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프로젝트 앨리스>로 공개됐던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가 지난 12월 말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습니다. 보기 드문 ‘말 소재 레이싱’ 장르를 표방하는 <앨리샤>는 첫 테스트였음에도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을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렇다면 <앨리샤>의 향후 발전방향은 무엇일까요. 2차 CBT는 언제쯤 할까요. 디스이즈게임은 <앨리샤>의 개발을 총괄하는 엔트리브소프트의 서관희 이사, 박세환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왼쪽부터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 이사, 박세환 디렉터.
1차 CBT의 목적은 “주행 시스템 검증”
TIG> 2007년에 처음 게임을 공개하고 나서 거의 2년 만에 CBT를 진행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서관희: 2004년에 진행했던 <팡야>의 CBT 이후 오랜만에 온라인 게임의 CBT를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테스트를 진행했다.
유저들의 반응이 좋고 주변의 평가도 괜찮은 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유저들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이 얼떨떨하다.
박세환: 테스트 이전에는 “우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요소들을 과연 유저들도 재미있어 할까?”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많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유저들 반응도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욱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TIG> 지난 1차 CBT의 목적, 혹은 검증해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서관희: 아무래도 비슷한 게임이 없다 보니까 우리가 만든 ‘주행’과 ‘레이스’를 유저들이 재미있어 하는지를 검증하고 싶었다. 그리고 ‘슬라이딩’이나 ‘글라이딩’ 같은 여러 다양한 액션들을 잘 학습하는지의 여부도 확인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CBT 기간에 테스터들의 플레이 패턴과 조작 성향 등 남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자료로 남겼다. 현재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TIG> 그렇다면 분석 결과 재미있는 사항이 나온 것은 있는가?
박세환: 아직 분석을 마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밝히기는 힘들다. 다만, 전반적으로 다양한 액션에 대한 유저들의 ‘학습 속도’는 튜토리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빠른 것으로 나왔다.
테스트 이전에는 유저들이 스피드전보다 마법전(아이템전)을 많이 플레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결과를 보면 오히려 스피드전을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유저들이 ‘주행’ 그 자체를 즐기고, 코스를 공략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말이 등장하는 게임은 모두 해 봤다
TIG> 1차 CBT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특히 ‘주행’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따로 비결이 있었나?
서관희: 특별한 비결이란 것이 있을까? <앨리샤>의 개발을 시작한 4년 전부터 끊임 없이 고민하고,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적의 밸런스와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다.
박세환: 실제로 <앨리샤>는 개발 도중 ‘굉장히 캐주얼한 주행’은 물론이고 ‘실제 말의 움직임을 따라한 굉장히 하드코어한 주행’까지 여러 가지 주행 시스템을 만들어 봤다.
그 중에서 선택된 것이 지금의 주행 시스템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주행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많은 보완 작업을 거칠 것이다.
TIG>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참고한 게임이 있다면?
서관희: ‘말’이 등장하는 게임은 모두 해 본 것 같다. 심지어 <WoW>까지 해 봤다(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주행 시스템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주거나, 참고한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앨리샤>는 기본은 레이싱 게임이지만, ‘말’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고, 또 그 안을 보면 ‘글라이딩’이나 ‘슬라이딩’ 같은 다양한 액션이 제공된다. 이런 게임은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콘솔 게임을 뒤져 봐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일단 만들고, 내부적으로 계속 재미를 검증하면서 튜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박세환: 이 때문에 <앨리샤> 개발팀은 매주 내부적으로 모든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 대회를 진행하고 주행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TIG> 확실히 <앨리샤>는 지금까지 거의 시도되지 않은 소재를 선택했다. 따로 이유가 있나?
서관희: <팡야>를 만들고 나서 어떤 신작을 만들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했다. 본격적인 개발 시작 전의 ‘콘셉 동영상’도 많이 만들어서 내부에서 시연해 봤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 바로 ‘말을 타고 자연을 달린다’는 콘셉의 영상이었다.
소재가 참신한 것도 있지만 개발자로서 다양한 상상이 떠올랐고, 특히 “자연을 시원하게 달린다”는 콘셉이 마음에 들었다. 도시인의 삭막한 감성을 풀어준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해서 <프로젝트 앨리스>, 지금의 <앨리샤>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TIG> 개발 도중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서관희: 사실 <앨리샤>는 ‘말을 타고 자연을 달린다’는 콘셉 외에는 구체적인 게임의 목적이나 방향성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그렇다 보니 무엇보다 ‘방향성’을 잡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개발팀 안에서도 “대체 우리 게임의 핵심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끝없이 나올 정도였다.
박세환: 개발하고 싶었던 것이 너무 많았다고 할까. 실제로 내부에서는 이번 1차 CBT에서 보여준 것 외에도 개발한 요소들이 굉장히 많다. 이런 다양한 요소 중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가 “일단은 주행에 집중하자”였고, 그래서 이번 1차 CBT에서는 무엇보다 주행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앨리샤>는 ‘말을 타고 자연을 달린다’는 콘셉에서 시작되었다.
몬스터와의 전투, 기회가 되면 구현하고 싶다 |
TIG> 지난 2007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영상을 보면 ‘몬스터와의 전투’가 있었다. 이 부분은 향후 구현이 되는지 궁금하다.
박세환: 실제로 ‘몬스터와의 전투’는 프로토 타입도 여러 번 만들었고, 지금도 개발팀 내에서 ‘만들자’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은 일단 ‘주행에 집중하자’고 방향성을 잡은 만큼, 향후 구현 여부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서관희: 개인적으로 ‘전투’는 정말 구현하고 싶다. 하지만 여러 번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해 본 결과, 전투가 들어가면 일부 마니아들만 재미있게 즐긴다는 문제가 있어서 고민이 많다.
다행인 것은 <앨리샤>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은 오픈 베타, 심지어 상용화 이후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향후 유저들의 새로운 요소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처음 공개됐던 <앨리샤>의 원화. 몬스터와의 전투가 그려져 있다.
TIG> ‘말과의 교감’을 강조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난 CBT에서는 말과 교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
서관희: 말과의 교감은 다음 테스트부터 차근차근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 방향성을 설명하자면 <앨리샤>는 레벨업이나 경험치, 포인트 등을 통한 ‘강제적인 교감’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교감 포인트를 쌓고 말의 능력치를 올리고, 기타 다양한 혜택을 받는 식으로 시스템을 만들면 그건 이미 ‘교감’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동물과의 교감이라고 하면 ‘오래 같이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기는’ 그런 정서적인 코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동물이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봐 주고, 꼬리를 흔들어 주고. 여기에서 교감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자연스러운 교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만드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TIG> 1차 CBT에서도 육성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사실 완성된 시스템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육성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할 생각인가?
박세환: <앨리샤>의 육성 시스템은 크게 보면 ‘말’의 육성과 ‘캐릭터의 육성’ 그리고 ‘목장’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정말 기초적인 것만을 선보였는데, 앞으로 차근차근 시스템을 구현해서 보여줄 생각이다.
참고로 육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역시 ‘말’이다.
말은 기본적으로 유저들의 관리를 통해 성장하게 되는데, 성장한 말은 교배를 통해 자손을 남길 수 있다. 자손은 부모의 특징들을 몰려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이 다시 한번 교배하면 다음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관리와 교배를 중심으로 유저들이 말 육성의 재미를 최대한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할 것이다.
TIG> 1차 CBT에서는 다양한 맵을 제공했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개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박세환: 지난 CBT에서 공개한 맵들은 <앨리샤> 개발 초기에 가장 먼저 만들었던 것들이다. 아무래도 게임 초기에 ‘자연을 달린다’는 콘셉으로 디자인한 것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소에서 달리는 느낌은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양한 테마의 맵들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다.
서관희: <앨리샤>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맵 디자인에 있어서 비교적 풍부한 상상력을 담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주’와 같이 지나치게 앞으로 나간 맵을 만들 생각은 없다. ‘코스 공략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개성의 맵들을 선보일 것이다.
경마 시스템, 구현할 생각 없다 |
TIG> 앞으로 추가될 게임 모드는 무엇이 있나. 혹시 경마 모드도 들어가는가?
서관희: 새로운 게임 모드는 당연히 많은 것들을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경마 시스템은 전혀 구현할 생각이 없다. 경마가 <앨리샤>의 콘셉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비중을 두고 있는 게임 모드는 ‘대회’다.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지금까지 온라인 레이싱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방식의 대회 모드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앨리샤>가 다른 레이싱 게임에 비해 확실히 ‘보는 재미’는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TIG> 향후 서비스 일정은? 다음 테스트에서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요소들은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서관희: 일단 다음 테스트는 가능한 1분기 안에 한 번 더 진행할 생각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테스트나 오픈 베타는 아직 미정이다. 향후 테스트 결과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박세환: 1차 CBT가 반응이 좋은 덕분에 개발팀 내부에서도 기대치가 높아져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 현재 2차 CBT 때 구현할 요소에 대해 내부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는데, 아무래도 다음 테스트는 ‘말의 육성·교배’와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TIG> 마지막으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의 게임으로서의 지향점과 최종 목표는?
박세환: 굉장히 많은 것들을 개발했지만 1차 CBT에서 보여준 것은 사실 정말 적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생각한 ‘말’로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유저들에게 모두 선보이고 싶다.
서관희: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까 “여기까지 만들면 끝” 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이전에 만들었던 <팡야>만 하더라도 오픈 베타 시작 시점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바뀌었다. <앨리샤> 역시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으로는 <앨리샤>가 최고의 ‘말’을 소재로 하는 온라인 게임, ‘말 게임’하면 <앨리샤>가 떠오르게 되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팡야>가 그랬듯, 온라인 게임 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이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다양한 프랜차이즈로 발전하는 것도 꿈꾼다. 정말 게임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