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오픈마켓 앱스토어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가 만든 게임을 자유롭게 올려서 전 세계 유저들에게 선보일 기회의 땅입니다. 동시에 엄청난 경쟁으로 도태되기도 하는 잔인한 땅이기도 합니다.
매일 20개 이상의 유료 게임이 쏟아지는 앱스토어에서 한국 게임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성과입니다. 컴투스와 게임빌은 지난 해부터 앱스토어에 진출하여 천천히 그들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렸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죠.
소리 없는 전쟁터 앱스토어에서 혈혈단신으로 싸우는 인물이 있습니다. 컴투스의 임동욱 과장인데요, 미국에서 잠깐 귀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컴투스 본사로 찾아가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1인 지사의 형태로 컴투스를 미국에 알리고 있는 그를 만나 미국 모바일 시장에 대한 궁금증과 컴투스의 미국 전략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기획팀 김주호 기자
※ 이번 인터뷰는 미국 지사의 임동욱 과장(오른쪽)과 한국 해외사업부 글로벌사업팀의 구준우 팀장(왼쪽)이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9개월 노력 끝에 이룬 미국 시장 진출 |
TIG> 미국 진출은 언제, 어떤 계기로 진행됐나요?
임동욱 과장(이하 임동욱): 2003년 AT&T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2005년 1월에 1인 지사형태로 미국지사를 설립했습니다.
TIG> 주요 활동과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임동욱: 처음에는 1인 지사로 시작했다가 많을 때는 6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2007년 말부터 1인 지사로 변경되었고 지금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지사장이자 지사원으로 있는 셈이지요.(웃음)
현재 주로 하는 일은 아이폰 관련 사업이며, 애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미국 휴대폰 시장에도 관여하는데요, 얼마 전 디즈니와 제휴를 맺고 모바일 게임은 디즈니를 통해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TIG> 미국지사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즐거웠던 경험이 있었다면?
임동욱: 아무래도 컴투스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미국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이는 마케팅 수단으로는 컴투스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무리가 있었고요. 그러나 현재는 디즈니와의 제휴를 통해 그런 부분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미국에서 잘 알려진 디즈니의 파트너 업체라고 하면 비즈니스 하기에도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업 진출 초기에 비하면 상당히 편해졌죠.
버라이존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갖가지 경로를 이용해서 접촉하다가 겨우 담당자와 만날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바로 LA에서 비행기를 타고 버라이존이 있는 뉴욕으로 갔습니다. 담당자는 저희 업체가 뉴욕에 있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약속시간도 가깝게 잡았는데, LA에서 왔다고 하니 매우 놀라더군요. 게임을 보여주니 흡족해하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했습니다. 9개월 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죠.
TIG> 미국에서 혼자서 업무를 보면 아무래도 힘든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임동욱: 크게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인력이 필요한 업무가 있을 때는 본사에서 사람이 오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면 아무래도 시차 문제겠죠. 미국 현지 일이 끝나면 퇴근하자마자 또 한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쉴 틈이 없다는 게 조금 힘든 점이라고 할까요.
TIG> 현재 컴투스의 미국 내에서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임동욱: 업체와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무리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컴투스가 소비자에게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기까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준우 팀장(이하 구준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컴투스의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던 14살의 소년이 팬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소년은 직접 컴투스의 게임을 홍보해 주기도 하고 관련 포럼을 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 꾸준히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컴투스의 미국 시장 자리잡기 |
TIG> 미국에는 게임빌도 진출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컴투스와의 선의의 경쟁자이지만 미국에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임동욱: 디즈니와 파트너쉽을 맺고 게임을 공급하기 전에 AT&T(미국의 2위 이동통신업체)에 게임을 직접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T&T 정책상의 문제로 공급망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게임빌이 남고 저희가 떨어지게 되었는데요, AT&T에서도 게임성이 좋으니 다른 업체를 통해 퍼블리싱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들어와서 게임을 퍼블리싱할 업체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같은 한국기업인만큼 이럴 때 뭉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게임빌과 파트너쉽을 맺게 되었고 게임빌이 컴투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요.(웃음)
TIG> 마케팅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나요?
임동욱: 홍보기사는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이폰이나 모바일 쪽으로 전문 잡지가 없어서 웹진 위주로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USA투데이’라는 유명한 일간지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스포츠 주간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베이스볼 슬러거>를 올스타 리그의 홈런 더비가 있던 주간에 표지광고를 했는데, 제법 효과가 있었습니다.
구준우: 게임을 제작하면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베이스볼 슬러거>는 25명 정도가 베타테스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1000여 건의 리포트가 올라왔는데, 이걸 대부분 반영했습니다. 미국에선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베타테스터는 단순 테스트만 할 뿐, 그들이 보내온 리포트는 대부분 반영이 안 된다고 합니다. 테스트에 참가한 테스터들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칭찬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코어 유저들이 소문을 내 주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진 일도 있었습니다.
TIG> 국내에선 WIPI로 만들면 이동통신사에 상관없이 서비스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떤가요?
구준우 : 버라이존은 BREW 플랫폼을 사용하고 AT&T와 T모바일은 자바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요, 그래서 ‘위버’라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위버는 플랫폼 간의 전환을 자유롭게 해 주는 시스템인데요. 위버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80% 정도는 변환이 완료됩니다. 그리고 나서 가볍게 수정해 주는 것으로 작업이 끝납니다. 이것은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위버를 활용해 시간과 인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앱스토어는 기업에게도 매력적인 시장 |
TIG> 현재 MS의 Windows Mobile,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블랙배리 5개 정도의 스마트폰 시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플랫폼에 대한 전략을 듣고 싶습니다.
임동욱: 현재는 애플의 아이폰을 주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쪽은 고려하거나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블랙배리는 미국에선 대부분 비즈니스 용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게임을 하려는 수요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노키아의 심비안은 미국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노키아의 제품들은 유럽과 동남아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 시장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TIG> 애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자유롭나요? 또, 컴투스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임동욱: 앱스토어에서 성공하기 위해 꾸준히 타이틀을 출시했고 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애플에서도 컴투스에게 많은 배려를 해 주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컴투스 게임의 배너는 저희가 돈을 들여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애플에서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이폰의 기능을 살린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좋아하는 애플은 컴투스의 게임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OS 3.0도 공개되기 이전에 애플로부터 받아서 개발에 이용할 수 있었을 정도로 사이가 좋습니다.
애플에는 개발자들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는데요,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컴투스가 그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파트너에 포함된다는 사실입니다.
TIG> 미국과 달리 한국은 올 여름 이후에 아이폰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아이폰이 얼마나 반항을 일으킬지 많은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아이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임동욱: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팔 정도입니다. 얼마 전 발매된 신형 아이폰도 줄을 서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금새 동이 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유가 안 되는 청소년들은 아이팟 터치를 구매하고 어른이 되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가 될 정도입니다.
아이폰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가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 있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큰 효용을 보여 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TIG> 컴투스에서 나온 아이폰 게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임동욱: <미니게임천국> 1편을 아이폰용으로 만든 <아이게임팩: 세븐 포원>과 <붕어빵 타이쿤>을 미국형으로 바꾼 <크레이지 핫도그> 등 7종의 게임이 발매 중입니다. 최근에는 홈런 더비를 배경으로 한 <베이스볼 슬러거>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앱스토어에서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구준우: <베이스볼 슬러거>의 네트워크 이용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최근에 서버를 늘렸습니다. 시간대에 상관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대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접속자 수가 많아서 저희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TIG> 앱스토어는 오픈마켓이어서 모두가 경쟁자입니다. 그 중에도 메이저 업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임동욱: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개인 개발자에서 각국의 여러 모바일 업체가 순위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은 누가 메이저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비디오게임을 제작한 몇몇 업체는 브랜드 파워가 있어서 자주 언급되지만, 비디오게임의 수준의 퀄리티는 아니어서 오랫동안 순위권에 머무르진 않습니다.
TIG> 국내에는 현재 MS의 Windows Mobile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Windows Mobile용 게임의 출시 계획은 없는지요? 안드로이드 쪽도 함께 알고 싶습니다.
임동욱: 국내에도 현재 앱스토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Windows Mobile은 앱스토어에 상관없이 만들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군데의 앱스토어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는 시장이 확실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구준우: 안드로이드 쪽은 현재 준비 중입니다. 조만간 관련해서 소식을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