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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결국 메트로 컨플릭트는…’ 레드덕 파산

시장 변화 적응 실패와 <메트로 컨플릭트>의 개발 장기화가 직격탄… 매각 실패하고 파산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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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일(깨쓰통) 2019-08-07 19:02:02

<아바>(A.V.A)로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받은 게임 개발사 레드덕(REDDUCK)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경영난으로 인해 2018년 4월 법인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이후 1년 가까이 회사의 매각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법원은 지난 7월 19일, 레드덕에 대해 최종적으로 파산 선고를 내렸다. 

 

레드덕은 2007년 <아바>(A.V.A)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한 개발사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신작들이 잇달아 실패했으며,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 제때 적응하지도 못했다. 주력 매출원인 <아바>(A.V.A)가 각종 잡음과 논란에 시달리더니, 차기작으로 준비하던 <메트로 컨플릭트>(Metro Conflict) 마저 길어지는 개발 기간 끝에 출시 타이밍을 놓치고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했다. 결국에는 회사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다. 

 


  



# ‘낚시광’으로 시작한 1세대 개발사, <아바>(A.V.A)로 전성기를 맞다

 

레드덕은 지난 1990년 설립해 <낚시광> 시리즈, <못말리는 탈옥범>, <검정고무신> 등 다수의 PC 패키지 게임을 선보였던 우리나라의 1세대 게임 개발사인 ‘타프 시스템’(Taff System)을 전신으로 두고 있는 게임사다. 

 

타프 시스템은 지난 2004년에 <루시아드>(훗날의 <요구르팅>)를 개발하면서 회사의 이름을 엔틱스소프트로 잠시 바꾸었지만, 이후 복잡한 인수합병 등을 거치면서 2006년에 지금의 레드덕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회사는 <요구르팅>, 그리고 <아바>(A.V.A)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맞이한다. 특히 <아바>(A.V.A)는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해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인 수준의 고 퀄리티 비주얼로 호평 받았고, 당시 네오위즈게임즈 포털 사이트(피망)를 대표하는 FPS 게임으로 손꼽힐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 제 12회 대한민국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에 이어 국내 3대 온라인 FPS 게임으로 손꼽히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아바>(A.V.A)

 

# 의욕적인 확장… 하지만 모든 신작이 연달아 실패

 

하지만 <아바>(A.V.A)가 흥행하는 와중에 레드덕은 무리한 확장과 신작들의 잇다른 실패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지난 2006년 7월 기준으로, 레드덕은 당시 준비중이었던 <아바>(A.V.A)를 포함해 무려 7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준비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회사 규모를 확장하며 신작들을 준비했다. 

 

문제는 7개 타이틀 중에서 제대로 빛을 본 것은 국내 최초의 족구 게임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공박>, 그리고 캐주얼 TPS 게임인 <찹스 온라인> 단 2개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두 게임은 모두 상업적인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채 각각 OBT 2년, 1년만에 서비스 종료했다. <아바>(A.V.A)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게임이 연달아 실패를 기록한 것이다. 

 

족구 소재 온라인 스포츠 게임 <공박>과 캐주얼 TPS 게임 <찹스 온라인>. 하지만 모두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다.

 

결국 레드덕은 신작들의 실패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접고 인력 감축에 들어가는 등 큰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게 된다. 바로 <메트로 컨플릭트>였다.

 

 

# 명운을 걸었던 메트로 컨플릭트… 하지만 제 2의 킹덤 언더 파이어 2가 되다

 

신작들의 잇단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레드덕은 2010년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한 숨을 돌리고, 모든 개발 역량을 <메트로 컨플릭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 <아바>(A.V.A)와 같은 언리얼 엔진 3를 이용해서 개발되는 ‘하이엔드’ 비주얼의 작품이며, 개발진들이나 여러 시스템을 보면 사실상 <아바 2>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아바>(A.V.A)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온라인 FPS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한동안 최고의 기대작 소리를 들으며 기대작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였다. 

 

2010년 처음 게임 정보가 공개되었을만 해도 유저들의 기대는 하늘을 뚫을 정도로 높았던 <메트로 컨플릭트>

 

하지만 이 게임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안 나왔다. 2010년 3월 퍼블리셔인 NHN의 ‘한게임 EX’ 행사를 통해 첫 번째 프로모션 영상을 공개할 때만 해도 ‘2010년 6월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 연내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연내는 커녕, 2013년까지 3년 넘게 CBT를 2번 진행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 레드덕은 이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공을 들였다. 레드덕 오승택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트로 컨플릭트>에 대해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게임은 첫 공개 이후 5년이 넘어서도 변변한 테스트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메트로 컨플릭트>는 '환상의 게임'이 되고 말았다. 

 

2010년 레드덕이 공개한 서울 강남 삼성동 사옥의 모습. 레드덕은 이 건물 거의 전부를 사용할 정도로 규모를 늘려 <메트로 컨플릭트>의 개발에 집중했다. 참고로 이 당시 대외적으로 레드덕이 개발하던 게임은 서비스중이었던 <아바>(A.V.A)를 제외하면 <메트로 컨플릭트>가 유일했다. 그런데 게임이 나오지 못했으니.... 


사실상 유저들에게도 잊혀진 게임이 다되어갈 즈음, <메트로 컨플릭트>는 지난 2015년 6월에 난데 없이 스팀(Steam) 무료 게임으로 출시가 되었다. 문제는 한국에는 ‘지역락’이 걸리고 해외 유저들만 즐길 수 있었다는 것. 그나마 VPN 등을 통해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은 5년간 기다려왔던 기대가 모두 무너졌다는 악평만 쏟아낼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이후 <메트로 컨플릭트>는 2017년 11월, 스팀에서 <메트로 컨플릭트: 디 오리진>이라는 이름으로 얼리 억세스를 실시하며 마지막 몸부림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마니아와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는 데 실패하고 결국 2018년 6월, 1년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게 된다. 

 

이렇게 2010년대 초반, 한 때 최고의 기대를 받았던 FPS 게임은 변변찮은 국내 서비스 한 번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2010년 지스타에서 공개되었던 <메트로 컨플릭트>의 플레이 영상


 

# 모바일 시대 적응 실패… 그리고 잡은 고기들을 모두 떠나 보낸 <아바>(A.V.A)

 

끝끝내 제대로 출시 한 번 못한 <메트로 컨플릭트> 개발에 매몰되면서 레드덕은 2010년대 초반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 국내 게임 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실책도 저지른다. 모바일 플랫폼이 크게 성장하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이 저마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 신작을 선보이며 체질 개선을 시도했는데, 레드덕은 제때에 시도하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게이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온라인 게임 <요구르팅>의 IP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 2편을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한 편 씩, 그리고 <아바>(A.V.A)의 모바일 버전인 <아바 모바일: 건즈 온 파이어>을 2017년에 선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모두 당시 모바일 시장 환경 트렌드에 맞지 않는 모습을 선보였으며, 무엇보다 각각의 IP가 가진 장점이나 특성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는 악평만 받으며 유저들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상업성이나 작품성 모두 처절하게 실패했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2014년 선보인 퍼즐 게임 <퍼즐 요구르팅 for kakao> 하지만 유저들은 이런 <요구르팅> 모바일 게임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레드덕의 마지막 캐시카우였던 <아바>(A.V.A) 또한 장기간 서비스를 하면서 온갖 잡음과 사건사고에 휘말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동력을 잃어갔다. 

 

특히 다른 프로젝트가 부진하자 마음이 급했는지, 밖에서는 알 수 없었던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레드덕과 서비스사인 네오위즈게임즈는 2013년부터 이른바 '캡슐 총기'로 대표되는 과도한 결제 유도 요소 및 밸런스 파괴급 사기 무기(유료)들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유저들의 민심을 잃고 말았다. 또한 '최적화'를 명목으로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비주얼을 일방적으로 하향 조치하면서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아바>(A.V.A)는 2013년 이후 빠르게 하락세를 기록하며 신규 유저 유입이 사실상 멈춘 게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온라인 FPS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당시에 이미 빠르게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는 언젠간 왔을 필연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게임사의 아쉬운 운영과 업데이트로 인해 그 시기가 빠르게 왔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픽 하향이나 과도한 밸런스 파괴 무기의 등장 등으로 인해, 유저들은 서비스 초창기의 게임을 ‘구(舊)아바’라고 부르며, 당시가 좋았다는 아쉬움을 지금도 드러내고 있을 정도다. 

 

결국 레드덕은 개발 기간이 무한정 늘어져가는 기대작 하나에 기회비용이 장기간 매몰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게임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에 기껏 충성층을 확보한 대표작에서 무리하게 상업적 성과를 노리다 보니 오히려 잡은 물고기를 다 놓치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이러한 전략의 실패는 결국 창사 13년. 최초의 타프 시스템 설립시기인 1990년부터 계산하면 무려 29년이나 된 중견 개발사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개발사의 흥망성쇠 스토리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운이 깊게 남는 것은 레드덕, 그리고 타프 시스템이 우리나라 게임업계에 남긴 흔적이 그만큼 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게임업계에서는 과연 이런 레드덕의 파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바>(A.V.A)의 서비스사인 네오위즈게임즈는 이 게임의 남은 계약 기간까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사가 파산한 만큼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레드덕 이전, 타프 시스템을 대표하는 작품인 <낚시광>의 인트로 이미지. 지금 다시 보면 여운이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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