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글로브>라는 게임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에어캡'이라는 국내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걸 글로브>는 여성향 드레스업 게임입니다. 4,000개 이상의 실제 브랜드 아이템들을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게 특징이었죠. 21년 9월 중국 게임 개발사 'Zishi Technology limited'에서 서비스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꽃피는 달빛>이 <걸 글로브>의 한복 브랜드 세트를 무단 도용한 사건 이후, 인디 개발사 '에어캡'은 오히려 한층 더 성장했습니다.
에어캡은 이번 지스타 BIC 부스에 기존에 서비스하던 <걸 글로브>가 아닌 신작 <아가타>의 개발 소식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아가타>는 어떤 게임인지, 에어캡은 이 게임을 통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에어캡 현지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아가타>는 어떤 게임인가요?
A. 현지민 대표: <아가타>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미소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인공지능과의 전쟁에서 인간을 위해 희생된 안드로이드들을 기리기 위해 스포츠 경기용 전투 안드로이드 '아가타'가 등장해요. '아가타'들의 '맨몸 전투'가 슈퍼볼 같은 스포츠 쇼 엔터테인먼트가 된 사회에서 플레이어는 아가타 육성 학원의 신임 코치로 학원 생활을 시작한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Q. <아가타>는 남성향 서브컬처 게임인가요?
A. 현지민 대표: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근미래 배경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저도 여성 유저이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도 <프린세스 메이커>를 좋아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여성향 게임으로 만들어볼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남성들도 <프린세스 메이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타깃 유저가 불분명하다는 피드백을 듣던 중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를 보고 착안해서 남성향 서브컬쳐 게임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Q. <우마무스메>를 포함해 서브컬처 게임이 요즘 많은데 <아가타>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A. 현지민 대표: <우마무스메>가 경마를 기반으로 한다면, 저희는 SF 배경을 기반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우마무스메>의 반복 육성+랜덤성에 피로도를 느끼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감도에 따른 이벤트를 추가해 미연시 요소로 플레이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호감도는 캐릭터의 스탯을 올리는 성장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예정이에요. 성장 디테일을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잡을 수 있게 파트를 세분화해서 애정캐, 능력캐 모두 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겁니다.
Q. 전작인 <걸 글로브>는 실제 의류 브랜드들과 함께 했었어요. SF 배경인 <아가타>의 수익 구조는 어떤가요?
A. 현지민 대표: 근미래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들겠다던 초기 단계에서는 <아가타>를 패키지 게임으로 만들어볼 생각도 있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우마무스메>처럼 오랜 개발을 거쳤고, 잘 만들어진 게임들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마무스메>의 BM을 보고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가챠를 하고 인자작을 해도<우마무스메>는 1200이라는 스탯 한계가 있는데 <아가타>는 호감도로 캐릭터를 더 성장 시킬 수 있습니다.
Q. 설정이나 시스템이 많은데, 개발 인력은 몇 명인가요?
A. 현지민 대표: 차기작 <아가타>의 경우 14명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요. 게임 내에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세계정부군사협회', '세계스포츠연맹', '시뮬라르크' 등 12개의 집단이 등장해요. '아가타'들의 맨몸 전투가 엔터테인먼트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 경기들에 대한 해설도 게임 내에 등장할 예정이에요. 스트리머들이 해설하는 <철권>이나 <버츄어 파이터>같은 게임 경기를 보면 재밌잖아요? 그런 것도 반영하려고 했고, 게임에 담고 싶은 게 많아서 인력이 적지 않은 편입니다.
Q. 개발 진행 정도와 대략적인 출시 예정 시기, 출시 예정 플랫폼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지민 대표: 개발 단계는 지스타를 위한 시연용 프로토타입 단계를 개발 완료한 상태고요. 실제 출시 예정일은 여러 마일스톤을 거치면서 24년 3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출시 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를 생각하고 있고요. 첫 타깃 국가는 한국부터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아가타>는 팜플렛에서부터 '맨몸 전투'를 강조해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맨몸 전투'라고 부르고 있는 건가요?
A. 현지민 대표: 무기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무기가 사용되지 않는 대신 캐릭터 특성에 맞춰 격투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술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예를 들면 그래플링도 있고요. 좀 더 이해가 쉽게 유사 게임을 들면 <Dead or Alive(DOA)>를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미소녀들의 '맨몸 전투'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 일본 애니메이션 <경녀>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떠올랐어요. 참고한 세계관이 있었나요?
A. 현지민 대표: 수영복 입은 소녀들이 배틀하는 애니메이션 <경녀>도 물론 알고 있었어요. 저희는 게임 중에선 <섬란 카구라> 시리즈도 떠올리고 있었고,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엔젤릭 레이어>의 세계관을 많이 참고 했어요.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Q. 개발사의 전작 <걸 글로브>를 통해 '옷에 대한 표현'에 많은 노하우가 쌓였을 텐데 <아가타>에서는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A. 현지민 대표: 캐릭터마다 전투복이 있는데, 이런 전투복을 디자인할 때 전작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초기 계획으로는 군복을 입은 설정도 생각했었어요. 수정을 거치면서 맨몸 전투 액션과 캐릭터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걸 글로브>는 실제 옷을 게임에 반영했고, <아가타>는 근미래라는 상상을 게임에 담아냈어요. 개발 철학에 변화가 있었나요?
A 현지민 대표: 저희는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편이에요. <걸 글로브> 때는 전 세계 브랜드를 다 담아서, 글로벌 여성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현실에서 매력적인 재화가 게임에서도 대리 만족을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더라고요. 판타지 의상을 요구하는 유저들도 많았습니다. <걸 글로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고, 이번 <아가타>에서는 가상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세계관과 확장된 상상을 더 담고 싶었어요.
Q. 21년 9월에 중국 게임사의 <걸 글로브> 한복 무단 도용 사건이 있었어요. 차기작 <아가타>를 포함해 방지책이 생겼나요?
A. 현지민 대표: 상상에 기반한 디자인이었다면 그렇게 안 민감했을 텐데, 실제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도용 당한 것에 책임감을 느꼈어요. 돈 없는 학생 창업 시기에 만든 <걸 글로브>가 에어캡의 첫 작품이라서 브랜드, 디자이너 영업부터 발로 뛰면서 시작을 했었는데, 은인이 피해를 입었던 경우였죠. 작품이 인기가 많아지면 레플리카나 유사작이 나올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아가타>의 경우에는 상상에 기반한 설정이 많아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있지만 않다면 전보단 담담하게 넘길 수 있을 거 같아요.
Q. 이번 지스타 2022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지정 지원 스타트업 9개사에 에어캡이 들었어요. 비결이 있나요?
A. 현지민 대표: <아가타> 개발에 집중하고 있던 중에 지스타에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고민을 하다가 지원 스타트업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전작인 <걸 글로브>가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되면서 '202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기도 해서 에어캡의 가능성을 높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Q. 이번 지스타 참가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3일 차가 거의 다 지났는데 어느 정도 달성하셨나요?
A. 현지민 대표: 개발과 병행하느라 굉장히 급하게 준비를 해서 왔어요. 브로셔도 마감 4일 전에 마무리되고 신청도 3일 전에 했었구요. 지스타 참가 목표는 일단은 퍼블리셔 찾기와 개발 자금 확보였어요. 할 수 있다면 많은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었고요. 지스타 기간 동안 하루에 10개 업체 정도랑 미팅을 했고 30분 단위로 계속 일정이 잡힐 정도로 많은 관심과 피드백, 자문을 받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가타>를 통해서 에어캡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현지민 대표: 많은 개발사가 RPG에 집중하는 환경 속에서, <아가타>를 통해 서브컬처 게임과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에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일본의 경우를 보면 <프린세스 메이커>, <아이돌 마스터>, <우마무스메> 등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명작들이 많잖아요. 한국에는 아직은 이 장르에 걸출한 IP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 <아가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