패하면?

대표: 그때가서 다시 바꾸면 되죠. 그게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건데.

 


 

■ 넣고 싶은 건 다 넣은 둘째 자식

 

<불멸의 전사>는 딱 6개월 만에 개발됐다. 그래서 이지훈 대표는 여전히 맺힌 게 많았다. 굳이 전작을 버린 것도 아닌데 <불멸의 전사2>를 개발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보고 싶은 걸 다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 욕심(?)을 반영하듯 <불멸의 전사2>에는 굉장히 많은 시스템이 들어갔다. CG트레일러를 시작으로 캐릭터는 별자리에 따라 스킬이 나뉘고, 속성에 따라 상성이 나뉘고, 세트아이템을 조합해서 육성이 가능하다. 각 캐릭터를 오가며 스킬이 이어지고, 타이밍에 맞춘 조작도 가능하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에도 각종 조합과 육성을 위한 자료들이 쏟아졌을 정도.

 

<불멸의 전사>가 타이밍에 맞춘 스킬 활용으로 동적인 전투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불멸의 전사2>는 파티를 '꾸려나가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불멸의 전사2>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영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화시킬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도 가능하고, 진화 이후에 생길 스킬이나 변경점도 예측이 가능해서 초반부터 앞으로의 파티를 기대하며 차곡차곡 채워나갈 수 있다.

 


 

기자: 그래서 이번에는 한 좀 풀었어요?

대표: 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봤어요. 세계관도 넓혔고, 그래픽은 아예 고쳤고, 별자리별 스킬에 상성에, 궁극기 연계에, 아이템 장착을 통한 고민까지 넣고 싶은 것도 다 넣었어요.

 

기자: 자세한 정보는 어차피 기자간담회에서 한 번 더 나올 듯하니까, 전작에서 제일 아쉬웠던 게 뭐였어요?

대표: 역시 그래픽?

 

기자: 네. 이해가 되네요.

대표: 사실 디자이너들이 가장 불만이 많았던 부분인데 이번에는 충분하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어요. CG트레일러도 만들고, 영웅도 별자리마다 미묘하게 차이를 다 두고.

 


 

■ "테스트 결과요? 서버만 빼면 기대보다 좋았어요"

 

<불멸의 전사2>의 테스트는 레드사하라에서도 기대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변변찮은 홍보도 없는데 테스터 모집이 순식간에 넘쳤고, 결국 테스터를 당초의 3배 이상으로 늘렸다. 덕분에 원하지 않던 서버부하까지 확실히 점검해버렸다.

 

전작부터 연령대가 다소 높은 게임인탓에 카페 등은 조용했지만 메일이나 게임 내 피드백은 활발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은 수준. 오히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은 '게임이 너무 복잡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레드사하라답게 대대적인 수정안도 발표했고, 진행 중이다.

 

기자: 서버점검은 악몽이었죠? 인원도 더 뽑았다가...

대표: 말도 마요. 서버는 정말... 근데 반응은 안 좋았으면 정말 큰일이었어요. 그렇게 애정을 가진 유저들이 모인건데도 반응이 안 좋으면, (웃으며) 그냥 다시 만들어야죠.

 

기자: 테스트때는 게임에 꽤 복잡하던데요? 자기만의 테크트리를 찾을 때까지 헤매는 기분?

대표: 안 그래도 그게 고민이에요. 뭔가 많이 넣은 만큼 뒤로 가야 재미가 있는 구조인데, 유저들을 거기까지 끌고 갈 수 있을 지도 걱정이고. 그래서 자체 위키도 만들고, 초반부 성장도 엄청 빠르게 올리고 피드백 받은 부분은 거의 전부 고치고 있어요.

 

기자: 뭔가 좋은 거 다 먹인 둘째 자식 같은 분위기인데?

대표: 맞아요. 그래도 버릇이 없진 않을 거에요. 그게 우리 집안(?) 내력이니까. 철저하게 유저한테 맞춰주는 거.

 


 

■ ​"​전작이요? 같이 할 건데요? 같이 잘 되면 좋잖아요?"

 

후속작을 준비하는 개발사에서 어중간한 전작은 독(毒)이다. 그건 레드사하라도 마찬가지다.  <불멸의 전사2>를 준비하면서 전작 <불멸의 전사>가 마음에 걸렸다.  매출이 떨어진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플레이하는 유저가 남아있는 한 지금의 레드사하라를 만들어 준 게임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유저가 <불멸의 전사2>로 넘어와 주면 좋겠지만 그건 개발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그래서 레드사하라가 택한 결론은 둘 다 안고 가자는 거였다. 그런데 그 방식이 정말 레드사하라답다.

 

대표: 그래서 후속작 출시에 맞춰서 <불멸의 전사>는 시즌4 업데이트를 하려고요.

기자: ??

 

대표: 선택은 어디까지나 유저 몫이니까요. 

기자: 제가 굉장히 계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보통은 자연스럽게 후속작으로 유도하지 않나요? 그렇다고 <불멸의 전사>가 매출을 잘 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업데이트는 당연한 거지만 후속작 타이밍에 맞춘 전작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좀 많이 의아한데요.

 

대표: 유저는 우리가 의도한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정답이더라고요. 그럼 <불멸의 전사>도 해볼 데까지는 해봐야죠.

 

기자: 만약 그러다 둘 다 어중간하게 되면요?

대표: 그때는 둘 다 재미있게 살려보는 거죠. 더 좋은 거 아닌가?

 

기자: (웃으며) 이럴 때마다 전 레드사하라가 아직 살아있다는 게 더 신기해요.

 


 

 

■ "게임업계가 언제 안 어려운 적 있었나요?"

 

전작은 마케팅조차 없이 성공했던 레드사하라지만 상황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대규모 마케팅은 아니더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게임을 알리지조차 못하고 끝날 시장이다. 그렇다고 TV광고나 물량공세를 계획할 상황이나 성향도 아니다. 재미있으면 된다는 대표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기자: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요. 인터뷰 도중에도 몇 번씩 창밖을 보셨어요.

대표: 사실 밖을 쳐다볼 때마다 우울해지는 건 맞아요. 근데 그럴 때마다 되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기자: 뭔데요?

대표: 게임업계가 언제 안 어려운 적 있었나요? 2014년에 게임 낼 때는 대형 개발사 압박에 어렵다고 했고, 그 후에는 퍼블리셔 아니면 못 살아남는다고 했어요. 또 TV광고는 필수라고 했다가, 10위권 게임들이 안 내려와서 다들 어려울 거라도 하고. 그런데 결국은 다들 살아남더라고요.

 

기자: 맞네요.

대표: 당장 <불멸의 전사2>만 해도 이 게임, 저 게임 다 따지면 출시일조차 정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우리 발 밑만 보고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러고 나서도 안되면 그건 우리가 부족한 거니까 그때 생각하자. 이거죠.

 

기자: 결국 진인사대천명으로 끝나는 건가요?

대표: 그런 셈이네요. 어? 대신 운을 믿자, 될대로 되라 이런 거는 아니에요. 그 차이는 꼭 써줘요.

기자: 알았어요.

 

그러니까 기자가 보는 레드사하라는 괴짜에 고집쟁이에 천생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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