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안양시와 협력해 세운 학교다. 국내 최초의 게임전문 마이스터고로 2019년 인허가를 받은 뒤 각종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 학년도부터 문을 열었다. 2020년 4월 16일, 전국에서 모인 77명이 '게임개발과' 학생으로 학업을 시작했다.
4호선 범계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작년까지 '경기글로벌통상고'였던 이곳은 차분한 분위기의 신도시 아파트단지 옆에 있다. 평소라면 교정이 새 학기 분위기로 들썩였겠지만,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서로를 만난 적 없는 학생들은 이따금 게임도 같이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한다. 이들의 교복은 답답한 블레이저가 아니라 학교 로고가 새겨진 야구점퍼다.
정석희 초대 교장을 만나 점심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대화했다. 그는 게임 업계의 현안과 관련한 토론회나 기자회견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로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이기도 하다.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라며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젊냐며 깜짝 놀란다"는 정석희 교장이지만, 그의 계획과 꿈은 보통이 아니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이소현 기자
취임을 축하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정석희 교장: 정신이 없다. (웃음)
'어쩌다 공무원'이 됐는데, 교장이 되기 이전부터 경기게임마이스터고의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 설계 과정에 도움을 드려왔다. 게임 산업의 허리를 탄탄하게 하려면 인재가 수급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교장이 됐고, 지금 그 첫 학기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 허락을 받고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겸직 중이다. 게임 산업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학계, 산업계, 협·단체에서 두루두루 경험을 해왔다 보니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교장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협회장, 게임사 대표, 대학교수는 해봤어도 공립 학교의 교장은 무게가 남다를 것 같다. 학교 측에도 그렇고 교장에게도 그렇고 일종의 실험 아닌가?
맞다. 초보 교장이기 때문에 교감선생님과 행정실장님, 다른 교직원분들께 자주 질문하고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 공립 학교의 행정은 절차와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공립 학교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가지고 있어서 그 과정이 회사보다 느린 경우가 있지만, 실수를 줄인다는 효과도 있다.
교장실에 들어오면서 봤는데 공사를 하고 있더라.
1학년 교실, 동아리실, 임시 기숙사는 공사가 끝났고 지금은 실습동을 구축 중이다. 게임 분석실, 게임 그래픽실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학교 시설처럼 만들지 않고 게임 스튜디오처럼 만들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과 직접 게임 회사를 방문해 개발 환경을 벤치마킹했다. 실습실에 들어갈 VR 장비, 콘솔, 개발용 PC는 다 준비가 되어있는데, 5월 중순에는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봄이지만 온라인 개학을 해서 학교가 썰렁하다. 온라인 수업은 잘 이루어지고 있나?
사실 우리 학교는 교육부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기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사이버대학교에서 온라인 영상 강의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그 경험으로 이번에도 타 학교보다 먼저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이게 알려지면서 경기도교육청에서 우리 학교를 온라인 강의 선도 학교로 지정했다.
어떤 선생님이 게임을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좋은 게임 전문가를 모시기 위해 게임잡에 공개 채용 공고를 올렸고, 면접을 봐서 5명의 산학 겸임 교사를 모시게 되었다. 중소기업 임원도 있고, 팀장도 있고, 현직 프로그래머, 개발자도 있다. 현재 C++, 게임엔진,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게임 기획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업계에 개발 역량과 교육 역량을 함께 갖춘 분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 산학 겸임 교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과후수업도 포함하면 앞으로 20분 정도 모셔야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생 수도 많아지고 교과목도 많아질 것이니.
산업 현장의 전문가 특강도 정기 교육 과정에 포함해 현장의 노하루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려 한다.
학급마다 담임선생님이 계시나?
산학겸임교사 이외에 따로 있다. 코로나19로 아직 만나진 못했고 카카오톡이나 SNS로 소통하고 있다. 학급별로 벌써 친해져서 종종 게임도 하고 공모전 준비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온라인을 통해서 학사 운영을 하고 있다.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좋은 게임 개발자의 자질로 "국, 영, 수를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마이스터고의 국, 영, 수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프로그래밍을 중점적으로 배우다 보니 수학이나 물리 등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기본 교육에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다.
기본적인 교과 과정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하겠지만 게임에 필요한 분야를 보충해주고 싶다. 가령 역사 같은 경우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게임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개발자라면 본인 게임의 기획 의도를 남에게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니 국어 능력과도 연관이 깊다.
여담이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 게임쇼에 많이 데려가고 싶다. 다른 나라의 게임 시장과 분위기를 경험한다면 좀 더 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게임잼에 참가시켜 자기 실력을 객관화할 수도 있다.
지금은 게임개발과만 있나?
당장은 교과 과정이 프로그래밍 중심으로 되어있다. 과정이 잘 안착되고, 학생들 성과도 나오고, 취업률 지표도 안정되면 앞으로 그래픽, 기획, e스포츠와 같은 관련 전공들이 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에 입학하려고 전국에서 학생이 모였다고 들었다.
전국 단위에서 모집했다. 4개 학급 77명이 모였다. 전남 완도에서 오는 학생도 있고, 경북 영덕에서 오는 학생도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을 했지만, 교장이면서도 아직 학생들을 제대로 못 봤다.
우리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나눠준다. 온라인 개학을 해버린 상황이라 교복, 교과서, 노트북을 지급해야 하는데 택배를 보내기가 부담스럽더라. 노트북이 고가의 물건인데 배송 중에 파손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지방에 있는 학생들부터 순차적으로 학교에 와서 물건을 받아 가게 했다. 그랬더니 지방에서 학부모들이 차를 끌고 와서 학생들이랑 학교에 와서 물건들을 받아 가더라.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하루는 잠깐 나가서 봤다.
마이스터고에 아이를 보내시는 학부모에게 관심이 많다. 아이가 게임을 만든다는 각오를 했다면, 부모도 그만큼 자녀를 이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셨을 것이다. 마이스터고는 대학 진학보다는 산업 진출이 목적인 학교니까 여러 가지를 고려한 선택이리라 생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원래 마이스터고는 졸업할 때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졸업인증제를 두고 있다. 우리는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으로 단계를 나눠서 가시적으로 자기 스탯을 보여주게 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충분한 성과 보상도 만들어주려 한다.
게임에서도 진짜 조금 모자라서 더 노력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스스로 자기 학습 결과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려 한다. 예체능 같은 활동을 할 때 몇 점, 뮤지컬 공연을 보면 몇 점, 토익 점수를 기록하면 몇 점, 올려서 학생들이 자기 랭크를 올리는 거다.
학생의 창의성 함양을 위한 계획도 있다고?
우리 학교는 기술만 가르치지 않는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해 동아리가 구성되며,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동아리도 만들 수 있다.
게임 엔진을 잘 다룬다고 좋은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게임은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소프트 공학이 결합된 콘텐츠다. 예를 들어 게임을 만들다 보면 심리학 공부도 필요할 것이다. 게이머에게 특정 목적의 버튼을 누르게 하려면 버튼을 구성하는 형태와 색깔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색채 심리학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다.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 여기서는 역사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역사를 해석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자신의 주변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가지게 될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들에게 수업 시작 직전에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보고 수업에 들어오라고 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무슨 분야에 왜 관심을 가지는지 알아두라는 것이다. 만약 ‘종량제쓰레기봉투’가 실시간검색어에 오르면 그것이 지금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찾아보게 했다. 우리 학생들도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했으면 한다.
1학년 모집에 2.5:1의 경쟁이 생길 정도였다. 나중에 학교에 입학하고픈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
누군가 "이 학교 들어오려는 사교육이 성행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게임에 대한 전문 교육을 미리 받지 않아도 우리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꼭 공부를 잘할 필요가 있을까?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특이함이 강조됐으면 좋겠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 보다는 성실함과 문제 해결 능력을 위한 욕구가 있는 학생들, 그리고 남과 달리 엉뚱하지만 독특한 생각과 발상의 전환,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특별 전형, 일반 전형을 고루 준비했다.
물론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되어있으면 좋을 것이다. 학생 본인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또 독서량이 많으면 좋겠다. 현대 사회에서는 책을 읽는 것만이 독서는 아니니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많이 습득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학교 내 유휴 공간에 게임 기업을 유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을 시도한다고 들었다. 소개하자면?
새로운 신축 기숙사가 내년 신학기에 맞추어 준공될 예정이다. 그러면 현재 1학년 임시 기숙사가 있는 건물을 활용하여 산학협력관을 만들려 한다.
학교 안에 기업을 입주시키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여기에 들어오신 분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이랑 교류도 하고, 인스트럭터로 가르침도 주실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기업들 개발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굵직한 업무는 어렵더라도 업무 보조를 하거나 테스터로 일해볼 수 있겠지.
그러면 기업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드려요" 하면 입주가 되겠는가? 대한민국 스타트업이 공공 기관에서 지원하는 사무실이 없어서 사업 못하는 환경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방안은 현재 학교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사업을 보면,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주 기업에게는 지원 사업 평가 시 가산점을 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주를 하고자 하는데 기업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위치한 판교 제2테크노밸리는 교통 접근성도 편하지 않고 주차 시설도 부족하다. 그러나 훌륭한 지원 프로그램과 다양한 게임 회사가 함께 있어 정보 교류와 협업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우리 학교에 우수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과 시설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와 같은 훌륭한 환경을 지원해 줄 수 없기에 다른 형태의 스타트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미국처럼 차고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모델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차고에는 각종 도구와 연장들이 있으니 무엇이든 쉽게 만들어 볼 수 있고, 배고프면 집에 올라가 밥 먹고, 졸리면 잘 수 있는 편한 환경이 미국 스타트업의 시작이고 유니콘 기업의 시작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우리와 다른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돈도 없고, 사람도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이지만 소수의 창업 멤버 몇 명이 6개월 혹은 일년 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1학년들이 사용하는 임시 기숙사 시설을 산학협력관으로 활용하면, 숙소도 제공할 수 있고, 샤워장 있고, 식당도 있다. 그리고 학교 체육 시설도 활용할 수 있는 규제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다.
다만 학교는 공공 교육 시설이기 때문에 영리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시설 대여하기 위한 규정과 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추후 안양시나 경기콘텐츠진흥원 등과 협의하여 기업 지원의 방향을 논의해보고 싶다.
버닝을 위한 '통조림'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구나. 근데 보통 산학협력이라고 하면 더 큰 규모를 기대하지 않나? 기물을 기증한다던지, 인턴십을 지원해준다던지, 채용 연계를 해준다던지...
그런 기대도 분명 있다. 기업에게 학교 발전 기금 등의 명목으로 농구 스탠드 기증 받고 'OO게임즈 제공' 등 이런 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 아닌가?
우리 학교는 큰 기업들과 실질적인 협약을 맺고 싶다. 상호 기대하는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방침을 가진 상태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약이란 명목으로 형식적인 리스트-업이 아닌, 실제적인 교류를 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앞으로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만약에 학부모가 "우리 아이 청강대나 아카데미 대신에 마이스터고 보내면 3N 보낼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일단, 이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언젠가는 큰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큰 규모의 게임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학생과 학부모는 바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자. 예를 들어 NC가 공채로 50~60명 정도 뽑는다고 알고 있다. 그 분야는 개발, 기획, PM, QA, 웹, 인사 총무, 마케팅 등으로 나누어진다. 분야별로 채용 인력을 나누어 보면 실제로 개발 분야의 T/O는 그렇게 많지 않다. 즉 신입 인력이 채용되는 조건은 NC의 입사 기준으로 지원자 중 최상위 몇 명만이 입사하게 되는 것이다. 신입이 그 경쟁을 뚫고 들어가기란 어렵지 않은가?
중소기업은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비교적 수평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단기간 공정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1년에 프로젝트 2개 정도는 할 수 있다. 연차가 누적될수록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결국 큰 기업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 다수의 대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을 보면 중소기업에서 능력 있는 개발자를 스카우트해 가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래서 대기업은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보다 손쉽게 우수 인재를 확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기업이 한국 게임 교육 기관을 위해 많은 관심과 기여를 해야 할 측면이 있다.
결론적으로 학부모께서 "우리 아이 3N 입사!"를 원한다면, 작은 기업부터 출발해서 차근차근 큰 기업으로 진출하는 방향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는 이름있는 기업을 가볼 수는 있다'라는 말을 조금 더 설명해주시는 게 좋겠다.
게임 산업은 "좋은 회사에서 정규직으로서 가급적 오래 근무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산업이 아니다.
직업인과 직장인의 차이를 설명하고 싶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야", "나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가 A사에 다녀", "내가 다니는 회사가 B사야"라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이다.
구세대의 선배들은 직업으로서의 게임인이 많았지만, 어느덧 새로운 세대에게는 "내가 A를 다녀야 해", "어떤 커리어를 밟아야 해"라는 직장의 개념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나는 누구와 함께 일해”,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자 해”가 더 강조되었고 그런 의미에 방점을 둔 회사로의 이직이 잦았던 시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풍요로움이 주는 안정적인 생활 덕에 직업과 직장에 대한 생각이 공존한다.
다소 불안하고 여유가 부족한 중소기업이지만 역동성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즉각적 판단이 가능한 중소기업도 매력적이다. 중소기업의 팀장급 이상 인력들도 모두 대기업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고급 인력들이 모여 창업을 한 거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그런 곳으로 간다면 직접 노하우를 전수받고, 같이 일해보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왜 경기게임마이스터고에 올까? 게임이 좋아서다. 게임이 좋아서, 해봤더니, 너무 좋고, 나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또 게임을 해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아서 그거를 고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RTS 하다가 벽에 낑겨서 못 나가는 상황을 보면 "왜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어?" 하면서 "이 정도면 내가 만든다" 하는 거다. 그게 동기 부여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떤 인재가 되길 바라는가?
게임 잘 만드는 엔지니어, 기획능력을 가진 프로그래머, 프로그램 언어를 이해하는 기획자, 테크닉 이슈를 잘 정리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게임 엔진을 아는 아티스트. 이런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기본기를 탄탄히 갖추게 할 것이다. 지금 게임 산업이 필요한 인재는 일정 수준의 다재다능함이다.
우리 학교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당장 학교에서 양산형 게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건 회사 가서 해도 된다. 그보다도 조금 더 말랑말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고, 그것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학교에서 연습을 많이 해야 사회에서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4년의 교장 임기가 있다. 끝으로 다짐과 각오를 말해달라.
학부모님들은 내 역할을 아이들 3년 동안 교육 잘 해서 졸업 후 취업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근데 나는 고작 아이들 잘 가르쳐서 배출하는 데에서 내 일을 끝내고 싶지 않다.
학생을 단순히 제자보다는, 미래에 게임 산업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 후배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친구들과 함께 산업으로 돌아갈 것이다. "잘 가르쳐서 취업시켜 드릴게요"가 교장의 역할이라면 매력적이지 않다. 내가 함께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나와 함께 했던 업계의 동료와 후배에게 같이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우리 학생들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 각오는 남다르다. 진짜 일 잘하는 게임 개발자를, 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