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원체 '쌀먹'(게임 플레이를 통한 현금화 추구 행위)이 싫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잘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복잡한 계산 없이 게임하는 편이다. 쌀먹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장도 언제나 짜증을 유발했다. '현거래' 사이트에서 용돈을 쓰고 기자보다 앞서가는 친구가 미웠고, 사냥 못 하게 방해하는 봇도 싫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기자의 취향 문제에 불과하다. MMORPG에서 줄곧 '쌀먹'은 현상으로 존재해 왔다. 게임 잉여재화를 현금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은 아주 오래된 아이디어다. <로스트아크> 유저들에게 '골드:KRW' 시세는 아직도 민감한 사안이다. 스마일게이트는 (공식 거래소 이용이 아닌) 유저간 '쌀먹' 자체에 대한 교환비를 공인하지 않지만, 계정을 제재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세는 움직이고 있다.
P2E는 무엇인가? 게임회사가 그 '교환비'를 공개하고, 가상자산을 블록체인에 얹어서 바꿀 수 있게 만들고, 장부에 기록해 두며, 과정 중 수익 창출을 콘텐츠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래서 많은 게이머들은 P2E를 '공식' 쌀먹 쯤으로 여기고 있다. 캐릭터 자체를 NFT로 만들어 거래하는 파격적인 행위를 게임사에서 용인하기도 한다. 게이머의 소유권과 참여를 보장한다는 큰 그림과 함께.
기자는 지금도 P2E에 반대 포지션에 가깝다. 대저 세상 일을 찬반으로 딱 자르기는 어렵지만, 돈이 얽히는 문제라면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 좋겠다는 입장이다. 기자는 2022년의 신년 기획으로
'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9편을 함께 제작했는데, 그때 '적어도 게임에서는 탈중앙화에서 오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 게임사가 중앙화를 공고히 하고, 대신 그 과정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편이 좋겠다'라는 입장을 가지게 됐다.
# 이해할 수 없는 경실련 성명... "P2E, 이미 금지인데요?"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 마로니에공원을 지나 낙산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고즈넉한 주택가 사이에 '경실련'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89년 설립된 '근본' 시민단체인데,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활동하며 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의 연구와 활동이 없었더라면 1993년 '깜짝'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지난 25일, 경실련이 '깜짝' 놀랄 만한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와 국회는 P2E 사행성게임물과 관련 게임코인 등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미 한국에서는 P2E 게임 이용이 불법인데 무엇을 어떻게 금지하라는 말인가?
경실련은 "정부의 '자율규제'라는 미명 아래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암호화폐가 도입되는 넷마블의 <모두의마블2 : 메타월드>는 4월 한국에서 출시되지 않았다. 2022년 7월 출시됐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출시 5개월 만에 준정부기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 취소로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위메이드도 사정은 마찬가지.
우려와 달리 "법과 제도"는 작동하고 있다. 경실련이 틀렸다.
그렇다면 이 성명에서는 두 가지 쟁점이 남는다.
ⓐ "게임코인 등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라."
ⓑ "위메이드는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의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하라."
# 왜 거래를 금지해야 할까?
P2E 게임이 불법이므로 관련 코인의 거래 또한 금지해야 한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경실련은 그 근거로 가상자산 거래를 규율할 법과 제도의 미비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게임코인"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가상자산에 포함되는 이야기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게임 쪽 책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임'으로 조건을 단 배경에는 작금의 "입법로비와 불법거래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경실련이 확인할 수 없는 의혹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가상자산으로 컵라면 하나 못 사 먹는다. 거래소에서 KRW로 교환을 완료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P2E 찬성론자들은 다른 가상자산과는 달리, 게임 같은 가상공간에서 교환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코인'이야말로 쓸모 있는 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편을 들어주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몇몇 '게임 코인'은 불법이 아닌 NFT 거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백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기자는 특정 기업의 편을 들어줄 마음이
없다. 학계도,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오직 분명한 것은 명제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경실련이 게임학회의 활동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고 둘을 '이익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듯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위믹스 이익공동체'는 아직 그 실체가 입증되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요구되는 방법론 아닐까? 명확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을 우리는 "학문의 자유"로 인정해야 할까?
한국의 법은 학문의 비판적 인식을 보호하지만, 그 인식을 실현하려는 선전을 모두 보호하지는 않는다. 바로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