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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본 연대기, 대중성 살린 아시아판으로 승부”

익사이트 슌스케 소우 본부장,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 인터뷰

안정빈(한낮) 2009-07-21 19:31:21

2006년 지스타에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스펠본 연대기>는 독특한 세계관과 시스템으로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국내 서비스도 결정됐다. <스펠본 연대기>의 퍼블리싱을 맡은 프록스터 인터내셔널은 한국과 독일의 합작회사였다. 자연스럽게 <스펠본 연대기>의 국내 서비스는 프록스터 아시아가 맡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소식이 나온 지 2년이 지나도록 <스펠본 연대기>의 구체적인 한국 서비스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사이 북미와 유럽에서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따금 동영상과 이벤트가 열렸지만 직접 할 수 없는 게임에 관심을 갖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스펠본 연대기>는 그렇게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스펠본 연대기>의 일본 퍼블리싱을 맡은 ‘익사이트(excite)’가 ‘아시아 버전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 프록스터 아시아 역시 한국 서비스에 아시아 버전을 도입하기로 결심하면서 <스펠본 연대기>의 국내 서비스 시점도 함께 연기되었다.

 

그렇다면 아시아 버전의 <스펠본 연대기>는 무엇이 달라질까? <스펠본 연대기>의 아시아 버전 작업에 한창인 익사이트의 ‘슌스케 소우’ 본부장과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익사이트의 슌스케 소우 본부장,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


네덜란드와 한국의 개발진이 공동으로 만든 <스펠본 연대기>는 매우 독특한 MMORPG이다.

 

우선은 분위기. <스펠본 연대기>는 데드 스펠 스톰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덕분에 맵의 대부분에서는 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인간과 악령의 혼혈인 ‘데비’가 플레이어 캐릭터로 등장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악마들이 마을을 침공하는 등 캐릭터와 이야기도 다분히 세기말적이다.

 

북미/유럽에서 론칭된 <스펠본 연대기>의 스크린샷.

세기말적인 분위기는 게임의 모든 곳에서 느껴진다.

 

시스템적도 독특하다. <스펠본 연대기>는 FPS 게임의 논타겟팅 방식과 함께 스킬콤보 방식을 도입했다. 스킬콤보란 미리 몇 개의 스킬덱을 마련해 두고 전투 도중 덱에 있는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익사이트의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는 <스펠본 연대기>의 이런 독특함이 오히려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대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펠본 연대기>는 북미와 유럽 서비스에서도 대중성과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의 익사이트가 <스펠본 연대기>의 아시아버전을 만들게 된 계기다.

 


■ “아시아 버전은 보다 대중적일 것

 

아시아버전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캐릭터의 이미지를 바꿨다. 인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이미지 변경이 가해졌다. 서양식 게임이라는 위화감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외관만 꾸미는 데 사용됐던 <스펠본 연대기>의 장비들에 성능을 부여했다. 일반 MMORPG처럼 아이템을 얻는 즐거움과 목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변화다.

 

플레이 방식도 달라졌다. <스펠본 연대기>는 스토리와 솔로잉 중심의 게임이다. 게임의 대부분이 메인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 수준이 비슷한 유저가 아니라면 서로 힘을 합치기도 어렵다. 레이드 몬스터도 없고 PvP인 아레나도 1:1로 진행되는 탓에 굳이 파티플레이를 할 이유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멀티플레이가 되는 싱글 RPG’에 가깝다.

 

때문에 일단 유저 간의 커뮤니티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길드에 가입했을 때의 특전을 만들고 아레나를 팀 방식으로 바꿨다. 파티를 위한 레이드 시스템과 던전도 추가했다.

 

<스펠본 연대기>의 아시아 버전 캐릭터 일러스트.

 

조작방식도 문제였다. 독특한 것은 좋지만 MMORPG에서 액션 게임에 가까운 조작을 하다 보니 손이 금새 피곤해지고 컨트롤이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계획 중인 것이 ‘타겟팅 모드’의 추가다.

 

FPS 방식의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나 굳이 화려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편안한 타겟팅 모드’를 사용하고, 컨트롤이 손에 익거나 중요한 상황에서는 ‘논타겟팅 모드’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부분을 고치다 보니 아시아 버전을 위한 개발인력이 60명, 개발기간도 2년을 넘었다. <스펠본 연대기> 전체 개발인력 120 명의 절반 수준이다. 슌스케 소우 본부장은 “익사이트에서도 올해에만 두 개 타이틀의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스펠본 연대기>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전력투구’인 셈이다.

 


■ “게임성에 대한 우려는 접어 두라

 

너무 많은 부분이 달라지면 오히려 <스펠본 연대기> 특유의 게임성을 해치지는 않을까? 특히 국내에서는 해외 온라인게임의 캐릭터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도 있다. 이미 <에버퀘스트 2>가 아시아 버전을 만들었다가 유저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왼쪽 사진)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의 MMORPG는 대부분 비슷한 세계관과 직업관,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MMORPG’와 차별화한 <스펠본연대기>의 장점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분히 강력한 컨텐츠라고 생각하는 솔로 플레이 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새로운 조작 방식도 옵션을 통해서 ‘유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세계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스펠본 연대기>의 고유 종족인 악령과 인간의 혼혈 데비족은 아예 이미지 변경에서 제외했다.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는 “아시아 버전 개발자 중에 <스펠본 연대기> 초기부터 참가한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원작자’가 참여한 만큼 게임성을 해칠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스펠본의 매력은 컨텐츠 확장과 세계관

 

그렇다면 익사이트는 왜 <스펠본연대기>를 선택한 것일까? 타시로 프로듀서는 “나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낀 게임이니까”라며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기존의 온라인게임에 비해서 ‘확실히’ 이색적이다. 세계관부터 시스템까지 차별점도 가득하다. 온라인게임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시나리오 진행도 탄탄하다.

 

이런 게임이 일본에서는 단순히 서양게임으로 분류되고 크게 주목 받지 못 하는 게 아쉬웠다고 한다. 다행히 <스펠본 연대기>의 클라이언트는 추가 컨텐츠를 집어넣기 매우 좋은 구조였고, 거기서 착안해 ‘아시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버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 프록스터 아시아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원활히 이뤄지는 중이라고.

 

슌스케 소우 본부장(왼쪽 사진)은 “일본이나 한국 시장을 보면 비슷한 온라인게임이 많은데 <스펠본 연대기>는 기존의 3D 게임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잘만 다듬으면 <아이온>이나 <프리우스>와도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본다”며 아시아 버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펠본 연대기>의 아시아 버전은 올해 내로 일본에서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일본에서의 테스트가 끝나면 이어서 한국 테스트가 시작된다. 이후 아시아 버전은 북미·유럽의 <스펠본 연대기>와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계획이다.

 

2년 이상 유저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스펠본 연대기>가 아시아 버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타 타시로 프로듀서 스스로가 ‘팬’임을 자처한 이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지켜보자.

 

<스펠본 연대기>의 아시아 버전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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