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즈'(Yuzu) 개발팀 트로픽 헤이즈는 닌텐도의 소송 앞에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3월 5일, 트로픽 헤이즈는 닌텐도에 240만 달러(약 32억 원)을 지불하는 것에 동의했고, 스위치 에뮬레이터 '유즈'와 (같은 개발팀의) 3DS 에뮬레이터 '시트라'의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합의 조건은 다소 공격적이다. '유즈'의 작업, 호스팅, 코드 및 기능 배포, 홍보 웹사이트 및 SNS 호스팅 등 닌텐도의 저작권 보호를 우회하는 일체의 행위를 영구적으로 금지한다. 또한, 사이트 도메인 이름을 닌텐도에 양도하고, '유즈' 사본 외에도 '유즈' 개발 또는 이용에 활용되는 우회 도구 삭제에도 동의하며, 닌텐도 IP를 침해하는 '증거'를 삭제하지 않는 것에도 함께 동의했다.
이와 같은 조건은 닌텐도가 2월 26일 미국 로드아일랜드 법원에 소장을 제기하며 요구한 사항들이기도 하다.
닌텐도는 소송을 제기하며 유즈가 불법 복제 스위치 게임 구동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트로픽 헤이즈가 인지하고 있으며, 유즈 개발팀이 불법 이용에 '간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닌텐도는 "유즈 웹사이트에는 게임 복호화를 위해 닌텐도 스위치의 제품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스위치 기기에서 키를 불법적으로 추출하는 소프트웨어 링크를 안내하고 있다"고 적었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키는 유즈의 복호화 기능에서 요구되는 스위치 소프트웨어 암호화 키다. 칩에서 직접 추출하거나,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는 방식 등 위법 소지가 큰 방법이 엮여 있다.
특히 강조된 사례는 2023년 5월 12일 정식 출시를 2주 앞둔 상태에서 게임이 유출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었다. 닌텐도는 정품 출시 전 복제판이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고, 다운로드 링크의 20%가 유즈로 연결된다고 언급했다. 그 외에도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데피니티브 에디션>과 유즈의 호환성 광고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3월 5일, 닌텐도와의 합의 이후 유즈 개발팀은 "우리는 항상 불법 복제에 반대해왔다. 닌텐도 게임과 콘솔에 대한 열정과 선의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 프로젝트가 닌텐도의 기술적 보호 조치를 우회하고, 사용자가 승인된 하드웨어 외부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불법 복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 출시 전에 콘텐츠를 유출하고 합법적인 구매자와 팬의 경험을 망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오늘부터 코드 저장소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패트리온 계정과 디스코드 서버를 중단, 웹사이트를 폐쇄할 예정이다. 우리의 행동이 모든 창작자의 작품에 대한 불법 복제를 근절하는 작은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실 '유즈'의 승소 가능성이 0%로만 점쳐졌던 것은 아니다. 법 조항 해석과 판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합법적인' 에뮬레이터 개발 허용 사례도 존재했으며, 에뮬레이터 개발 그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불법은 아니다. 유즈의 사례에서는 닌텐도에 피해를 입힐 의도로 설계되었는지 여부와 에뮬레이터 개발 과정에 대한 법정 판단이 중요할 예정이었다.
닌텐도가 유즈 개발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에뮬레이터의 존재 의의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됐다. 에뮬레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개발자 및 유저들은 "(판매 중단되는) 비디오 게임 보존을 위한 중요한 도구 중 하나"라고 종종 언급해왔다. 특히 오늘 지원 중단 소식이 전해진 닌텐도 3DS 에뮬레이터 '시트라'의 사례를 들어 3DS 게임에서 산소호흡기가 떨어진 것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소송 제기와 합의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부터 닌텐도는 에뮬레이터의 존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