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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돈내산 게임에 추가결제 해야 하나요?"

게임 정가 70달러 시대... 풀 프라이스+부분유료 BM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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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4-04-12 18:42:31
<발더스 게이트 3>,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등등 지난해에는 걸작이 유독 많이 나왔지만,게임 시장의 형편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뉴주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게임시장은 한 차례 꺾인 1,830억 달러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840억 달러(약 284조 4,000억 원)로 역성장을 면했다.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사이클이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좋은 게임이 많이 출시되는 시장을 논할 때 미국과 일본은 빠지지 않는다. 북미 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EA, 에픽게임즈, 유니티, 유비소프트, 라이엇게임즈 등등 많은 게임사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북미 게임사들은 코로나19 판데믹 때 채용을 확대했다가 산업이 위축되자 금세 고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일본은 어떨까? 종신고용 역사를 가진 일본의 기업들은 소위 '고용 유연화 정책'을 펴기 어렵다. 단적으로 지난해 구글이 세계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자, 구글재팬에는 곧장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미국 IT 업계에도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추세이지만, 일본 노동법에는 "사회 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식 당일 통보가 비교적 덜하다. (그럼에도 소니 게임 사업부 ​SIE에서는 세계적으로 900명 이상 해고됐다.)

그리고 최근,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특이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게임 정가를 70달러 수준으로 올리면서, 인상된 가격의 풀 프라이스 게임에 부분유료 비즈니스모델(BM)을 추가한 것이다.


# 순간이동을 돈 주고 '따로' 판매하는 <드래곤즈 도그마 2>

지난달 큰 기대 속에 출시된 <드래곤즈 도그마 2>. 이 게임에는 논란의 유료 DLC가 존재한다. 게임 시스템에는 빠른이동이 지원되지 않는데 4,000원을 내고 '귀로의 초석'을 구매하면 설치 지점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이 '귀로의 초석'은 게임 안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있지만, 구매했을 때 훨씬 빠르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게임에는 21가지 소액결제 아이템이 DLC 형태로 들어있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귀로의 초석'. 이 초석으로 스폰할 수 있지만, 인 게임에서는 구하기 까다롭다. (출처: 캡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스팀 페이지에서는 기존 캡콤 게임에 줄곧 판매되던 치장형 아이템은 물론, 동료인 폰을 고용할 수 있는 재화, 감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열쇠, 폰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출시 초기 게임에는 세이브파일 기능이 아예 없었는데, 여기에 외형 변경 기능을 판매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캡콤은 현재 이 기능을 수정해 게임에 '처음부터 시작하기' 항목을 추가했다.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실험은 국내는 물론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정가 91,400원을 추구하는 '풀 프라이스 게임', 그것도 타인과 경쟁 속에 P2W을 지향하지 않는 싱글플레이 게임에 유료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대두됐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속에도 <드래곤즈 도그마 2>는 250만 장 넘게 팔리며 나름의 흥행력을 입증했다.

캡콤은 <드래곤즈 도그마 2>로 게임 '정가 70달러 시대'에 동참했다. 캡콤의 츠지모토 하루히로 COO는 지난해 도쿄게임쇼에서 "개발비는 패미컴 시절의 100배 정도인데,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며 게임 가격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츠지모토 COO는 "업계 전반적으로 임금도 오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가를 올리는 선택도 비즈니스적으로 건전하다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유저들은 <드래곤즈 도그마 2>가 "비즈니스적으로 건전"하다고 여기고 있을까? 캡콤의 간판 IP <몬스터 헌터>에 같은 BM이 도입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드래곤즈 도그마 2>의 추가 유료 콘텐츠 목록

# '풀 프라이스 게임 70달러 시대', 배틀패스도 추가 판매

캡콤 이외에도 일본 게임사의 대표들은 여러 차례 풀 프라이스 게임의 가격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겨왔다.

세가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가격 인상에 상응하는 타이틀 가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출시된 <용과 같이 8>은 69.99달러에 판매됐다. 닌텐도도 70달러 수준으로 인상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가격에 대해 "팬들이 기대하는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닌텐도의 경우 '젤다의 전설'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과 거시 경제 악화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렇듯 일본 게임사들은 전반적으로 게임 가격 인상 흐름에 나서고 있다. 반다이남코의 신작 <철권 8>도 정가 69.99달러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2일, <철권 8>에는 '철권 파이트 패스'가 도입되었다. 일종의 배틀패스로 온라인대전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구조의 BM이다. 유료로 판매되는 프리미엄 패스를 구입하면 철권 코인을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여러 보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유료 게임에 배틀패스를 얹은 것이다.

배틀패스가 추가되자 현재 유저들은 반다이남코를 맹비판하고 있다. '대체로 긍정적'이던 게임 평가는 최근 '복합적'까지 떨어졌다. 유료 게임에 배틀패스 도입은 어불성설이라는 근본적인 비판부터 유료 배틀패스의 보상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철권 8>에는 모드(MOD)가 막혔는데 반다이남코가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성에 차지 않을뿐더러, RPG가 아닌 대전게임에서 주어지는 보상은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다이남코의 <철권 8>에는 유료 배틀패스 BM이 도입되었다.

# 풀 프라이스+부분유료 BM의 미래는?

'풀 프라이스 게임'이라는 단어에는 상품의 가격을 치렀으니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최근 일본 AAA급 게임에서 시도되는 풀 프라이스 게임에서의 부분유료화 BM은 그 기대를 바꾸고 있다. 부분유료 BM의 선구자격인 한국에서는 이미 BM이 수반하는 '라이브게임'의 고난을 익히 겪었지만, 스팀에서의 이 반응은 그 BM만큼이나 신선한 부분이 있다. 

바라던 것과 그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유저들의 반발은 터져 나온다. 최근 CDPR의 재무책임자는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싱글 플레이어 게임에는 소액 결제를 넣을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이다' 발언을 본 유저들은 환호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작 CDPR 또한 업계의 악습으로 꼽히는 '선출시 후개발'의 대표주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 정가 인상 ⓑ 풀 프라이스+부분유료 BM ⓒ 선출시 후개발은 모두 나날이 증가하는 개발비용에 대한 게임사들의 해결 방법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전에는 흔치 않았던 ⓑ의 등장이다. 당장 <드래곤즈 도그마 2>와 <철권 8>에 도입된 BM이 게임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정확히는 구매하지 않아도 플레이와 클리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실험이 계속된다면, 유저의 반발도 무뎌질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뽑기를 위해서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개발비가 100배" 오른 지금, 게임사들은 어쩌면 풀 프라이스+부분유료 BM이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미래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드래곤즈 도그마 2>는 ⓐ, ⓑ, ⓒ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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