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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BTS 월드라는 무시무시한 소우주

게임 'BTS 월드'는 과연 누구를 매니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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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19-06-27 17:53:27

방탄소년단(BTS)​은 명실상부 월드스타다. 게임이 출시된 26일 저녁, 전 세계의 아미(ARMY, BTS의 공식 팬클럽 이름. 팬층을 통칭하는 경우로도 사용된다)가 BTS 매니지먼트 게임 <BTS 월드>를 즐겼다.​ 게임의 초반 성적은 BTS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폭발적이다. <BTS 월드>는 출시 14시간 만에 글로벌 33개국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BTS 월드>는 정밀한 매니지먼트 게임이라기보단 연애 시뮬레이션의 문법에 멤버 카드 수집 & 강화 요소가 가미된 게임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2012년으로 돌아가 흩어져있던 BTS 멤버를 하나로 모아 키워내는 매니저가 된다. 멤버들을 하나로 모아 온갖 역경을 딛고 미래의 월드스타를 키워낸다는 것이 게임의 요지다.

 

저희가 고맙죠 (...)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7명의 BTS 멤버들과 긍정적인 교감을 나누게 된다. 유사 연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 적지 않지만 이들과 실제로 연애를 하지는 않는다. 게임의 줄거리는 그런 몽글몽글한 감정과 매니저의 책임감의 줄타기를 하며 선형적으로 흘러간다.

 

게임은 크게 BTS의 성장기를 감상하는 스토리 페이즈와 멤버 카드로 스테이지별 목표 숫자를 넘겨 각종 미션을 수행한다는 카드 페이즈로 나뉜다. 카드 페이즈는 전략 요소가 강조됐다기보단 목표 숫자를 넘기기 위해 높은 스탯의 카드를 고르는 수준이다. 어떤 멤버 카드를 뽑을지와 강화시킬지가 더 중요하다. 높은 랭크의 카드에는 해당 멤버의 '움짤'도 붙어있어 덕심을 자극한다. 멤버들이 BTS 멤버가 되지 않으면 어떤 길을 걸어갈지 추적하는 '어나더 스토리'도 있다.

 

게임을 플레이한 기자는 왠지 모르게 7명의 미소년에게 빠져든 것 같았다. 매니저로 가꿔야 할 소년들은 한없이 착하고 열정적이고 고난을 극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아이돌 마스터>나 <러브라이브!>의 소녀들처럼 말이다. 이렇게나 알콩달콩한 <BTS 월드>지만 기자는 게임을 하면서 넷마블의 무시무시한 큰 그림이 아른거렸다.

 

'어나더 스토리'의 김태형은 청년 농부가 된다

 

 

# 2번의 출시 연기와 "보다 확실한 준비"

 

우선 역사부터 정리하자. <BTS 월드>는 넷마블과 빅히트가 손을 잡고 만든 게임이다. 두 회사의 헤드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대표이사는 친척 관계이며, 넷마블은 빅히트에 2014억 원을 투자한 2대 주주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만드는 회사고, 빅히트의 핵심 아이템은 BTS라는 점에서 <BTS 월드>는 두 회사의 시너지로 만들어낸 강력한 한 방이다.

 

<BTS 월드>는 작년 2월 대중에 첫 모습을 드러냈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출시를 미뤘다. 상장사인 넷마블은 분기마다 회사의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을 여는데, 그때마다 회사가 밝힌 게임 출시 지연 사유는 "보다 확실한 준비를 위해서"였다.

 

게임의 개발은 넷마블이 아닌 <연애가 필요해>와 <화랑 더 비기닝>을 제작한 시네마틱 게임 전문사 테이크원컴퍼니가 맡았다. 넷마블은 공식적으로는 게임의 퍼블리셔 역할만 맡지만, 실제로는 넷마블 핵심 헤드쿼터의 치밀한 관리가 들어갔다는 소문이 업계에 전해진다. 넷마블은 <BTS 월드> 개발 소식을 외부는 물론 회사 내부에도 노출하지 않았는데, 방준혁 의장이 직접 게임의 진척을 살피며 방향을 지휘했다고 알려져있다. 

 

<화랑 더 비기닝> 홍보 포스터

이 지점에서 힛맨뱅(방시혁의 별명)의 친척형 방준혁 의장에 대해 알아보자. 방 의장은 게임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0년 자본금 1억 원에 8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세워 오늘날의 글로벌 게임사 넷마블을 만든 장본인이다. 방 의장​은 PC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 문화상품권 결제, 타사 게임 퍼블리싱과 외부 IP 활용,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방향 전환 ​등을 적극 추진해 회사를 키우고, 살렸다.

 

방 의장은 뛰어난 매출 감각을 가진 인물로 정평이 났으며, 대기업 넷마블의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런 방 의장이 세계 최고의 엔터테이너 BTS를 만났다. <BTS 월드>가 넷마블 특유의 '성공 방정식' 속에서 높은 매출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2018년 상반기부터 이어진 2차례의 발매연기는 "보다 확실"하게 유저들을 끌어들이려는 준비가 아니었을까?

 

넷마블 방준혁 의장

 

# <BTS 월드>는 어떻게 돈을 벌까?

 

하지만 정작 서비스를 시작한 <BTS 월드>는 연매출 1조를 찍은 <리니지2 레볼루션>, 장수 수집형 RPG <세븐나이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과금 요소가 많지 않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돈을 쓰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다. 레어한 멤버 카드를 구하지 못할 뿐, 적당히 스토리를 즐기며 게임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스토리 중간에 삽입된 카드 페이즈도 어렵지 않다. 이렇게 저렇게 얻은 보상을 활용해 카드를 업그레이드해서 어떻게든 요구하는 숫자의 최저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하루에 하나씩 보석을 사용하지 않고도 카드를 뽑게 해주는 넷마블 모바일 게임의 특징은 살아있다. 기자는 챕터 2까지 무료로 지급된 5성 태형 카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초반부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어렵지 않기 때문에 돈을 내고 보석이나 날개(행동력)을 구매하지 않아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뷔와 특별 영상 통화권을 4.99달러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제이홉의 초레어 포토 카드를 8.99달러에 구매하시겠습니까?" 같은 노골적인 질문도 없었다.

 

게임에는 난이도적 측면보단 팬들의 감성을 저격해 지갑을 열게 하는 포인트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도 넷마블의 다른 하드코어 RPG의 비즈니스모델과 비교하면 '착하다'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면 넷마블과 빅히트는 전 세계 BTS 팬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심으로 <BTS 월드>를 만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 <BTS 월드>라는 무시무시한 소우주


2018년 2월 6일, 방준혁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넷마블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플랫폼 확장  인기 IP 적극 활용 및 육성 ▲ AI 융합 지능형 게임 구축  새로운 장르의 게임 개척이 그 내용이었다. 넷마블은 여러 차례 이러한 도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BTS 월드>는 플랫폼 확장과 새로운 장르의 게임 개척의 핵심 카드가 될 수 있다. <BTS 월드>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가능성과 확장성이 있다.

 

넷마블은 <BTS 월드>를 시작으로 타 영역과의 융합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이 2019년 BTS 콘서트를 보러 가는 팬의 시점에서 시작하는만큼, BTS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얼마 전에도 문제를 일으킨) 악성 암표가 판치는 가운데 팬들은 표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BTS 월드>에서 얼마 이상 구매한 사람에게 티켓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권리를 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순수한 게임으로는 과금 욕구가 들지 않는다고 해도, 콘서트 티켓을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공연 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올 연말 전설적인 밴드 U2가 한국을 찾는다. 이 공연의 일반 예매는 6월 12일에 열렸는데, 아프리카 에이즈, 결핵 퇴치를 위한 기부금 30만 원을 냈거나 이미 U2의 팬클럽에 가입된 이들은 일반 예매가 열리기 이틀 전에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예매했다. 굵직한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을 자주 추진하는 현대카드도 자사 카드 사용자에게 우선 예매권을 부여한다. 콘서트에 '당첨'되게끔 같은 물건을 계속 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아미 여러분, 시간 날 때 U2도 한 번씩 들어주세요 ㅎㅎ (출처: 롤링스톤)

 

앞으로 빅히트샵에서 내는 굿즈를 모두 <BTS 월드> 라이브러리에 연동시키고 그것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그것이 실생활의 팬 라이프에 이득이 된다면 사람들은 지갑을 열 것이다. 이미 구매를 한 상품인데 <BTS 월드> 출시 전이라 게임에 등록이 안 되는 탓에 다시 굿즈를 구매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아예 <BTS 월드>를 통해 스페셜 굿즈를 팔 수도 있다.

 

<BTS 월드>에는 다른 유저와 친구를 맺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가까운 미래에 <애니팡>처럼 친구들끼리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가 '누가 더 BTS를 많이 아꼈는지' 볼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한다면 어떨까? 더 많은 보석을 구매해 좋은 카드를 얻고, 추가 스토리를 모두 해금한 친구는 각종 특전을 받는데 내 BTS는 그보다 부족하다면"친구의 BTS가 당신의 BTS를 뛰어넘었어요!"라고 알림이 온다면 경쟁 심리가 발동할 것이다.

 

<BTS 월드> OST 앨범 타이틀곡이자 단체곡인 'Heartbeat'은 게임을 통해 독점 선공개됐다. 출시 이후 48시간 전까지는 어느 곳에서도 들을 방법이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 BTS의 신곡을 게임에서 먼저 공개하거나 특정 레벨에 도달한 사람에게 BTS 콘텐츠를 먼저 접할 권리를 준다면 사람들은 돈을 낼 것이다. 유튜브와 V 라이브에서 볼 수 있던 BTS 관련 영상이 게임에서 나온다면 팬들은 아무리 싫어도 그 게임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아미들이 아끼는 이 모습이 게임에서 나온다면?

"RM과의 특별 영상 통화권을 4.99달러에 구매하시겠습니까?"​라고 노골적으로 구매를 유도해도 지갑을 열 아미는 많을 것이다. 빅히트샵에서 BTS 굿즈를 사서 모으듯 멤버들의 특별한 음성과 사진을 수집해 자기만의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팬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모은 수집물은 플레이어에게 우월감을 줄 것이다. 게임은 적극적으로 캡쳐를 막고 있다. 구글에서 검색할 수 없는 <BTS 월드>만의 독점적인 콘텐츠를 소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BTS 월드>는 그 이상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게임이 BTS 팬 라이프의 공식 앱처럼 기능한다면 어떨까? 정말 매니저가 된 것처럼 BTS의 주요 스케쥴이 게임을 통해 공개한다면 꽤나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다른 어떤 채널보다도 게임에서 "지금 멤버들은 브라질에서 공연 중, 다음엔 아르헨티나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겠지만, 멤버들은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 그동안 <BTS 월드>로나마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면 최고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실제 멤버들이 "건강하게 군생활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영상편지를 게임으로 보낸다면 팬들은 <BTS 월드>를 결코 삭제할 수 없을 것이다. 군대에 가있는 BTS 멤버들이 '솔직히 보고 싶은데', '이만 너를 지울게'가 가능할까?

 

 

 

# <BTS 월드>는 과연 누구를 매니징하는가?

BTS는 다른 플랫폼에 수수료를 주면서 자신들을 알릴 레벨을 넘어섰다. 이미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지 않은가? <BTS 월드>는 하나의 자체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기획사는 더 밀접하고 세밀하게 팬들을 관리할 수 있다. <BTS 월드>는 하나의 소우주가 될 잠재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공개된 게임에 이러한 징후는 많지 않다. 하지만 누구도 BTS라는 전세계급 스타의 탄생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작년 2월 넷마블은 "실제의 방탄소년단 콘텐츠가 게임 속에 녹아드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BTS 월드>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자가 본 큰 그림을 소개했다. 두 회사의 큰 그림은 <BTS 월드> 말고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이 작년 11월 실적발표에서 <BTS 월드>가 아닌 다른 BTS 게임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BTS 월드>의 매니지먼트 대상은 게임 속 멤버들일까, 아니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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