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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메타버스는 헛소리(bullshit)" 점점 커지는 메타버스 회의론

존 카맥이 쏘아올린 작은 공, 스노우볼 되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11-02 15:48:21

존 카맥이 메타버스의 실효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영미권의 유력 게임 전문지 PC게이머가 지난 31일​ "메타버스는 헛​소리"(The metaverse is bullshit)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둠>과 <퀘이크>를 탄생시킨 저명한 게임 개발자와 30년 가까이 영미권에서 게임을 취재한 전문지가 한 목소리로 메타버스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PC게이머의 칼럼은 존 카맥의 연설과 함께 언급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우선 칼럼을 살펴보자.

 


 


 

# "메타버스는 인터넷 열화판... 헛소리다"

글쓴이 웨스 펜론(Wes Fenlon, PC게이머 취재기자)은 SF <스노우 크래시>의 저자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닐 스티븐슨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절대적인 지옥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농담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 '지옥'이란 "모든 기술 억만장자들이 메타버스를 인간 문화의 다음 단계로 선언하면서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다. 게임, NFT, 암호화폐, VR, AR은 모두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고 있다.

필자는 메타버스가 "뼛속까지 헛소리"라고 정의하며 "억만장자 너드들의 인터넷 열화판(worse version)처럼 들린다"고 썼다. 이어 "사람들이 그림 파일(.jpeg)을 사기 위해 가짜 돈으로 6천 9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메타버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것은 우리가 미쳐가고 있는지 계속 자문하게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뿐 아니라 "오늘날 팀 스위니, 마크 저커버그 등​ IT 거물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메타버스의 원래 조건(SF)​이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라는 비판이 실렸다. 이어서 필자는 "그들이 <스노우 크래시>를 읽은 10대 소년들처럼 행동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들(IT 거물들)은 인터넷을 재구성해 '유토피아 메타버스'를 만들겠다며 돈더미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대 SF에서 메타버스나 사이버스페이스는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맥락에서 동원된 경향이 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 '메타'를 공개하는 마크 저커버그 (출처: 메타)

더불어 펜론은 "오늘날 인터넷은 월드 와이드 웹(WWW)의 대중화로​ 메타버스보다 훨씬 더 큰 공유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단 몇 초 만에 대륙에 걸쳐 사람들을 연결하는 조건은 이미 형성되었다는 것. 더불어 "현실에서 벗어나 아바타에 탑승하는 것은 2003년 <세컨드 라이프>에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이미 업계인들은 메타버스라는 비전을 추구한 지 오래지만, 진짜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은 수평선 너머에 있게 됐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메타버스 사이의 상호 호환성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 글쓴이의 주장에 의하면, "몇몇 블록체인 주의자들은 <디아블로>와 <뉴 월드>를 넘나드는 무기를 소유하고 가상화폐로 판매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게임의 복잡성을 무시한 것이다. 필자는 라프 코스터를 인용하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요리한 파이가 <헤일로>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추산하기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PC게이머는 "IT 거물들은 메타버스가 기존의 이용 환경보다 더 나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라며 "저커버그와 스위니에게 메타버스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팀 스위니가 말한 메타버스의 핵심 특징은 "당신과 친구들이 함께 사회적 경험을 하는 것"인데, 필자는 "그것이야말로 수십 년간 게임과 채팅으로 해오던 일"이라고 반문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대해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구체적 인터넷"​이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에 필자는 "스크린의 좋은 점은 관심의 일부분만 할애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존 카맥이 쏘아올린 작은 공, 스노우볼 되나?

 

해당 칼럼에는 존 카맥의 기조 연설 역시 언급된다. 존 카맥은 메타버스에 대해 "최종 단계의 기술에 대해서만 논하려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의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PC게이머의 칼럼은 존 카맥의 연설에 대한 화답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카맥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만들자고 해서 메타버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구현하려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logistics)이 제출되어야 하는데, 이는 오늘날 간과되고 있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로 방향 전환을 선포했으니, 그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쓰이길 바란다.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사람들의 디바이스 사용에 그다지 기여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남는다.​

카맥은 자신이 자문하는 회사가 그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는 자리의 기조 연설에서 덕담 대신에 소신을 피력한 셈이다. 게임계 최고 명사 중 한 사람의 작심 발언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재검토와 토론이 열릴 수 있다.

 

<포트나이트> 안에서 진행된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 (출처: 에픽게임즈)

 

 

# 메타버스, 국내에서는 어떻게?

 

한국은 메타버스 유행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한 나라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메타버스' 관련 예산으로 각각 ​1,447억 원, 115억 원을 받았다. 과기부와 문체부 두 부처가 2022년에 받을 메타버스 예산은 1,602억 원으로 올해 1,284억 원보다 24.8%가 증가했다. (당초 과기부는 '메타버스' 예산으로 2,497억 원을 배정했다.)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개척에 매진하고 있다. 넥슨은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 MOD>를 공개했고, 넷마블은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네이버는 <제페토>를 SKT는 <이프랜드>를 개발해 서비스 중이며,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IMC게임즈는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와 여러 기업이 메타버스에 희망을 품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 말하는 메타버스의 개념이 불분명하다거나, 코로나19 판데믹로 인한 유행이라거나, 논의가 부족한 채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SKT의 <이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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