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임은 13일 발표회에서 차기작들을 선보였다. 이 날 공개된 신작은 <열혈강호2>와 <아르고>, <WOD>, <발리언트>, <워베인> 등 총 5종. 공교롭게도 모두 RPG다. 엠게임은 자사의 강점인 RPG 개발에 역량을 집중, 글로벌 게임업체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발표회가 끝나고 만난 <아르고>의 개발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개발팀은 “스팀펑크와 PvP 등 눈에 보이는 부분에 집중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개발자가 힘주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짜임새있는 <아르고>의 방대한 세계관이다. 유저들의 게임참여를 높일 수 있는 스토리에 대해 유저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눈치다.
디스이즈게임은 개발사 지포레스트의 3인방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아르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생존을 위한 종족 간의 전쟁
세계관을 꺼내기 전에 미리 살펴보는 <아르고>의 배경 스토리.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간다. 깨진 시공간 틈을 통해 만능광물인 어스듐이 발견된다. 인류는 이 어스듐을 의료/과학/에너지분야에 활용, 문명의 발전을 이룬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되는 법. 인류는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한정된 어스듐을 독식코자 무력 충돌하게 된다. 이윽고 지구는 전란에 뒤덮인다.
전란 속에서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던 거대기업은 선택된 자들을 모아 방공호 ‘아르고’에 대피시킨다. 방공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지구가 다시 정화될 때까지 수 백 년의 시간을 기다린다. 후에 노블리언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한편 전쟁이 끝난 뒤 살아남았던 이들도 오염을 견디지 못한 채 쓰러졌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어스듐의 힘을 빌어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연으로부터 선택 받은 인간 ‘플로레스라’다.
수 백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방공호 아르고에 있던 노블리언들이 지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두 종족이 살아가기엔 어스듐은 부족했다. 결국 두 종족은 자신의 운명을 걸고 전쟁을 벌인다. 여기까지가 <아르고>의 줄거리다.
<아르고>의 기획을 맡은 임송규 실장은 “<아르고>는 기획부터 방대한 세계관을 토대로 제작된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평면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세계관을 전개코자 시간여행 시스템을 토입했다.
한정된 어스듐을 얻으려면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어스듐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바로 깨진 시간의 틈새를 이용한 시간여행이다. 공룡들이 나오는 원시시대 뿐만 아니라 근대 지구의 시간 탐험이 펼쳐진다. 이 뿐만 아니다. 지구를 넘어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도 이어진다. 개발사는 향후 올림푸스 신화 속의 시간여행도 구현할 계획이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만큼 보여줄 다양한 세계들을 구현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유저들은 시간여행 과정에서 역사의 전후 사정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임송규 실장은 “공룡이 등장하는 다소 무리한 설정도 시나리오를 계속 접하면 이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초반에 플레이어는 다른 단체가 갖고 있는 어스듐을 빼앗기 위한 임무를 부여 받는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작은 시공간의 틈새에 빠져 이동하고 그 곳에서 임무를 준 NPC와 해당지역의 과거이야기를 보는 연출이 이어진다.
참고로 시간여행은 인스턴트지역 방식으로 등장한다. 사실상 PvE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게 임 실장의 귀띔이다.
■ 개발인력 100여명, 기획에만 1년 이상
이야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손이 가는 곳이 많아진다. 이는 조직 인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채지영 대표는 “<아르고> 덕분에 처음 5명으로 시작한 개발인원을 100명으로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시간 여행까지 고려하는 복잡한 시나리오는 물론 종족 별로 다양한 문화를 한 게임 안에 녹여내야 한다. 그만큼 손작업이 많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아르고>는 기계문명을 사용하는 노블리언과 자연친화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플로레스라가 동시에 등장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종족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짓지 않으면 게임에 불화가 생긴다. 이를 사전에 막고자 지포레스트는 ‘게임 아이덴티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게임 아이덴티티 프로그램이란 각 종족 별로 문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컬러코드와 리소스 등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자연을 따르는 플로레시라는 돌과 나무, 가죽과 뼈 등 천연재료를 쓰는 반면, 문명을 과시하는 노블리언은 금속제가 주를 이룬다.
재질이나 광택도 두 종족에 따라 다르다. 이렇게 각 종족 별 ‘허용범위’의 선을 긋다 보니 개발초기의 기획 업무가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복잡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꼬이지 않게 전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시간여행도 등장하니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이야기가 줄줄이 어긋난다. 한 번 꼬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덕분에 <아르고>는 첫 원화가 나오기까지 기획 작업에만 1년 넘게 걸렸다. 채지영 대표는 "기존에 제작했었던 다른 게임들에 비해 기획작업에 3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는 오중석 실장은 “게임 아이덴티티 프로그램만 이용하면 이젠 누가 작업을 하더라도 게임에 위화감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초반 샘플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래픽 작업은 중국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복잡한 스토리도 확실히 매듭지었다. 기획일정도 짜임새 있게 잡아 놓은 만큼 매 분기별로 정해진 목표를 이루기도 쉽다. 초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보람을 확실히 느낀다는 오 실장의 답변이다.
■ 게임 곳곳에 사용되는 어스듐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에너지원' 어스듐은 게임 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게임 내에는 수집한 어스듐을 정제해서 보관하는 백팩이 있다. 캐릭터는 백팩안에 든 어스듐을 활용, 고속으로 날거나 높낮이를 무시한 채 이동할 수 있다. 또 어스듐을 소모함으로써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릴 수도 있다.
개인용 승용물에도 어스듐이 들어간다. 정말 '만능자원'
임송규 실장은 “어스듐은 유저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에서 활용돼야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는 세계관 몰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굳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어스듐이 플레이에 도움을 주며 이는 캐릭터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치 세계관에서 나온 노블리언과 플로레시라의 전쟁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어스듐은 어떤 경로로 습득할 수 있을까?
어스듐을 실은 비행선이 광산에서 도시를 향해 날아가면 유저들은 비행선의 이동 경로에 위치한인스턴트 지역에 입장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어스듐의 쟁탈전이 열린다. 한 종족은 비행선을 안전하게 도시까지 수호하는 것이 목표고, 다른 한 종족은 도시에 도착하기 전 어스듐을 강탈하는 게 목표다.
여기서 승리한 종족은 보상으로 어스듐을 얻는다. 유저는 게임 중 어디서나 비행선이 뜨는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유저들이 정해진 필드에 모여 어스듐을 두고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일종의 인스턴트 전장이다.
물론 전쟁이 싫은 유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이동 퀘스트를 통해 어스듐을 구할 수 있다. 또, 시간이동과 전쟁에 익숙치 않은 초보유저들에게는 몬스터를 사냥해서 소량의 어스듐을 얻을 수 있다.
■ 목표는 올해 내 오픈 베타테스트
채지영 대표가 밝힌 <아르고>의 공개시기는 올 여름이다. 여름에 1차 CBT를 연 다음, 올해 안으로 OBT를 실시하는 게 채 대표의 목표다.
국내에서 스팀펑크나 SF 장르가 인기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스팀펑크는 어둡고 칙칙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승산은 있다”고 답했다. 스팀펑크 스타일에 <아르고>의 세계관을 덧붙이면 충분히 ‘편견에서 벗어난 스팀펑크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말이 나온 김에 개발자 3인방에게 <아르고>만의 세계관은 어떤 것이냐고 되물어봤다. 그들의 답변은 의외였다.
“영웅이 아닌 일상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처절하게 싸워야지만 생존할 수 있는, 어쩔 수 없이 전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깝지만 치열한 세계를 그리고 싶다”
스팀펑크는 맞지만 스팀펑크만을 노린 게임은 아니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