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8년. 네오위즈 파이드파이퍼스 팀이 <플레비 퀘스트>를 개발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왠만한 게임 이상 가는 개발 기간이다. 긴 시간을 넘어, <플레비 퀘스트>가 드디어 오는 4월 9일 출시한다.
파이드파이퍼스는 지난 2012년부터 전략 시뮬레이션 <아미 앤 스트레티지> 개발을 시작했다. 게임은 당시 텀블벅 펀딩 목표치를 387% 달성하며 높은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출시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일부는 '먹튀가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파이드파이퍼스 팀의 김주영 개발자는 인터뷰를 통해 개발 기간 9년 동안 오로지 <플레비 퀘스트>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더 나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시간이 수년 흘러도 게임을 믿고 기다려 주는 후원자들에게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만들고 엎고를 반복하며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쳤다.
긴 시간 동안 게임은 세계관부터 각종 콘텐츠까지 많은 것이 변경됐다. 게임명도 <아미 앤 스트레티지>에서, 2018년 네오위즈 입사 후 <플레비 퀘스트>로 바뀌었다. 파이드파이퍼스 팀의 김주명, 윤동재 개발자를 만나 게임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디스이즈게임: 개발 기간이 만 8년 정도 걸렸다. 꽤 오래 걸렸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김주영 개발자: 글쎄, 특별한 이유는 없었는데 많이 부족했던것 같다. 목표치는 높았지만 그에 반해 게임 퀄리티가 부족해 개발하고 엎고를 반복했다.
펀딩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적당히 만들고 출시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 기대해주신 게임이라서 차마 그럴 수는 없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빠른 출시 보다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 내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이제 내놓게 됐다.
오래 개발해서 그런지 "먹튀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늘 따라왔다. 출시를 확정지은 만큼, 소회가 어떤지 듣고 싶다.
펀딩을 해서 일이 커지다 보니 그런 의혹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많은 팬이 성원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묵묵히 개발했다.
만 8년 정도 개발하는 동안 다른 것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정말 <플레비 퀘스트>만 개발했다. 하루 종일 개발을 한 것은 아니나, 그래도 다른 일을 한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게임에 대해 고민했고,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
펀딩을 통해 부담도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결과를 내야 했기에 게임을 계속 엎고 개발하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뭔가 빚을 갚아서 속이 시원한 느낌이다. 후원자 중 아는 분들도 많아서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개발을 하다가 2018년 네오위즈에 입사했다. 다양한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이나 저작권 관련 업무까지 많은 것을 지원 받았지만, 무엇보다 개발만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것이 크다. <플레비 퀘스트>라는 게임명도 네오위즈가 붙여줬다.
원래 2명이었는데, 네오위즈 입사 후 인원이 늘어났나?
지금은 5명이다. 파트 별 인원이 모두 모였다. 사실, 다른 사람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발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는데 이렇게 모여서 열정적으로 개발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퀄리티도 높아졌다.
오래 개발했다. 초기 버전과 론칭 버전을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많이 달라졌나?
일부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배경은 처음 삼국지(중국 삼국시대)를 무대로 개발했으나 지금은 십자군 전쟁 시대로 바뀌었다. 전투도 턴 방식에서 실시간 퍼즐 방식으로, 병력 관리도 조합 후 강화에서 전직 방식으로 바꿨다. 정말 많은 것을 바꿨다. UI, UX까지.
중국 삼국시대에서 십자군 시대로 배경을 바꿨다. 쉽지 않았을텐데, 이유가 궁금하다. 또, 십자군 시대를 어떻게 게임에 반영했나?
음... 정확히는 십자군 시대 '때문에' 배경을 바꾼 것은 아니다. <플레비 퀘스트> 개발 시작 당시 <삼국지>를 소재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 많이 출시됐는데, 뭔가 차별화를 위해서는 배경을 바꾸는 것이 좋을것 같았다. 그래서 소재를 변경하기로 했고, 원래 중세 십자군 시대 소재를 좋아하기도 해서 게임의 배경을 바꿨다.
바꾸고 나서 보니, 배경을 다르게 하기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더 현실적인 내용들을 담기에도 좋았고 당시 십자군 시대가 유럽을 비롯해 중동 등 다양한 문화권이 나와 이를 넣기에도 적절했기 때문이다. 십자군 시대의 반영은,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역사 속 소재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인물들의 성격이나 각종 이야기는 허구로 표현했다.
게임의 시나리오 볼륨은?
시나리오가 3개 들어가 있다. 시나리오 별 볼륨은 3~4시간 정도 된다. 물론 이는 계속 개발한 사람 입장이며, 샌드박스 모드까지 즐기면 평균 30~50시간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플레비 퀘스트> 특징 중 하나가 독특한 그래픽이다.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특별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없고 여러 후보군 중 하나로 선택됐다. 팀 내 상주하는 디자이너가 없어 조합형으로 캐릭터 외형을 간단히 바꿀 수 있어야 했다.
여기에 다른 게임과 차별화 포인트를 넣다 보니 현재와 같이 직사각형 형태의 캐릭터가 생겨났다. 모든 캐릭터는 딱딱한 느낌 보다 약간 '쫀득쫀득'한 것처럼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전투가 간단해 종교나 인물, 세력 갈등 등에 집중한 것 같다. 이러한 이유를 듣고 싶다.
내정이나 외교 등에 집중한 것은 맞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토탈워> 같은 느낌의 게임을 좋아하는데, 전투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투 전에 내정이나 외교로 어느 정도 전투의 결과가 정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전투의 비중은 조금 낮춰 자동으로 돌아가게 했다. 전투로 인해 얻는 이익도 비전투 콘텐츠보다 적다.
외교는 기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호감도를 관리하고 주변국과 동맹을 맺으며 경쟁하는 등 비슷한 시스템이다. 종교 시스템도 있는데, 같은 종단에 묶인 나라가 종교회의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홍보팀이 게임 캐치프레이즈를 두고 '대전력 시뮬레이션 RPG'라고 붙였는데, 전략 요소가 있기는 하나 '대' 정도를 붙일 정도는 아니기에 '대'는 빼달라고 했다(웃음).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적다는 느낌은 아니다. 편하게 즐기는 것을 좋아해서 이를 녹여낸 것이다. 병사 개개인을 세밀하게 조작하기 보다 장군이 되어 병사 무리를 명령, 지휘하는 느낌이다. 병사를 움직이는 시점이나 상황에 따른 전략적 판단 등 다양함이 필요하기에 좀 더 큰 틀에서 전략의 전투를 추구했다.
병종 간 상성은 어떻게 나눴나.
창병, 궁병, 기병, 의무병 4종으로 나뉜다. 여기에 '훈장' 시스템을 넣어 좀 더 강화할 수 있다. 궁병의 공격을 더 잘 막는 등 일종의 버프 개념이다.
전투나 내정, 외교 등 주요 시스템 외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여관이나 술집에 가면 미니게임을 하는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어 이들과 미니게임을 할 수 있다. 소소한 콘텐츠도 제법 들어가 있다.
<플레비 퀘스트>는 싱글이나 멀티 플레이로 여러 명이서 즐길 수 있나?
장르 특성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별도 멀티 플레이 요소는 없으며 싱글 플레이만 할 수 있다. <삼국지>나 <문명> 시리즈 같은 게임이라기보다는 RPG 스타일을 가미한 전략 시뮬레이션 스타일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십자군, 무슬림 등 가리지 않고 진영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나?
그렇다. 다만, 종단만 다르고 나머지는 상관 없는 식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연관되어 있다. 또 같은 종단을 공격하면 파문 당하거나 장군의 신앙심이 떨어져 게임 운영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플레이 해야 한다.
다양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플레비 퀘스트>만의 특징을 꼽자면.
딱히 무언가 하나로 찝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김에 있어 그를 즐기기에 빠짐 없도록 만들었다. 있을 것은 다 있다.
'시나리오 모드'의 선택이 '샌드박스 모드'에 영향을 준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인지 설명 부탁한다.
샌드박스 모드라 하면 흔히 <문명> 시리즈와 같이 다양한 무작위 형태로 벌이는 플레이를 생각하겠으나 <플레비 퀘스트>는 그것과는 다르다. 시나리오 모드에서 여러 세력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 결과가 샌드박스 모드에 저장, 반영된다. 엔딩 이후 새롭게 즐기는 게임 모드라고 보면 된다.
모바일 출시 계획은 없나. 조작 특성상 터치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계획은 없다. 판매량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플레비 퀘스트>는 자체 엔진이다. 포팅 시간도 제법 들고 작업도 간단하지 않다. 만 8년이 걸렸기에 다른 게임도 만들고 싶고. 게임은 PC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4월 9일 출시까지 얼마 안남았는데, 후속작은 어떻게 고려하고 있나.
생각해놓은 것은 많지만 아직 외부에 밝힐 단계는 아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후속작은 이전에 없던 게임을 만들고 싶다. 업계 몸을 담은 지 20년차가 됐는데 이중 절반 이상을 <플레비 퀘스트>에 쏟았다. 워낙 전략 시뮬레이션을 좋아해 이를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좀 더 의미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면, 좀 더 실험적인 게임이라고 봐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동종 장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색다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로마 시대나 동양권 등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플레비 퀘스트>를 오래 개발했다.
추가 언어 지원 계획은?
현재 영어, 한국어만 지원하며, 추가 언어는 일단 매출을 봐야 할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언어를 지원하고 싶다.
게임에 대한 목표는?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기 바라나.
매출보다, '다음 게임이 기억되는 팀'으로 기억되고 싶다. 게임대상에 출품해 상을 받는 것도 해보고 싶다.
크라우드 펀딩을 또 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 앞서 얘기했듯 '원동력'이 된다. 단순 개발비가 모였다거나 후원자들을 위해 완성해야 한다는 정도의 얘기만이 아니라 뭔가 든든하다. 출서 전에도 게임의 팬이 이정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는 킥스타터로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만 8년 동안 양치기소년처럼 항상 거짓말(?)을 하던 우리를 인내심으로 기다려준 모든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정식 출시를 할 수 있었다. <플레비 퀘스트>를 재미있게 즐겨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