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홍보는 부족하다. ‘BTS’는 알아도 ‘한복’, ‘갓’이 무엇인지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일부 민족주의 허세의 중국인들이 김치와 한복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
그런 와중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을 접했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라는 터키 게임에 ‘프로젝트 코리아’라는 한국 문화 모드(MOD)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해외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이 1차 목표라 밝혔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는 2008년 출시된 샌드박스 RPG다. 역사에서 차용한 중세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소규모 인원이 취미 삼아 만든 인디 게임에서 출발했음에도 모드와 입소문을 타고 크게 성공했다. <배너로드>는 12년 만에 출시된 <마앤블>의 후속작이다. ‘steamSPY’에 따르면 2020년 3월 발매 1달도 되지 않아 500만~1,000만 장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해외 게임에 한국 모드는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혹시 도와줄 일은 없을까? 이런 생각에 인터뷰를 추진했다. 다음은 마운트 앤 블레이드 공식카페에서 ‘황제클론트루퍼’로 활동하며 ‘프로젝트 코리아’를 기획한 노근형 씨와 나눈 대화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프로젝트 코리아
디스이즈게임 : 프로젝트 코리아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노근형 :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임진록>이나 <천년의 신화> 등 구시대를 대표했던 RTS 게임이 있었지만,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지금 즐기기는 힘들다. 현재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높은 그래픽의 게임은 찾아볼 수 없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가 출시되자 많은 모더들이 모드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일본 관련 모드는 많지만, 한국 모드만 없었다. 그래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게임 모드라도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원래 <마운트 앤 블레이드>에는 역사 모드가 많았나?
<마운트 앤 블레이드> 시리즈는 모드가 게임을 살렸다는 말이 있듯이, 모드가 엄청나게 많다. 당연히 역사 관련 모드도 많았다.
영국 서사시를 배경으로 하는 ‘Brytenwalda’,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Gekokujo’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Mount and Musket’이 있다. 여기서 영국과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모드는 공식 DLC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 모더가 제작한 한국 모드도 있다. 제가 ‘프로젝트 코리아’ 제작 전 만들었던 ‘Persistent Joseon’(PW 조선)이나 ‘임진왜란’ 모드, 국내 유명 인기 모드 ‘HOMB’(홈브)에서 파생된 ‘Warwolf’가 있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가 모드로 유명했던 만큼, <배너로드>도 모드에 대한 유저 관심이 높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게임 모드 사이트 ‘넥서스모드’의 <배너로드> 모드 총 다운로드 횟수는 ‘2420만’이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가 13년 동안 달성한 ‘460만’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치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는 모드가 살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드 영향력이 높다 (출처 : 넥서스모드)
모드 제작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2년부터 시작했다.
일본 모드인 ‘분로쿠(Bunroku)’ 제작자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작진 중 한 명이 제가 맵을 만드는 동영상을 보고 레벨 디자인 기획에 지원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모드를 만들고 있어 거절했다.
분로쿠 모드는 현재 ‘쇼쿠호(Shokuho)’로 이름이 바뀌었다. 배경도 전국시대로 바꿨다. ‘와패니즘’의 영향인지 해외 유저 반응이 좋다. 제작진도 거의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 점이 부러웠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모드 '쇼쿠오'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출처 : 배너로드 레딧)
‘프로젝트 코리아’ 모드 개발은 언제 시작했나?
2020년 10월 7일이다.
현재 목표는 어디까지 잡고 있는가?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 단계로 잡고 있다.
1. 아이템 팩 추가
2. 멀티 플레이 구현
3. 싱글 플레이 구현
목표를 나눈 이유는 개인적인 사정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개발 중단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만약 제작을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국내/해외 모더가 우리가 만든 리소스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템 팩 출시를 첫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조선 왕조’ 아이템 팩만큼은 꼭 완성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 후에 여유가 된다면 고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다른 역사에서 나온 장비도 구현하고 싶다.
역사 모드인 만큼 고증에 철저해야 할 것 같은데, 검수는 어떻게 하는가?
<국조오례의> 등 한국 사료들을 찾아보거나 관련 서적을 조사한다. 네이버 역사 대표카페인 ‘부흥’에서 자문을 받기도 했다. 박물관에 직접 다녀올 때도 있었다.
고증은 최대한 챙기려고 하지만, 게임 자체적인 한계도 있고,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서 ‘두석린’이나, ‘사인검’, ‘은입사귀면문철퇴’는 의장용으로 사용됐지만, 모드에서는 전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은입사귀면문철퇴'. 천재지변과 각종 재앙을 물리치고자 의장용으로 만들어졌다
신기전이나 편전, 비격진천뢰 같은 한국만의 독특한 무기도 구현되나?
아직 <배너로드>는 얼리 액세스 단계이기 때문에 모딩에 한계가 있다. 신기전은 일단 모델링만 해놓은 상태다.
꼭 무기뿐만 아니라 ‘갓’과 같은 한국 문화 아이템도 구현하고 있다.
'신기전'은 아직 모델링만 구현된 상태다
현재 팀원 규모는?
총 24명이지만, 모드인 만큼 자유롭게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꾸준히 참여하는 인원은 약 7명 정도다.
목표 출시 일자는 언제인가?
아이템 팩은 2021년 안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팀원을 모집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모집하고 있는가?
현재는 다음과 같은 분들을 구하고 있다.
- 3D 모델러 (마블러스 디자이너 포함)
- 음악 제작자
- C# 스크립터 (xml 포함)
패트론 후원도 고려하고 있나?
현재 후원은 계획에 없다. 재능 기부 및 취미로 뭉친 팀인 만큼 돈 문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아 충분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린다.
날이 갈수록 중국이 게임을 통한 동북공정으로 한국 문화를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조금 더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저희 작업이 마중물로써 조금이나마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젝트 코리아’는 현재 게이머들의 자발적 재능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모집 공고(https://cafe.naver.com/warband/271529)에 댓글을 달거나 이메일([email protected])을 통해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