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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텍, 게임방송사 사정 너무 모른다”

MBC플러스미디어 조정현 사업센터장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0-10-18 14:49:43

MBC의 케이블 채널을 총괄하는 MBC플러스미디어의 조정현 사업센터장이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래텍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주는 순간 방송사로서는 적자 리그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정현 센터장은 그래텍이 케이블 방송사의 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는 듯하다며 양측의 입장차이를 아쉬워했다. e스포츠 지적재산권 논란에 대한 게임방송사의 입장을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MBC플러스미디어 조정현 사업센터장.


 

협상 진행이 원만하지 못하다. 어디서 의견 차이가 생기나? 그래텍이 방송사의 사정을 너무 모른다. 방송사로서는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받고 있다.

 

 

그래텍은 매우 낮은 가격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그건 프로리그의 이야기다. 개인리그에 요구한 조건은 또 다르다. 자세한 것은 NDA(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주 5회를 여는 프로리그보다 방송사에서 여는 주 2회의 개인리그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한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 그래텍은 지난 16일 일부 협상 조건을 공개했다. 그래텍에 따르면, 토너먼트당 주최료 1 원에 중계료 1억 원을 서브 라이선스 비용으로 내야 한다. 그래텍은 프로리그, MSL, 스타리그 모두 대회당 같은 가격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진행 기간은 프로리그가 10개월, 개인리그가 평균 3개월이다. /편집자 주)

 

 

그런데 이미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상당한 중계료를 내고 있다. 그래텍의 협상 내용대로라면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합칠 경우, 기존에 KeSPA에 비용을 낼 때보다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KeSPA는 대행사인 IEG를 통해 중계료를 받아가면서도 방송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금을 나눠줬다. 그래서 겨우 유지되고 있던 건데, 그래텍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정현 센터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e스포츠 공청회에서 공개한 MBC게임의 지재권 논의와 중계권료 지급 현황.

 

 

방송 수익에 비해 요구가 과하다는 뜻인가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현재 <스타크래프트> 방송의 수익은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시청자인 13~18세는 광고의 핵심 타깃층이 아니다. 거기에 우승상금과 결승전을 위한 이벤트 비용, 방송중계를 위한 각종 비용 등을 빼면 지금도 본전치기에 가깝다.

 

그래텍의 요구대로라면 우리는 적자 방송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인데, 아무리 시청자를 위하고 팬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지만 적자를 보면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래텍이 케이블 방송사의 상황을 너무 좋게만 보는 듯하다.

 

 

지난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불법리그라는 표현이 억울하다고 말했다맞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리그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MBC게임은 지금까지 KeSPA에 중계료를 지불했다. KeSPA는 문화체육관광부, 즉 정부 산하의 사단법인이다. 지금까지 정부에 돈을 내 온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이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로서는 잘 모르겠다.

 

 

저작권자인 블리자드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처음부터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국내 서비스 파트너인 한빛소프트에게 허가를 받았고, 한빛소프트 역시 KeSPA에 참가했다. 국내 서비스 파트너에게 허가를 받고 연 리그가 불법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래텍은 협상 전부터 지금까지의 리그를 불법으로 단정하고 있다. 협상이 파행된 이후면 모를까, 불법이라고 단정 짓고 나서 시작하는 협상은 협상보다는 통보에 가깝다. 이대로라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손해가 큰 상황이다.

 

 

최근 프로리그 강행에 따른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협상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그 개최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손해도 손해지만 팬들에게 협상 때문에 리그를 열 수 없습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협상할 뜻 자체는 있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저작권자에 대한 존중은 당연히 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손해로 인해 리그 자체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포츠 리그의 경우 중계권만 봐도 수십억 원이 넘는다. 시장 규모만 커져도 충분히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주기 싫어 안 주는 상황이 아니라, 요구대로 주면 리그를 열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렇다. 협상하고 싶은 의지는 양쪽 모두 같을 것이다.

 

그래텍은 방송사를 단순한 소비자로 보는 게 너무 아쉽다. 케이블 방송은 함께 e스포츠를 키워 나가는 파트너고,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견인에도 한몫을 거들었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케이블 방송의 수익구조와 현재 상황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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