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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농심 레드포스의 전신 '팀 다이나믹스'를 추억하며

"사연 많았던 팀" 다이나믹스

김승주(4랑해요) 2022-04-08 09:52:33
6일, 농심 레드포스가 구단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팀을 이끌었던 'SBS' 배지훈 감독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배지훈 감독의 빈 자리는 '아이린' 허영철 감독이 대신할 예정이다. 올해 스프링 시즌 농심 레드포스의 성적은 5승 13패로 8위를 기록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씁쓸한 결과다. 이로써 '팀 다이나믹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 2부 리그에서부터 동고동락했던 멤버는 이제 농심 레드포스에 남아 있지 않다. 해가 뜨고 지듯이, 언젠가는 진행됐을 세대교체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마음속엔 아쉬움이 남아 있을 것이다.

기자가 아마추어로 활동하던 시절, LCK 승강전을 마치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인터뷰에 임했던 팀 다이나믹스는 분명 열정으로 가득한, 각자의 사연을 움켜쥔 채 앞으로 나아가던 팀이었다. 한 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e스포츠 역사 한 켠에 적어 내려갔던 그들의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출처 : 농심 레드포스)

 

 

# 삼수 끝에, 정말 마지막 기회를 거머쥐었던 다이나믹스

 

팀 다이나믹스는 전신인 'ES 샤크' 시절을 합치면 LCK 승강을 위해 세 번 도전했던 삼수생이다. 그만큼 멤버 교체도 많았다.

2019 LCK 챌린저스 서머 시즌, ES 샤크에서 '팀 다이나믹스'로 이름을 변경한 LCK로 승격한 선배 팀인 '담원 게이밍'이나 '그리핀'처럼 "어나더 클래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스브스' 배지훈 감독의 합류와 안정적인 팀 합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이며 11승 3패로 정규 1시즌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팀 역사상으로는 두 번째, 다이나믹스라는 이름으로 도전했던 첫 번째 승강전은 분명한 실패였다. 다이나믹스는 승강전 직전 베테랑 미드 라이너 '꿍' 유병준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뒀지만, 1부의 벽은 높았다.

첫 경기에서 다이나믹스를 상대한 진에어 그린윙스는 1부 리그 팀의 관록을 보여주며 다이나믹스를 라인전부터 거세게 압박했고, 다이나믹스의 노림수도 모두 유연하게 흘려냈다. 결과는 2:0 석패. 이어진 패자조 경기에서도 다이나믹스는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3:1의 스코어로 패배하며 쓸쓸히 챌린저스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승격의 꿈은 챌린저스 정규 시즌을 4위로 마감했던 APK 프린스가 기적을 써 내며 가져갔다.

 

(출처 : 농심 레드포스)

2부로 돌아간 기존 다이나믹스의 선수들도 뿔뿔히 흩어졌다. 미드 라이너로 다시 복귀한 쿠잔을 제외하고는 로스터를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희소식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롤>로 종목을 변경한 후 젠지 e스포츠에서 미드 라이너로 활동하고 있던 '리치' 이재원을 영입한 것이었다. 포지션도 탑으로 변경했다. <히오스>에서 보여줬던 이재원의 성향을 고려하면, 부정보다는 긍정 요소가 더욱 많았던 소식이었다.

 

후에 LCK로 승격할 멤버가 완성됐던 때가 이 시기다 (출처 : LCK)

 

이후 마지막 로스터를 완성한 팀 다이나믹스. 그들이 결성 직후 2부 리그에서 "어나더 클래스"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2020 LCK 챌린저스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다이나믹스는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서라벌 게이밍'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서 안정적인 경기력과 리치의 아트록스 캐리를 통해 마지막 승강전 티켓을 거머쥐긴 했지만, 누구도 쉬이 다이나믹스의 승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LCK가 프랜차이즈 리그로 전환되는 시기, 2020 LCK 서머 승강전은 승격/강등 룰이 적용되는 마지막 승강전이었다. 당시 LCK 프랜차이즈 가입비는 기존 팀일 경우 100억, 신규 팀에게는 120억 정도로 책정됐는데, 사실상 20억 원을 두고 격돌해 상금만 보면 '롤드컵' 이상의 대회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무게감 있는 승강전이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다이나믹스가 상대해야 할 팀 라인업도 만만치 않았다. 빛은 바랬지만, 과거 2부 리그를 평정한 기록이 있던 샌드박스 게이밍(2부 리그 시절에는 '팀 배틀코믹스')와 그리핀. 창단 당시부터 '상윤' 권상윤, '카카오' 이병권 등 2부 리그 팀이라기엔 베테랑 선수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을 보여줬던 '서라벌 게이밍'이 승강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다수의 전문가나 팬은 다이나믹스의 승격을 가장 낮은 가능성으로 꼽았다. 맞상대 지명권이 있었던 샌드박스 게이밍도 모두가 예측한 대로 다이나믹스를 상대로 지목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반대였다. 다이나믹스는 마치 "세 번의 실패는 없다"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깔끔한 2:0 승리를 따냈다. 모두가 깔끔한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핵심은 리치였다. 1세트 리치의 아트록스는 해설진에게 "리치왕의 분노"라는 찬사를 살 정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출처 : LCK)

다음 상대는 챌린저에서 맞붙었던 서라벌 게이밍. 샌드박스를 말끔히 격파한 다이나믹스였지만, 챌린저스 정규 시즌에서는 모두 서라벌 게이밍이 완승을 거뒀기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경기 내내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인 선수는 리치였다. 1, 2 세트 연속 아트록스를 선택한 리치는 상대 팀의 집요한 견제와 갱킹에도 불구하고 아트록스로 1인분 이상을 해내며 다이나믹스를 LCK로 이끌었다. 한 때 리치가 농심 레드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론됐던 가장 강력한 이유다. 승강전 내내 다이나믹스를 상대한 팀은 밴픽으로 리치를 견제하기보단 풀어 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분명한 패착이었다.

그렇게 다이나믹스는 서라벌을 2:0으로 격파하고, 마지막 기회 끝자락에서 승격이라는 결과를 자신들의 손으로 쟁취해 내며 하나의 드라마를 써냈다. 

 

경기 내내 1대 다수의 마크에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리치. 이에 '트록쑤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출처 : LCK)

당시 배지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저희 팀에 조금 사연 있는 선수가 많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있는 선에서는, 정말로 LCK로 보내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출처 : LCK)

 

# 첫 분위기는 좋았지만, 결국 2라운드에서 무너졌던 2020 LCK 서머

1부 리그에 입성한 첫 시즌에서 팀 다이나믹스는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KT와의 첫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고,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도 1:2의 혈전을 보여주는 등 신예답지 않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선전했다. 다이나믹스는 2020 LCK 서머 1라운드를 6위로 마감했다.

당시 다이나믹스의 저력이 가장 제대로 드러났던 경기는 T1과의 경기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다이나믹스는 T1을 상대로 패승승이라는 업셋을 이뤄냈는데, 3세트는 2020년 서머 시즌 최장 경기에 기록될 정도의 혈전이었다. 라이엇이 "게임 끝내라고 만든" 장로 드래곤 싸움만 두 번 나왔을 정도였다. MVP도 쿠잔과 구거, 덕담이 각각 4표씩 나눠 받아 동률이 나오기도 했는데, 다이나믹스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경기 49분, 구거의 '운명의 소용돌이'가 아펠리오스에게 적중하면서 길고 긴 경기가 마무리됐다
(출처 : LCK)

 

아쉽게도 막 1부에 진출한 팀의 한계였는지 다이나믹스는 2라운드에서 연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승격 후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순조롭게 리그에 안착한 셈이니, 분명 나쁘다고만 이야기하기엔 어려운 결과였다. 이후 팀 다이나믹스는 농심의 인수를 통해 현재의 '농심 레드포스'로 재탄생했다.

 

 

# 모두가 기억할 '업적'을 이뤄낸 것은 아니지만

 

팀 다이나믹스가 e스포츠 역사 속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기록적인 결과를 남긴 팀은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색깔을 가진 그들이 써내려갔던 이야기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기억되리라. 

<롤> e스포츠 1세대 플레이어이자 감독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던 '스브스' 배지훈. "시공에서 온 영웅" 리치' 이재원. 피나는 노력을 통해 프로 선수로 활동했던 '비욘드' 김규석. 한 때 LCK 4대 성인 중 '공잔'(공자+쿠잔)을 맡았던 '쿠잔' 이성혁. 평범했던 원딜러에서 차세대 스타로 거듭난 '덕담' 서대길. 늘 팀의 맏형으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었던 '구거' 김도엽. 모두 확실하게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던 선수들이었다.

안녕(Farewell), 팀 다이나믹스.

 

(출처 : 배지훈 감독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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