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 자신의 이름보다 많이 들은 단어가 '지스타'일 정도로 이번 취재 기간은 신입 기자인 저희에게 첫 번째 큰 산이었습니다. 이제 산에서 내려와 지스타 등반기를 남겨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박해인 기자
좋은 글만큼 중요한 게 현장감을 잘 담아내는 사진입니다. DSLR을 어깨와 목에 두르고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도 열심히 누르며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뭐가 중요해질지 모르니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찍고 보는 풋내기들입니다.
지스타 2022는 많은 출품작과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많은 부스를 보며 저희가 느낀 키워드는 '다양성'입니다. 지스타 2022 메인 스폰서가 된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와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선보이며, '위믹스'의 도입에 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스타 2022는 안전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지스타 시작 전날 벡스코를 방문했을 때, 이미 많은 경찰서와 소방서가 방문해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막식 이후에도 지스타 측은 많은 안전 요원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아마 지스타를 방문하신 분이라면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안전 요원이 "손잡이 잡고 타세요.", "뛰지 마세요." 말을 한 것이 기억나겠네요.
사람이 많이 오가는 벡스코 입구 앞은 교통 통제를 했습니다. 입장에 대한 통제도 철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건물 내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방지해 매표 단계부터 판매 속도를 조절하면서 인원수를 조정했고, 건물 내부에 사람이 많으면 우회하는 길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등 지스타 측에서 많은 신경을 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약 18만 4,000명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지스타를 방문했지만 기록할 만한 '대형' 안전사고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원이 몰리면 입장 자체를 통제하다 보니, 표를 샀는데 입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11월 치고 더운 날씨에 지스타를 즐기기는커녕 밖에서 대기하다 녹초가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바깥에 가림막을 설치해 햇빛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내부 외부를 모두 잘 조율하는 지스타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스타 기간 많은 기사를 작성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00명에게 물었다' 입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퍼스트 디센던트>,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P의 거짓> 4개의 게임 부스에서 진행했죠. 인터뷰는 취재 과정 자체가 유저와의 소통이었고, 저희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답변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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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하루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래도 재미있다"는 소감을 서로 털어놨습니다. 기자로 지스타에 참여하는 것은 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현장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신입 기자들 눈에 아쉬운 부분도 보였습니다. 거의 모든 부스에서 똑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은 부스에 대한 설명 없이 일단 줄을 서고, 게임을 잠깐 즐기고, 기념품을 받아갑니다. 끝날 때면 양손이 기념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명히 부스에는 게임과 관련된 장식품이나 모형이 있는데 저게 뭔지 모르고 체험은 끝이 납니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장소니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기 시간을 활용해 게임을 소개하거나, 왜 이런 부스를 설치하게 되었는지 알려주거나, (모형을 설치했다면) 저 모형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을 알려 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기념'의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요?
네오위즈 <P의 거짓> 최지원 디렉터는 언론 인터뷰에서 '피에타'를 소재로 한 장식이 게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밝혔죠. 이런 내용을 기다리고 있는 관람객에게 소개하면 지루한 대기 시간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지스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부스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소재로 한 장식이 있어서 놀랐다. 게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최지원 디렉터 : 제가 여행을 좋아한다. 유럽 여행을 하며 인상적인 예술 작품을 많이 봤는데, 그래서 꼭 의도가 있다기보단 감명 깊게 본 예술 작품을 게임에 넣고 싶었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인형들은 사람이 제작한 것이다 보니 피에타의 모티브와 연결하면 매력적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기사를 쓰면 쓸수록 저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를 쓰면 수정할 내용이 가득합니다. 덕분에 기사를 쓸 때 머리를 싸매고 어디를 수정해야 하지? 어떤 내용을 넣지? 고민합니다. 선배들은 여러 개의 글이 나오는데 저희는 하나를 끙끙거리며 붙잡고 있었죠.
글이라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이용하는데도, 쓰인 글을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고, 또 생기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작성하는 기사의 힘과 어려움을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지스타의 총평을 '아쉬움이 남는 현장'이라 기록하고 싶습니다. 분명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다음엔 신입 타이틀을 벗고 어떻게 지스타를 바라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