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필드, 도시, 던전을 포함하는 배경이다. 유저들의 주무대는 광대한 필드이며, 그 월드가 얼마나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 있느냐에 따라 게임의 몰입도가 달라진다.
직접 만난 테라의 배경팀은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보였다. 지역을 이동할 때 로딩이 없는 심리스(seamless) 월드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배경을 만들어내는 업무량이 방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더 괴롭히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욕심이었다. 그리고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디스이즈게임 나인테일
TIG> 테라 월드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졌나?
손광재(배경 원화 파트장): 보통 제작 초기에 무작위로 원화들이 나오는 프리 프로덕션이라는 단계가 있다. 그러한 원화들에서 전체적인 월드에 대한 영감을 받게 되고 차차 구체적인 월드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TIG> 월드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이양훈(배경 월드 파트장): 1차 CBT의 주무대였던 여명의 정원을 포함해 현재까지 스크린샷을 통해 공개된 지역이 전체 5%에도 못 미친다. 2차 CBT에서는 더 많은 지역이 공개될 예정이다.
TIG> <테라>의 월드 제작 환경은 어떠한가?
이양훈: 보통 MMORPG들은 콘솔 게임이 보여주는 만큼 많은 부분을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테라>는 상당 부분 개선된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허용치가 더욱 높아졌다. 덕분에 콘솔 게임과 거의 유사한 표현을 할 수 있었다.
▲ 왼쪽부터 유선욱 파트장, 손광재 파트장, 이양훈 파트장.
TIG> 다양한 배경 콘셉트가 공개되고 있다.
손광재: 초반 사냥터는 가장 일반적인 콘셉트를 갖고 있었다. 기존 MMORPG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훨씬 다채로운 배경이 등장한다. 유저들이 가장 처음에 접하게 되는 여명의 정원을 지나게 되면 더욱 스펙터클한 배경을 접하게 될 것이다.
TIG> 다른 MMORPG와 차별화될 수 있는 배경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양훈: <테라>의 월드는 사냥터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다. 상당히 많은 색상을 사용하려고 했고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를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최대한 실제 세계와 비슷한 모습을 만들고 더욱 많은 유저들에게 흥미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TIG> 콘셉트가 서로 다른 지역의 경계는 어떻게 처리되나?
이양훈: <테라>의 월드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간단한 예를 들면 긴 동굴을 지나가면 새로운 느낌의 사냥터가 나오는 식이다.
TIG> 배경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이양훈: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개발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배경팀은 현재도 밤을 새워 가며 개발하고 있다. 진짜 승부는 완성 뒤에 유저들이 실제로 느끼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미비한 부분들을 최대한 보완해 나갈 것이다.
▲ 블루홀 스튜디오 배경 원화 팀원들.
TIG> 공개된 스크린샷으로 미루어 볼 때 도시의 크기가 상당할 것 같다.
유선욱(배경 아키텍처 파트장): <테라>에는 세 개의 대도시가 존재한다. 단순히 커다란 도시가 아니라 실제 대도시 느낌의 거대한 공간이다.
TIG> 도시 뿐만 아니라 일부 건축물도 거대하던데.
유선욱: 가장 이상적인 것은 리얼한 것이지만, 너무 리얼하면 금세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판타지적인 환상성이 들어가게 된다. 커다란 장소를 만들 때는 동선의 문제가 따른다.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큰 장소지만 게임에서의 동선은 짧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3개 대도시도 최대한 동선이 짧아지도록 연구를 많이 했다.
TIG> 도시가 갖는 특별한 기능이 있는가?
유선욱: 대부분의 게임을 보면 도시가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도시는 잠시 들르는 곳일 뿐 주무대는 필드가 된다. <테라>에서는 도시가 버려지지 않도록 많은 기능을 추가했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TIG> 던전은 어떤 모습인가?
유선욱: <테라>의 경우 던전에만 있는 몬스터들이 다수 존재한다. 던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해당 몬스터와의 조화를 고려해 제작된다. <테라>는 기존의 MMORPG보다 비주얼적인 면을 더 살린 던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TIG> <테라>의 아키텍처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유선욱: 감성적인 부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게임 속에 나오는 건물을 실제로 짓는다면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건축물을 표현하고자 했다.
TIG> 원화가 추구한 아키텍처의 방향도 이와 같은가?
손광재: 그렇다. 원화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만들 수도 있는 것을 그리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게임 내 모든 것에 사실적인 존재감을 주고 싶었다. 이 부분은 배경팀도 같을 것이다.
▲ 블루홀 스튜디오 배경 월드 팀원들.
TIG> <테라>의 월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양훈: 심리스 월드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월드이다. 다양한 기후의 모습이 <테라>의 월드에 녹아 있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 밖의 모든 요소에도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TIG> 그렇게 만드는 실제 작업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이양훈: 물론 많았다. 심리스 월드에서 모든 배경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다 보니 작업량이 엄청나다. 심리스 월드와 어우러지는 배경의 모습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제작 방면으로는 상당히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테라>를 여행하는 유저들은 게임의 월드를 실제로 탐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손광재: 심리스 월드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웃음). 배경팀에게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사실 배경은 MMORPG에서 원만한 제작을 가장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목표는 근사하지만 단기간에 방대한 월드를 제작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 블루홀 스튜디오 배경 아키텍처 팀원들.
TIG>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손광재: 다시 말하지만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일단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
TIG> 스케줄은 프로젝트 상의 문제인가?
손광재: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배경팀 스스로 눈높이가 높은 것도 한몫을 했다. 다들 자신의 일에 대한 목표치가 높은 상태라 작업한 결과에 만족을 못 하는 것이다.
TIG> 배경팀의 업무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는가?
이양훈: 배경팀이 각 파트별로 나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배경은 그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로 작업할 수가 없다. 개인의 작업이 아닌 공동의 작업이다.
TIG> 1차 CBT 이후 피드백들은 어떠했는가?
이양훈: 유저들의 수많은 피드백이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진흙 위를 걸어가면 다리에 진흙이 묻는 효과를 얘기한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당장에라도 게임에 반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배경팀의 문제는 언제나 시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