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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비난 받던 카카오가 프리코네를 통해 ‘게임의 신’이 된 건에 대해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2.0 업데이트 발표… <프리코네> 유저들은 왜 카카오를 “빛카오”라 부를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현남일(깨쓰통) 2019-07-22 22:55:22

카카오게임즈가 2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자사가 서비스하고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RPG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이하 프리코네R)의 ‘2.0 업데이트’를 설명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및 사이게임즈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프리코네R>의 2.0 업데이트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요. 

 

22일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대표, 이시우 본부장, 사이게임즈 기무라 유이토 PD, 카카오게임즈 지승헌 실장

[관련기사]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첫 대규모 업데이트 및 여름맞이 프로모션 예고!

  

그리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저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뜨겁다 못해 폭발적입니다. 실제로 22일 오후 현재, 게임 관련 커뮤니티는 “갓카오”(GOD+KAKAO), “빛카오”(光+카카오), “대(大)카오”를 연호하는 유저들의 글과 함께 게임사를 향한 칭찬을 손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반응은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불과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카카오”라고 하면 그것이 어떠한 게임과 관련이 있든, 어떠한 상황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레르기에 가까운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해왔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게임이 대중화되던 초창기 시절 “for kakao”로 대표되는 ‘질 낮은 양산형 게임’, ‘과도한 과금을 요구하는 상업성 짙은 게임’들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랬던 유저들이 <프리코네R>에서 만큼은 온갖 간지러운 미사여구를 붙이면서까지 긍정적인 의미에서 “카카오”를 연호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떠한 이유 때문에 유저들은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프리코네R> 2.0 업데이트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커뮤니티는 카카오를 연호하며 환호하는 게시글이 넘치고 있다.

# 한정 캐릭터 뽑기 출시와 동시에 ‘천장’ 바로 도입

사실 이번 간담회는 여러 의미에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왜냐하면 <프리코네R>은 오는 7월 말, 최초의 기간 한정 캐릭터인 ‘페코린느 서머’(이른바 ‘수페코’) 출시를 시작으로 오는 8월 말까지 3회에 걸쳐 줄줄이 기간 한정 캐릭터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코네R>은 개별 캐릭터들의 매력이 주요 세일즈 포인트인 만큼 ‘뽑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이 무척이나 큰 게임입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만원 가까이 투자를 했음에도 원하는 캐릭터를 뽑지 못한다면 실망감이 더더욱 클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그런 게임에서 기간 한정 캐릭터? 게다가 3연속 출시? 

오른쪽이 7월 말 출시 예정인 기간 한정 캐릭터 '페코린느 서머'(수영복 페코린느. 줄여서 수페코)


이 때문에 많은 유저들은 <프리코네R>의 이번 여름 이벤트 시즌이 오히려, 기간 한정 캐릭터를 뽑지 못한 유저들이 ‘대탈주’ 하는 몰락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여름 한정 캐릭터가 약 1년 앞서 출시되었던 일본에서는 이 기간 동안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서 떠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와 사이게임즈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이번 간담회에서 내놨습니다.

뽑기를 300번 하면 무조건 캐릭터를 주는 '천장'의 도입

간단하게 말해서, 유저들이 뽑기를 할 때마다 1포인트를 받고, 300 포인트를 받으면 이를 통해 ‘확정적’으로 한정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천장 시스템’ 이죠. 카카오게임즈와 사이게임즈는 <프리코네R> 한국 서버에 이와 같은 천장 시스템이 오는 7월 말에 바로 도입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할인이나 게임사가 무료로 뿌리는 유료재화, 기타 여러 변수 등이 있어서 이 ‘300뽑기’가 구체적으로 몇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힘듭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300 뽑기는 대충​ ‘50만~60만원’ 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즉 이번 시스템의 도입으로 <프리코네R> 유저들은 못해도 60만원이면 ‘수페코’를 비롯해 다양한 한정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것이 지금 <프리코네R>을 즐기는 유저들이 카카오를 연호하며 환호하고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 정가 60만원? 너무 비싼거 아니야? 

천장의 도입은 분명 유저들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사실 <프리코네R>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니 60만원에 캐릭터 하나 확정적으로 준다는 데 왜 이렇게 좋아하지?”라며 오히려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상위권에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수십, 수백만원을 속된 말로 ‘꼴아 박아도’​ 부족한 게임들이 수두룩하긴 합니다. 그런 게임들과 비교하면야 <프리코네R>의 천장은 나름 합리적(?)인 액수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60만원' 이라는 기준점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분명 비싼 축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유저들은 카카오를 연호하며 좋아하고 있는데요.

정가 약 60만원


<프리코네R>을 즐기는 유저들이 카카오의 천장 도입에 환영하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프리코네R>의 천장 시스템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는 게임 서비스 시작후 1년 만에 도입된 시스템인 반면, 한국은 서비스 시작후 4개월만에 도입된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보다 무려 8개월이나 빠르게 천장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뜻이 됩니다.


이밖에도 이번 2.0 업데이트에서는 다양한 유저 편의 기능들이 대거 한국 서버에 적용된다. 천장도 그렇지만 위 사진의 스태미너 구매시 유료 재화 변경에 대한 건도 해석하기에 따라선 '개발사가 손해 보는'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모든 시스템을 일본보다 빠르게 한국 서버에 적용할 에정이다.

<프리코네R>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는 일본과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일한 템포와 순서로 콘텐츠 및 편의성 업데이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는 타 지역에서 먼저 시작한 게임을 한국에 가지고 오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버전 관리 문제’, 일본 서버에서 먼저 게임을 즐긴 유저들과의 ‘형평성’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세운 원칙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시차를 두고 들어온 일본 게임들은 대부분이 이런식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일본에서는 적용된 여러 편의 시스템들이 한국 서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국내 유저들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늦게 서비스되는 만큼 일본에서 누리고 있는 여러 혜택이 한국에 적용되는 것 또한 늦는 것이라고 납득한 것이죠.

그런데 카카오게임즈와 사이게임즈는 누구도 큰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원칙을 깨는 파격적인 조치. 그것도 8개월이나 앞당기며 천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이시우 본부장이 간담회에서 한 발언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시우 본부장: 일본 서버보다 1년이나 늦게 게임을 선보이다 보니, 편의성이 많이 떨어져서 한국 유저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여를 바로 개선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에 다행히 사이게임즈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또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주었기 때문에 천장 같은 편의 기능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카카오게임즈 이시우 본부장과 사이게임즈 기무라 유이토 PD

천장의 도입은 단기적으로 보면 분명 개발사가 손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리코네R>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뽑기 위해 수백만원을 투자했다는 유저들의 인증샷을 손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걸 기억하면 답은 명확합니다.

그런데도 카카오게임즈는 이러한 단기적인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유저들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일본보다 빠르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 유저들을 위해” 천장을 빠르게 도입하는 듯한 액션을 확실하게 취했습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실제 게임사의 진의와 관계 없이 “게임사가 우리를 위해준다”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 이제 유저들이 왜 그렇게 카카오를 가리켜 ‘빛카오’, ‘대카오’​라 외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시나요?


# 운영이 화두인 요즘. ​게임의 신’ 카카오​가 시사하는 것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는 ‘운영’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간담회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운영’에 대한 질의응답이 여럿 이어졌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꼽아보겠습니다. 

TIG> 카카오는 이른바 '오타쿠 취향'의 게임들을 다수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 대해 느끼는 점도 많을 것 같다. 

 

이시우 본부장: <프리코네R>과 비슷한 성향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다른 장르의 유저들보다 게임에 대한 애착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뱅드림>이나 <앙스타>, 이번 <프리코네R>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런 유저들이 과거 즐겼던 게임에서 애착을 가지고 즐겼지만 상처를 받았고. 이를 <프리코네R>에서 또 다시 반복하지 않을까 끝없이 의심하고 염려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부분이 (케어하는 것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 

 

<프리코네R>은 유저들에게 받는 애정만큼이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겠다. 

 

실제로 <프리코네R>의 지금까지의 운영을 보면 일관되게 유저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인상의 운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유료 재화나 게임 내 스태미너 같이 돈으로 사야 하는 재화를 꾸준하게, 그리고 인심 후하게 퍼주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게임이 서비스 4개월 동안 무상으로 뿌린 유료재화는 정가 기준으로 현금 30만원 어치에 달합니다. 기타 스태미너나 뽑기권 배포, 기간 한정 무료 뽑기(총 15연차)까지 합치면 그 가치는 현금으로 쳤을 때 100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과 비교해봐도 “일본 유저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한국 유저들에게 더 많은 재화를 뿌렸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카카오게임즈가 <프리코네R>을 서비스한다는 소식에 초기에는 “헬(Hell)적화되겠네” 라며 '한국 오리지널 상품 판매'를 염려하고 비꼬았지만, 정작 게임 출시 이후 그런 것은 없었다.

최근 국내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여러 게임들을 보면 운영이나 게임 상품 출시 등에서 세심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유저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겉으로는 유저들을 위한다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고가의 상품 발매나, 마치 유저들에게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듯한 여러 운영적 제스처로 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게임을 겪은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프리코네R>에서 카카오게임즈가 보여주는 이러한 ‘유저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통이 큰 운영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최소한 지금까지는 실제 행동으로도 "유저들을 위하는" 액션을 끊임 없이 보여주었으니까요.

카카오게임즈가 행동으로도 유저들에게 퍼주는 모습을 보여줄때마다 유저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이미지 출처: dcinside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 마이너 갤러리)

물론 여기에서 카카오게임즈를 일방적으로 찬양할 생각은 없습니다. <프리코네R> 또한 게임 서비스가 길어지면 사건사고에 휘말릴 수도 있고, 말도 안되는 사소한 곳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기껏 얻은 민심을 다 잃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프린세스 커넥트는 왜 유저들의 비난을 받는가” 같은 기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의 카카오게임즈는 <프리코네R>을 즐기는 수많은 유저들로부터 ‘게임의 신 카카오’ 같은 칭찬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for kakao는 거른다”, “카카오 서비스? 대충 심한 욕” 같은 비난을 하던 유저들 조차 이 게임의 운영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마도 대한민국 게임업계 모두가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일일 것입니다.  

현재의 카카오게임즈는 <프리코네R>의 운영에서 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추후에 조금이라도 논란을 야기한다면, 오히려 더 큰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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