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유독 메카닉 게임에 차갑다. 메카닉 장르를 달고 나온 게임의 수도 적을뿐더러 성공한 게임의 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2월 18일부터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코즈믹 브레이크> 역시 마찬가지다. 테스터의 대부분은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부터 접속했던 골수 팬들이었고, 신규 유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즈믹 브레이크>의 개발을 총괄하는 이민호 PM 역시 만족스럽지 못 한 성적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난처함이나 조급함을 찾아 보기는 어려웠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콘텐츠가 많고, <코즈믹 브레이크> 자체가 ‘유저생산콘텐츠(UCC)’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란다.
초창기에 모인 매니아 유저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를 원동력 삼아서 오랜 시간 동안 차근차근 유저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눈앞의 접속자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람이 찾아올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가겠다는 이민호 PM. 그를 만나 <코즈믹 브레이크>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윈디소프트 이민호 PM.
■ 코즈믹 브레이크의 힘은 UCC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일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얼마가 들어와도 만족 못 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주로 마니아 유저들이 찾아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폭발적으로 터지지는 않았어도 꾸준히 유저들이 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표정이 여유롭다. <코즈믹 브레이크> 자체가 매니아들이 제작한 콘텐츠와 공략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코즈믹 브레이크>에서 개발사는 다양한 놀거리를 ‘제시만’ 한다. 이를 가공하고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유저들의 몫이다.
예를 들자면? 대표적인 예가 조립이다. <코즈믹 브레이크>에서는 유저가 직접 자신만의 메카닉을 만들 수 있다. 현재 60여 종의 로봇이 있으며 이 로봇들을 총 5부위로 분해하거나 재조립할 수 있다. 독립된 파츠와 무기도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 조립할 수 있는 로봇의 패턴은 수천 가지에 달한다.
<코즈믹 브레이크>에서는 유닛의 스킨을 직접 디자인하거나 아예 파츠의 외형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이쯤 가면 유저가 유닛의 디자인을 스스로 결정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1년 전부터 서비스를 진행 중인 일본에서는 건담이나 에반게리온 등 각종 유명 로봇의 스킨과 외형을 공유하는 유저들도 많다.
이 밖에도 유저가 직접 다양한 보물을 찾아야 하는 탐험 모드나 숨겨진 파츠 입수 조건 등 유저들이 스스로 ‘찾아 내야 하는 요소’들도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한 유저들의 공략이 늘어날수록 게임은 더욱 풍부해지는 셈이다.
개발사에서 그만큼 다양한 ‘놀거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인데? <코즈믹 브레이크>는 다양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30:30의 진영별 대전은 물론 PvE 모드인 미션과 보스토벌 모드, 탐험모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췄다. 개조나 파츠강화 등 어지간한 메카닉 게임에 있는 시스템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콘텐츠의 양도 확실하다. 60여 대의 메카닉을 비롯해 다섯 가지 난이도와 4~7개의 스테이지를 가진 40분 분량의 미션 2개, 30분 분량의 미니 미션 2개를 갖추고 있다.
탐험 모드 역시 총 134개의 맵을 자랑하며 지속적으로 보스토벌전을 추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메카닉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갖가지 방식으로 놀 수 있는 게임’ 정도가 되겠다.
■ 미소녀 + 메카닉 = 코즈믹 브레이크?
홍보 당시 ‘여성형 유닛’ 덕분에 입소문을 많이 탔다. 인정한다. 이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코즈믹 브레이크>를 개발할 당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접근성이었고, 일본 개발사에 필요한 것은 유저들에게 게임을 각인시켜 줄 확실한 ‘포인트’였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접점이 ‘인간형 로봇’이었던 셈이다. 참고로 여성형 로봇 말고 미소년 로봇도 있다. 미소녀 로봇이 먼저 개발된 것뿐이다.
덕분에 취향이 확실하게 나뉘는 두 장르(미소녀, 메카닉)를 다 섭렵했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다만 지나치게 여성형 로봇만 이슈가 된 듯해서 걱정이다. 이제는 다른 로봇들도 내세우면서 ‘덕스러운 이미지’를 좀 줄여 나가야지 싶다.
미소녀 콘셉트를 버리겠다는 뜻인가?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그냥 미소녀 로봇도 <코즈믹 브레이크>의 한 장르 정도로 여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코즈믹 브레이크>의 로봇들은 매우 다양하고 파격적이다. 포탑 같은 거대 로봇이 있는가 하면 다른 로봇의 발목 정도 크기에 그치는 매우 작은 로봇도 있다. 아예 로비용으로만 만든 엽기적인 기체도 많다. 다양한 기체를 마음대로 조립하고 강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내세운 게임인데 미소녀 기체만 사용해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다행히도 실제 게임 내에서는 다양한 유닛들이 골고루 사용되고 있다.
원작이 없어서 기체 만들기는 쉬울 듯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원작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자유롭게 유닛을 개발할 수 있는 건 맞다. 엽기적이라고 할 수준의 기체들도 상상만 하면 다 만들 수 있으니….
다만 개발사인 사이버스텝의 생각이 지나칠 정도로 ‘모범적’이다. 부품의 색만 바꾼다거나 유닛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실제로 <코즈믹 브레이크>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기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미소녀 기체인 크림로제가 유일한 예외인데, 이 역시 종류에 따라 공격패턴이나 동작들을 일일이 새로 작업해 주고 있다. 일종의 장인정신이랄까?
일본의 사이버스텝에서 개발한 게임이라 국내 취향에는 맞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코즈믹 브레이크>가 일본에서 서비스되기 1년 전부터 사이버스텝과 계약을 맺고 개발과 기획에 관여했다. 지금도 게임의 보상이나 이벤트 등은 국내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유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부분유료화 시기도 고민일 것 같다. 확실히 어렵다. 특히 UCC를 강화하고자 기체 스킨이나 꾸미기 등을 무료로 제공한 것이 컸다. 다른 게임 같으면 충분히 유료로 사용될 콘텐츠였는데…. 일단 유료 기체나 아이템 정도를 고려 중이다.
최근 ‘캐시를 이용한 뽑기 아이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런 사행성 아이템도 최대한 배제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진영별 전쟁을 강화할 것이다. 현재 <코즈믹 브레이크>에서 내세우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가 30:30의 전쟁인데 이 부분이 더욱 강화된다. 공격과 방어가 확실하게 구분된 ‘행성점령전’이 추가될 것이다.
또 스킨 작성이 어려운 유저들을 위한 몇몇 꾸미기 아이템세트와 추가 기체 등도 등장할 예정이다. 현재 업데이트를 위해 준비 중인 로봇도 50대가 넘는다. 분량에서 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솔직히 국내에서 메카닉은 비주류 장르다. 걱정 안 되나? 알고 있다. 오픈 베타테스트와 동시에 많은 홍보나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씩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한발씩 내딛을 때라고 생각한다.
일단 최대한 멀리 보면서 지금 모인 유저들이 콘텐츠를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홍보나 유저들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1년 뒤에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되고 2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의 게임이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