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립되지도 않은 은퇴선수 단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본질을 비껴간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은퇴한 전(前) LG 트윈스 투수 이상훈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온라인 야구 게임의 은퇴선수 라이선스 사용 논란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CJ인터넷 <마구마구>와 네오위즈게임즈 <슬러거>는 최근 자신의 동의 없이 ‘이상훈 캐릭터’를 게임 속에 사용했다는 이상훈의 문제 제기로 인해 해당 캐릭터를 게임에서 삭제했다. [관련기사 ☞ {more}]
하지만 캐릭터를 삭제했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마구마구>와 <슬러거>에는 수 백 명에 달하는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이 그들의 동의 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훈은 “은퇴 선수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 하는 약자들이다. 그런데 <마구마구>와 <슬러거> 측은 이런 무방비 상태의 은퇴 선수들을 이용해서 엄청난 영리를 누렸으면서도, 정작 문제를 제기하자 문제의 본질을 피하고 언론 등을 통해 대중과 한국 프로야구를 기만하고 있다”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 “은퇴 선수 단체를 통한 해결은 미봉책”
이상훈은 현재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가 추진하고 있는 ‘은퇴 선수 대표 단체를 통한 보상 및 라이선스 계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훈은 “게임 업체 쪽에서는 아직 설립되지도 않은 은퇴 선수 대표 단체를 통해 차후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것은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렇지만, 선수 개인의 초상권과 성명권은 단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인에게 있다. 그런 만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은퇴 선수 개개인과 협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두 게임 업체에서는 만약 은퇴 선수가 단체를 통한 해결을 원치 않는다면 해당 선수를 이니셜 처리하겠다고도 하는데. 상식적으로 ‘L.성훈’이든 ‘이성훈’이든 ‘이상헌’이든,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그 캐릭터가 바로 나 ‘이상훈’ 이란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게임을 즐긴다. 이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상훈은 현재 록 그룹의 보컬로, 뷰티숍 ‘클로저 47’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 “개인의 영리 위해 문제 제기한 것 아니다”
이상훈은 개인적인 영리를 위해 은퇴 선수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어떠한 무기 없이 공룡에 맞서는 약자에 불과하다. 내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결코 개인적인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며, 야구팬 여러분들과 게임 유저들에게 은퇴 선수들이 보호 받지 못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도 결코 금전적인 보상을 목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이 역시 결코 개인적인 용도가 아닌, 어려운 야구 후배들을 위해 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상훈은 “이 문제는 은퇴 선수 뿐만 아니라 현역 선수들까지 향후 겪을 수 있는 프로야구 전체의 문제다. 그리고 게임 업체에서는 무단으로 은퇴 선수들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등장시켜 영리를 취득한 만큼, 해당 선수들은 물론이고 게임 유저 및 프로야구 팬들에게도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