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개구리, 뉴트리아, 큰입배스, 블루길의 공통점은 국내종이 아닌 외래생물이라는 점이다. 처음 들여올 때는 식용, 레저 등 가벼운 목적이었으나 현재는 국내 생태계에 완벽하게 정착해 피해를 주고 있는 ‘위해우려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6년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해외 게임의 비중은 대략 30~40% 사이다. 이 중에서는 특히 중국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의미 있는 매출지표라 할 수 있는 30위 권 안에 8개나 포진해 있으니 상당히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좋은 제품을 생산 및 발굴하고, 유통과 마케팅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재화 혹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적정 이윤은 얻어 내는 것이 자본주의 내 일반적인 경제활동이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의 게임회사가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지사를 설립하고 해당 게임 서비스를 위해 투자하는 일련의 경영활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한국의 유통사들이 중국게임을 수입해서 서비스하는 것도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적에 맞으니 합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윤을 위해 모든 것이 다 용인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경제활동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다. 기업의 부당한 이윤을 경계하고, 독점의 폐해를 경계하며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의무라고 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 안정적 고용 그리고 사회적 활동까지도 기대하는 것이 현대의 기업윤리라고 할 수 있다.
[사례 1]
중국계 퍼블리셔의 한국 지사인 A사는 이전에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에 고무되어 중국에서도 메이저급 타이틀의 한국 판권을 확보했다. 이를 위해 거액의 판권료를 지급했다. 그런데 해당 게임이 한국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음에도 실패했다. A사는 그 결과로 이미 집행된 거액의 광고 마케팅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거둔 이익이 수백 억대였고 중국의 개발사 측에는 거액의 판권료를 모두 지급했음에도, 오직 한국만 비용 지급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례 2]
중국계 퍼블리셔인 B사는 자국서 성공을 거둔 자신들이 개발한 IP 기반의 타이틀을 한국에 서비스한다. 지사를 설립했으나 이는 서류상이고 실제 모든 서비스의 통제는 중국 본사에서 진행하는 직접 서비스의 형태다.
한국 플랫폼 측에는 제휴의 대가로 막대한 광고 마케팅 지원을 요청해 받아냈고, 마케팅과 운영은 한국의 중소대행사들에 (자신들이 거대 회사임을 빌미로) 나중에 큰 일감을 준다는 회유를 통해 거의 중간이윤 없이 진행을 한다. 이후 이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 주었다는 소식은 없다.
위의 사례는 실제 한국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발생한 일들이며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성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도리어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불공정 행위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해도 그것을 바로잡거나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 시장 내 중국 게임의 점유율이 높은 데다 중국서 건너오는 자본의 위력이 강하다 보니 안방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문제에 대해 적당히 모른 척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이미 한국의 4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자본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출처: superdataresearch)
나아가 한국 퍼블리셔들이 한국에서의 개발사 발굴보다 중국에 건너가서 서비스할 게임을 찾는 것은 더는 비밀이 아닐 정도로 업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거의 계약금 없이 한국에서 서비스만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감지덕지하던 중국개발사들이 거액의 판권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들이 인구 14억의 중국 시장을 기준 삼아 계약금액을 요청하는데도 한국에서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유는 ‘중국서 성공한 게임은 한국에서 성공할 것이다’라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상기 [사례 1]에서 언급했듯 중국의 ‘메이저 회사가 서비스’ 하고 ‘상위 10위 안에 들었’어도 실패하는 경우는 왕왕 생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수치상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게임이 한국시장에 적합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어떻게 한국식으로 현지화를 할지가 중요한 것인데 이 간단한 원칙을 우리는 점차 잊어가고 중국게임 찾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시장의 해외 게임 서비스 현황은 어떨까? 이미 자국산 중국 게임이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해외 게임의 중국 정부 규제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7월 1일부터 중국의 모든 앱스토어는 판호를 의무화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사실상 중국 회사가 아니고서는 중국에 직접 서비스할 방법을 제도적으로 막아버린 셈이다. 이쯤 되면 제3자가 봐도 양국 모바일게임의 거래(혹은 경쟁)관계가 어딘가 공정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만한 대목일 텐데 오직 그 속에 있는 우리만 모르고 있는 듯싶다.
관련기사 보기: [차이나랩] 중국 판호 논란, '판호를 받으려면 휴대폰을 보내세요?'
내수시장을 통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시장에 비해 우리는 해외진출이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게임 또한 그런 관점에서 우리만의 갈로파고스 섬에 갇혀 있기보다는 수준 높은 해외 게임들이 들어와서 함께 경쟁하고, 이를 통해 국외 시장에서도 통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당하지 않은 편법이 동원되고 눈앞에 이익에 매몰되어 스스로 우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동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큰입배스, 블루길은 애초의 취지와 다르게 우리의 생태계에 심각하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모바일게임 생태계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파괴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