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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엔씨 김형진 상무 “온라인게임,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송예원(꼼신) 2016-03-14 10:56:33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지금 게임업계의 화두는 '생존'과 '길'입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급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에 밀려 생존을 고민하고 있고, 전래 없는 성장을 거듭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많은 개발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의 11주년 기획은 '물음'입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 11주년을 맞아 각각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졌습니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인디게임, VR, 보너스로는 저희 자신에게도요.

 

당장 이 몇 명의 인터뷰가 업계의 모든 시선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시선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1주년까지 곁에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교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다소 쓸쓸해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인력과 비용이 투자된 대작들이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년 째 소수 게임의 독식도 멈출 줄 몰랐다. 많은 개발사들이 PC 플랫폼을 포기했고, 모바일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끝난 것인가? 단언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PC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해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회사도 남아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엔씨소프트다. 지난해 8,400억 원의 매출은 모두 PC 온라인게임에서 나왔다. 내놓는 게임은 드물어도 신작 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낌이 없었고, 드디어 올해는 <MXM> 론칭을 앞두고 있는 상황.

 

엔씨소프트가 말하는 생존 전략은 결국 ‘적자생존’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적응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것. 과연 이들은 어떤 고민 속에서 어떤 해결법을 찾고 있을까? <리니지>부터 최근 <MXM>까지, 2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엔씨소프트 김형진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게임만 잘 만들면 성공하는 시대는 갔다”

 

TIG>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요즘 PC 온라인게임 시장, 어떤 것 같나? 

 

김형진: PC 온라인게임은 시장이 정체되는 속도보다 개발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가 비슷했다. 더구나 북미의 경우 오래전부터 콘솔게임을 PC버전으로 출시하는 정도가 일반화됐고, 단독으로 PC 게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발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다 보니 결국 PC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할만한 게임이 없는 상황이 된 거다. 여전히 좋은 게임이 출시되면 반응은 뜨겁다. 

 

 

TIG> 정작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도 몇 년간 신작이 없지 않았나.

 

김형진: 엔씨가 최근 몇 년간 신작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장이 위축돼서가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엔씨의 신작 론칭 페이스는 비슷했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까지 4~5년을 주기로 메이저급 게임이 나오지 않았나. 이제 <MXM>이 하반기 론칭을 앞두고 있고.

 

그냥 회사의 기조가 그냥 그렇다. 늦어져도 좋고, 비용이 들어도 좋으니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서 내야 한다.  

 

 

 

TIG> 적어도 <리니지2>를 만들던 때와 <MXM>을 만들고 있는 지금의 고민은 다를 것 같다.

 

김형진: <리니지2> 만들 때라 그 때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당시에는 언리얼엔진을 사용하는 것, 3D 그래픽의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새로운 시도이지 않았나. 그럼에도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우리도 저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힘든 건 사실이다. 회사도, 개발 조직도 역량은 높아졌지만 시장의 허들도 높아졌다. 

 

예전에는 게임만 훌륭하게 만들면 잘 될 거라는 희망에 게임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됐다. 이제는 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TIG>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어느정도 완성된 시장이라고 생각되는데.

 

김형진: 맞다.​ PC 게임, 특히 온라인게임은 굉장히 성숙한 시장이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전하고 넓힐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구성된 PC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e스포츠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개인적으로 모바일게임은 e스포츠 시장이 열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보는 사람이 재미 있어야 하지, 플레이 하는 사람만 재미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게임의 완성도나 화려함과는 별개다. 그러나 모바일은 인터페이스 특성상 접근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 콘솔도 PC와 비교하면 패드라는 입력장치에 타협한 인터페이스기에 e스포츠는 어려울 거라 본다. 

 

PC 온라인게임의 전세계 e스포츠 규모는 4억 6,300만 달러에 달한다. (뉴주 2016년 추정 자료)

  

 

■ 결국은 적자생존 “미래전략? 적응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TIG> 자, 그렇게 PC 게임만의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시대에 접어든 이후 PC 온라인게임은 손에 꼽을 성공한 대작​이 없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김형진: 마우스, 키보드라는 입력장치를 기본으로 한 PC는 변하지 않는다. 단, 사용하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 즉 PC게임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PC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는가? 그건 아니다. 데스크톱이 노트북으로 또 최근에는 태블릿 PC까지 사용 방법의 본질은 유지한 채 사용자 환경에 맞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도 사용자의 환경 변화에 적응해나가야 했다. 적어도 3~4년 전 PC환경을 생각하고 만들어서는 안 된다. PC 온라인게임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면 이제는 그에 맞춘 적응력이 필요한 때다.

 

 

TIG> 불과 3~4년 전만해도 게이머들은 자동사냥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컸는데, 모바일게임 시대가 도래한 이후 자동사냥이 없으면 불편해 한다. 이런 부분도 적응해야할 영역 중 하나인가?

 

김형진: 당연하다. 중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웹게임의 경우 전략게임과 RPG가 많은데, 이들 대다수가 자동사냥 중심의 ‘오토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나는 이게 굉장히 진화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워낙 카피가 많다. 윤리적, 법적으로 따지면 이는 큰 문제인데, 결국 그 과정을 통해서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진화했다. 자동사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트리플 A급’ 게임에 대한 니즈도 많지만, 편하게 플레이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게임도 발전해 왔다.   

 


 

TIG> 모바일게임은 비교적 롱텀을 보는 편이 아니다. 반면, PC 온라인게임은 최소 1년 단위의 콘텐츠를 준비해두고 그 다음 1년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길게 보고 달린다. 개발 패턴도 달라져야 하나?

 

김형진: PC 온라인게임도 운영이 훨씬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콘텐츠를 왕창 만들어 놓고 1년 뒤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한다 발표해도 사람들이 기다려줬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안 된다. 실제로 업데이트 주기가 훨씬 짧아지지 않았나. 유저들이 콘텐츠를 소모하고 즐기는 방식에 대해 적응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이 필요하다. 이미 콘텐츠 툴에 대해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서버를 내리지 않고도 콘텐츠를 넣을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한 것 같다. 실시간으로 GM 코멘트로 이벤트를 진행한다든지 말이다.

 

 

TIG> 하지만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콘텐츠에 대한 유저 인식이 달라 업데이트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모바일에서는 엄청 센 사기 캐릭터가 등장해도 허용되는데, 온라인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김형진: <MXM>은 <철권> 같이 1:1 대전이 아니라 다대다로 싸우는 게임이다. 여러 캐릭터가 함께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또 모드를 다양화 해서 각 캐릭터의 쓰임을 달리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하나의 캐릭터를 키워야 하는 RPG류다. 플레이어는 한 캐릭터에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하는데, 느닷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밀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전에 쌓아온 노력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기존과 다른 접근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예 새로운 형태의 RPG가 될 수 도 있는 거다. 엔씨 역시 <리니지 이터널>에서 캐릭터 육성과 밸런스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지스타나 기자 FGT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론칭된 게임 중에서는 <문명 온라인>이 이러한 한계를 잘 극복한 케이스인 것 같다. 

 

  

 

TIG> 최근 PC 온라인게임은 고퀄리티 그래픽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PC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판국에 무거워진 게임들이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고 있는 건 아닌 가 싶다. 

 

김형진: 사양도 적응이 꼭 필요한 높은 산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사들은 퀄리티냐, 최적화된 사양이냐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저사양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쁜 그래픽을 감내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사양’은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한다면 형성할 수 있는 시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내 기억으로는 국내에서 최저사양 옵션이라는 걸 엔씨가 처음 만들었던 걸로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엔 3D 그래픽의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는 게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PC 사양에 맞춰 게임 사양을 맞춰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된 트리플A급을 표방한 게임들이 어느 정도로 최적화에 신경 썼을까? 진부한 질문이지만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적화라는 건 수많은 의사결정을 통해서 버리고 빼내는 과정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 가에 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게이머에게 개발사가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PC에서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게임이 좋은 거다. 

 

 

TIG> PC 온라인게임이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것이 남아있을까?

 

김형진: 물론이다. 예를 들면 첫 클라이언트 용량 문제도 남았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구축된 한국에서야 30~40기가 바이트의 게임을 다운받아 하지, 그 외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게임들을 다운받을 수 있겠나. <길드워>는 스트리밍 방식을 도입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술이 조명 받고 있는데, 내가 만든 화려한 월드를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한다.  

  

TIG> 그런데 이 모든걸 떠나서 최근 몇 년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독식하고 있는 것도 많은 게임사들에게 큰 걸림돌이었다. 돌파구가 있을까? 

 

김형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선점자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로 엄청난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이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사실 게임 자체가 쉽거나 접근성이 높은 장르는 아니다. 그런 면에서 후발주자로서 이들을 뺏어올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 

 

바보 같은 대답인데, 결국은 진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된다.(웃음) 사업을 전략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 “멀티플랫폼은 풀지 못한 숙제, VR은 아직…”

 

TIG> 앞서 모바일과 PC의 큰 차이로 입력방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콘솔게임의 경우 패드 대신 키보드와 마우스만 있으면 그 경계가 무너지는 건가?

 

김형진: 이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콘솔은 환경이라는 장벽이 있다. 거실에 있느냐 방에 있느냐는 큰 차이가 있지 않나. 물론 PC와 콘솔은 어느 정도 융합이 됐고, 앞으로도 더 나은 융합으로 발전될 거다. 

 

 

TIG> 결국 모바일-PC 멀티플랫폼의 시대도 멀지 않았다.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김형진: 모바일은 입력장치에 한계가 있다. PC-콘솔과 달리 PC-모바일의 융합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 사실 이것이 현재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이 갖는 가장 큰 숙제고, 나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도 지난해 김택진 대표가 말했듯 PC-모바일의 융합에 대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전사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 각 프로젝트 별로 연구한다고 보면 된다. <리니지> 모바일팀은 어떻게 PC 버전과 연계될 것인가를, <MXM>팀은 모바일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 인가를.

 

<MXM>은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에 많은 고심을 했던 만큼 방식이 다른 모바일에서는 전혀 다른 버전을 고려 중이다. 

 

 

TIG> 최근 게임업계를 비롯해 IT 업계의 화두는 VR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김형진: VR은 성공하고 말고를 논하기 전에 일단 여러가지 면에서 시기상조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보편화된 모바일게임을 보자. 사실 모바일이라는 기기 자체는 오래전부터 사람들 손에 들려 있었지만, 사람들이 적응하고 지금같이 게임을 즐기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VR도 이런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멀미라는 넘기 힘든 산도 있고. 

 

무엇보다 어떤 콘텐츠가 나오느냐가 핵심일 것 같다. 일단은 작년보다 많이 탐구되고 있긴 하다. 적어도 VR로 FPS 하는 사람들은 없어진 거 보면. 그런 면에서 <썸머레슨>의 하라다 프로듀서는 선구자 같은 느낌이다. (웃음) 

 

 

  

TIG> 모바일과 VR의 결합도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김형진: VR은 인모빌한 물건이라 모바일에는 대척점이 있다. 기어 VR처럼 모바일 전용 VR이 나와도 일단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혼자 있는 환경일 수밖에 없다. 착용하는 모습이 좀... 우스워서 그냥 모바일게임 하듯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착용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오히려 PC나 콘솔에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는 독립된 형태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향후 2~3년 정도는 별도의 입력장치가 필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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