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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

"암치료에서 재기까지"

Croove와의 일문일답

onesound 2005-02-28 23:16:41

리듬게임 장르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EZ2DJ’. 과거 EZ2DJ의 음악을 맡았고 지금은 DJ맥스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Croove(류휘만)를 만났다.

 

 

다음은 주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를 현장 분위기를 살려 가능한 수정없이 정리한 내용이다. EZ2DJ DJ맥스를 해보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낯선 매니악한 이야기도 나오니 양해바란다.

 

 

◆ ABOUT CROOVE

 

 

 

 

 

류휘만. 74년생. CROOV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

 

1994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재학 중 게임음악 시작.

1999년부터 어뮤즈월드사의 ‘EZ2DJ’ 음악 작업 및 사운드 프로듀싱 총괄 (게임밸런스 조정 , OST제작, EZ2DANCER, 각종 기획 등...)

2002 EZ2DJ 3rd 제작 후 어뮤즈월드 퇴사. 4th는 외주형식으로 곡 작업 등에 참여.

2004~ 현재 ()펜타비전의 DJ맥스 곡 작업 및 음악감독, 기획 등을 하고 있다.

 

 

 

TIG> 최근에 건강은 어떠신지요?

 

, 암은 수술 후 1차 치료랑 항암치료 거의 다 끝나고... 지금은 통원치료 중입니다, 앞으로도 6개월마다 한번씩은 병원에 가서 항암치료 받아야할 듯합니다.

 

 

TIG> 수술 후에 어땠습니까?

 

열흘 남짓 병원에 있었죠. 그 뒤로는 집에서 계속 쉬었습니다. 호르몬제 안 먹으면 피곤하고 그래서 집에서 거의 요양하고. 그때는 전혀 작업 못했어요.

 

 

TIG> 음악 작업 못해서 아쉬웠겠네요?

 

쉴 때는 좋더라고요. (하하)

 

 

TIG> 수술 후 작업하시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갑상선을 절단할 때 성대신경을 훼손돼서요. 노래를 못하는 것 정도? 높은 음 같은 건 전혀 못 불러요. 작곡을 할 땐 노래 부르면서 하면 편한데 이것도 불편하고...

 

 

TIG> 원래 노래 잘 부르시나요?

 

아뇨 못 부르죠. (웃음)

 

 

TIG> 말이 돼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경력이 프로필에 있는데?

 

알리고 싶지 않은 추억인데. 그거 어디 입사원서 넣을 때만 쓰여요.(웃음) 덕분에 노래도 많이 시키고...

 

 

궁금하다면 한번 찾아보길. 들어본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무척 좋은 곡이라고.

 

TIG> 그렇다면 본인의 DJ맥스 실력은?

 

못해요. 하드로 놓고 하면 무조건 초반에 죽어요. -_-;

 

 

 

아니 어려운 테크노곡만 만드시는 분이...

 

TIG> EZ2DJ DJ맥스를 통틀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 골라주세요.

 

생각이 의외로 안 나네... (한참 고민 중)

 

 

TIG> 그럼 추억이 있는 곡이라도?

 

아 이거 말해도 되나... (말해도 된다고 협박(?)) EZ2DJ‘200이요. 옛날에 EZ2DJ 만들 때 당장 200억의 매출을 올리라고 압력이 와서 -_-; 이게 말이 되나... 200억 매출을 만들라니... 그래서 ‘200을 만든 거에요... (일동 웃음)

 

 

‘200 EZ2DJ에서 유명한 극악 난이도의 곡중 하나다. ‘마이너스원’(-1) 은 마감 하루전에 만들었다고 해서 ‘-1’ 이었는데 이런 비화가 있을줄이야... 실제로 플레이 해보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이런 걸 만들었을까' 싶은 난이도다.

 

TIG> 다시 물을 게요. 자기 곡 중에서 가장 좋은 곡? 혹은 아쉬운 곡?

 

다 싫어요. 다 아쉽고... 다 뜯어 고치고 싶어요.

 

 

 

TIG> 윽 그래도 가장 좋은 곡 제발 하나만.

 

(한참 고민하더니) ‘마이너스1 리믹스’.

 

 

TIG> 그러고 보니 다들 ‘Sunny Side’를 기다리시던데 그건 언제쯤?

 

곧 나옵니다. 멜로디는 잘 나왔고, Tiv(이주영)가 작업한 비주얼도 좋은데 편곡을 수정 중이에요.

 

 

 

Thisisgame은 류 감독을 졸라, Sunny Side를 최초 공개한다. 멋진 곡이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들을 수 있다.

 

 

 

TIG> 전용 컨트롤러 제작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만 대외비.

 

 

TIG> 갈수록 늘어나는 클라이언트 용량은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

 

다운로드 시스템이 바뀔 같아요. 곡하고 분리해서라든가.

 

 

지금 계속 여러가지 안을 검토 중인 듯. 지금만해도 사운드나 사용된 그래픽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이긴 하다. 허나 앞으로 쭉 업데이트 되야 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지.

 

TIG> OST는 언제 나옵니까!

 

OST를 딴 파트에서 계획 중이라고 들었어요. 곧 나오겠죠.

 

 

TIG> DJ맥스의 아케이드 판이나 콘솔용 제작 같은 건 어떠신지?

 

콘솔은 하고 싶죠. 지금은 문제가 키가 적어서...

 

 

TIG> ? 키가 적다고요?

 

, 지금은 손맛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키도 여러 개로 늘렸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다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아마...? 몇 십 개쯤 넣었으면 좋겠는데.

 

 

TIG> EZ2DJ때 스페이스 믹스 같이요? 아니 지금 무슨 타자게임을 만드시려고... 누가 해요, 그걸.

 

아니 키가 많다고 어렵다는 건 편견이에요. 키가 많아도 재밌을 수 있어요.

 

 

잠시 옛날 스페이스 믹스를 플레이 하면서 이거 기획한 놈 누구냐고 욕했던 추억을 나누었다. 너무 어려워서 못 할거라니까 "에이 다 한다니까요" 라고 말하는 CROOVE.

 

아니 정작 본인은 하드 놓고 하면 하나도 못 깨면서 에너미 스톰등 각종 어려운 노트를 찍고 '키도 늘리자'망언을 할 줄이야. 때려주고 싶었다.

 

 

 

TIG> 홍콩이나 다른 해외 지역의 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DJ맥스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해외 유저들을 볼 수 있고요. 해외진출 계획은? 또 해외 유저들에게 한 말씀?

 

해외서비스는 현재 진행 중이고, 원래 해외를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었으니까 곧 나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곧 서비스될테니, 많은 사랑을.

 

 

TIG> DJ맥스 만들면서 기뻤을 때?

 

아직까진 기쁘지가 않아요. 게임이 원하는 퀄리티만큼 안 나온 것 같고.

 

 

TIG> 외부적에서는 퀄리티는 좋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상태라 생각하는데?

 

사실 대중적이지 못한 것도 못 만들어서 그래요. 원하는 만큼 만들지는 못한 상태에요.

 

 

너무나 겸손해서 또 때려 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TIG> 처음에는 몇 분이 만드신 거에요?

 

네 명이 모여서... 사장님도 프로그래밍 도와주시고... 프로그래밍 한 명, 그래픽 겸 사운드 한 명, 그래픽 한 명 사운드 한 명... 외주 몇 곡 부탁하고. 지금은 열댓 명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TIG> 가요 곡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리지널 곡이 적게 들어가는 게 좀 아쉽죠. 둘다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매니아들보다는 비매니아들을 끌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가요를 어떻게 넣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가요도 클래지콰이나 비주류 쪽의 음악성 좋은 곡들을 넣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아쉽죠. 여러모로 기회가 안되서...

 

 

TIG> 법적인 문제나 여타 문제 등 다 무시하고 한번 넣어보고 싶은 곡이 있다면?

 

코나미 옛날 슈팅게임 음악들 정도? 사실 지금은 어쩌다 보니 코나미 개발자들과는 원수지간 이라서. 하하하. 옛날 개발자들 80년대 개발자들 무척 존경해서요. 그런 쪽 넣어보고 싶어요.

 

 

TIG> 고전적인 게임음악에 대한 향수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렇달까? 음원이나 여타 제약이 있을 땐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왔었어요. 한 멜로디로 편곡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영화음악같이 많이 바뀌는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게임음악 하던 사람들이 영화 음악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TIG> 개인적으로 그런 게임음악다운 게임음악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 저같은 경우는 하더라도 동인활동 같이나 할 수 있을 듯 하고... 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돈 벌 생각 안하고 할 듯 합니다.

 

 

TIG> EZ2DJ때의 곡 어레인지 같은 건 수록되기 어려울까요?

 

확실히 EZ2DJ 어레인지 같은 부분은 어렵죠. 저작권이 어뮤즈쪽에 있어요. EZ2DJ 시절

노래들은 이미 제 노래가 아니고.

 

 

TIG> 그렇군요. 이런 문제점은 어떻게?

 

일단은 제도 개선이 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일본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게임음악 쪽은 저작권 같은 경우가 회사가 다 가지고 가던가. 우리나라 영화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저작자가 가지고 있는데 게임은 그렇질 않으니...

 

하여튼 일본에서도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그런 저작권이 게임회사에 귀속되니까. 근데 게임에서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는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는 이유가 그래픽이나 딴 파트도 마찬가지로 귀속되잖아요. 그래픽은 그런데 음악만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 게임 안에 사용되는 컨텐츠에 대해서는 물론 회사 귀속이지만, 음반이나 여타 저작물에 대해서는 음악가 소유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은 정확하게 어떤지 모르겠군요.

 

 

TIG> 작업 환경은 어때요?

 

게임회사에서는 게임음악을 경시하는 느낌이에요. 게임 개발할 때도 게임 개발 다 해놓고 음악 맡기는 경우도 많고. 보통 음악은 기획이 시작되고 개발되는 단계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게임 다 만들어놓고 음악 급하게 만들어서 붙이고... 이런 문제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TIG>
최근에 유명 오케스트라를 사용하는 게임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돈도 많이 쓰고 하던데.

 

그냥 그건 상품으로 생각하고 맡기는 거죠.

 

 

CROOVE님은 이전부터 '게임음악은 게임에 감성의 혼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하셨는데, 이에 대해 한번 찔러보았다.

 

 

 

 

 

TIG> 음 그런데...콘솔에서야 완결된 구조니까, 영화처럼 음악이 주는 감동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데, 국내의 MMORPG나 온라인 쪽에서는 그런 완결된 내러티브가 아니어서 감동을 주는 건 힘들잖아요. 이런 환경에서는 타격 시의 효과음이라든가이라든가, 테마음악의 개념이지 감동이나 이런 개념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에서는 음악이 어쩔 수 없이 부속적이라는 부분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렇군요 . (...뭔가 대단한 반론을 기대했다가 허물어진 TIG) 어찌 보면 고정관념인 것 같아요, 그간 환경도 그랬고... 음악이 좋은 게 들어간 케이스가 없어서 그렇지. 멜로디가 빼어난 곡이 들어간 MMORPG가 나온다면 바뀔 것 같기도 하고.

 

 

TIG> 게임음악을 하게 된 본격적인 계기는?

 

게임회사는 군대 제대 후에 친구 만나러 어뮤즈 갔다가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게임음악 할 뻔했었어요. '그날이오면2' MSX판이었나? 어느 날 그걸 하는데 동요가 나오길래… 물어보니 무슨 학교 교사가 만든 거라고 하더군요. 미리내 소프트인가 거기다 전화해서 다음에 나오는 게임 곡 만들겠다 했죠. 찾아가기도 찾아가고... 그쪽에서는 오케이 했었는데 그땐 또 제가 공부 때문에, (웃음) 그때가 한창 IBM 용 그날이오면 인가? 만들던 때였던 것 같아요.

 

 

TIG> 곡 작업을 해보고 싶은 장르의 게임이 있다면? Croove님의 곡이라면 슈팅게임이 굉장히 어울릴 것 같은데요.

 

원래 처음부터 슈팅게임음악과 레이싱 게임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게임음악이라는 장르가 슈팅 게임 쪽에서 처음 시도 된 거기도 하고. 하고 싶으나 기회가 잘 없으니까요. 그런 쪽이 하고 싶어서 게임음악을 하게 됐는데 EZ2DJ에 말려서 지금까지 리듬게임만 하고 삽니다. (웃음)

 

 

TIG> 몸이 안 좋으신데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원망이 많죠.(웃음) 원래는 프로그래머를 하고 싶었는데 친구의 꾀임으로 음악의 길로 빠져서... 중학교 때부터 같이 취미로 음악 만들고 하다가 "같이 음악을 하자"는 꾀임에 말려든 거죠.

 

 

TIG> 몸 망가지는 건?

 

몸 망가지는 거야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감수해야죠. 하하.

 

두 시간 남짓 동안 류 감독은 겸손하고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 줬다.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국내 음악게임의 산 역사를 썼다 할만한 EZ2DJ처럼 DJ맥스도 앞으로의 멋진 행보 기대한다. 류휘만 감독의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길, 쾌유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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