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의 비정상 계정이 유저의 보고로 밝혀졌다. 관계자 짓이라는 의심이 제기됐고, 이는 사실이 됐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의심이 사실이 되었다면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믿음이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그러니 이제 <던전앤파이터>의 신뢰자본은 어떤 수준이라 할 것인가? 내심 피어오르는 낯간지러움을 참고서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던전앤파이터>가 어떤 게임인가? 15년 동안 무수히 많은 유저에게 사랑받은 게임이자 오늘날의 넥슨을 만든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효자 상품이다.
이런 게임의 운영이 어땠는가? 내부인이라는 사람이 아이템을 만들어 썼으며, 로그를 멋대로 조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어긋난 슈퍼계정은 랭킹 상위권을 부당하게 차지했다. 급기야 부당하게 생성한 아이템을 현금화한 정황까지 발견됐다.
문제의 직원은 불과 8개월 전 주변인들에게 이벤트 정보를 몰래 누설했다가 징계를 받은 당사자였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궁둥이맨단'을 고양이에 빗댈 일이 아니다. 고양이와 애묘가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소 잃게 한 장본인에게 외양간 보수를 맡겼다고 하자.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임에 미친 악영향이 엄청날뿐더러 그 영향이 단일 게임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디렉터 선의 사과로는 모자르다.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의 가장 잘 나가는 게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아무 일도 모르는 게이머라면, 당연히 "이거 내가 하는 다른 게임도 문제 있는 거 아니야?"라고 의심해보지 않겠는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언급하지 않겠으나, 일부 직원의 비위행위가 게임 전체에 금을 낸 일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믿음 없는 장사는 하면 안 되는 장사다. 장사를 그만둘 게 아니라면 믿음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아직 넥슨의 공지에 따르면 중간 과정의 보고이고 사건 처리는 현재 진행 중이다. 과연 최종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 후속 대처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은 어떻게 이루어 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넥슨의 조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