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플레이 엑스포 현장에서 진행된 ‘2025 플레이엑스포 게임산업 트렌드 특별 강연’에서 민트로켓의 우찬희 기획팀장은 이 같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2018년 네오플의 스튜디오42에서부터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의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 현재는 <데이브>의 기획 리더직을 맡고 있다. 게임 속 ‘데이브’의 목소리도 바로 그의 목소리다.
그가 말하는 ‘덜 만든 게임’은 버그와 오류가 산재한 ‘덜 완성된 게임’이 아니다. 정식 출시 전 게임을 판매하는 ‘얼리엑세스’, 즉 앞서 해보기 게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8개월간 진행된 <데이브>의 앞서 해보기 진행 경험에서 배운 노하우들을 우리에게 소개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개발에 참여한 민트로켓 우창희 기획팀장
앞서 해보기란 무엇인가? 친숙하지만 선뜻 답하기는 어렵다. 얼핏 보기에 앞서 해보기는 ‘알파 테스트’나 ‘소프트 론칭’ 등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들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밸브의 정의에 따르면 앞서 해보기란 “개발 중인 게임을 미리 구매하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개발 방식”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과는 구매 여부에서 차이가 있고, 무료 게임도 앞서 해보기로 출시될 수는 있으나 유료 패키지 게임과는 그 의미가 꽤 다르다.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왜 앞서 해보기로 게임을 즐길까? 이상적인 사례는 가장 먼저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피드백을 남겨서 적극적으로 게임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정식 출시 때 가격이 오르는 것을 고려해서 저렴할 때 미리 게임을 구매하기도 한다.
반대로 개발사들에게도 앞서 해보기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나씩 소개해보자면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 ▲앞서 해보기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개발 기간을 확보할 수도 있으며 ▲출시에 앞서 게임의 완성도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이 앞서 해보기로 참여하는 이상적인 이유는 가장 먼저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게임이 앞서 해보기를 진행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올해로 무려 12년 째 앞서 해보기 중인 <프로젝트 좀보이드>
사진은 올해로 무려 12년 째 앞서 해보기 중인 <프로젝트 좀보이드>
우찬희 팀장은 “앞서 해보기를 미완성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면죄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보기니까” 라는 말이 게이머의 입에서 나올 때와 개발자의 입에서 나올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해보기는 게임의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 게임의 출시 전에 팬층을 확보해 인지도를 높이고 예비 구매자들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밸브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의외의 이점도 있다.
우리가 일상처럼 사용하는 스팀에는 광고 상품이 없다. 스팀이 게임을 소개하는 방식은 매출이나 인기도, 위시리스트 수를 기준으로 스팀이 직접 선정하는 큐레이션과 유저들의 플레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노출밖에 없다.
<데이브>는 출시 시점에 큐레이팅 타이틀로 선정되어 스팀의 메인 화면을 장식했다. 다양한 작품 중 <데이브>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밸브는 “앞서 해보기 과정에서 업데이트의 주기와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즉 앞서 해보기 단계를 잘 관리한다면 이 같은 ‘스팀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식 출시 때 스팀 큐레이션으로 메인 페이지를 장신한 <데이브>.
<데이브>는 밸브가 게임 추천 방식을 소개하는 공식 사례로 활용됐다.
<데이브>는 밸브가 게임 추천 방식을 소개하는 공식 사례로 활용됐다.
우 팀장은 앞서 해보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몇 가지를 소개했다.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앞서 해보기로 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게임의 완성도다. 첫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뿐이다. 이 때 놓친 유저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말하자면 앞서 해보기는 미완성된 게임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라, 잘 만든 게임이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는 자리다.
앞서 해보기는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기에 게임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볼륨도 충분해야 한다. 게임이 충분히 ‘돈값’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앞서 해보기는 성공한다. <발더스 게이트 3>는 앞서 해보기의 분량이 20시간 정도였으며, <하데스 2>의 앞서 해보기는 전작의 전체 볼륨보다도 컸다. <데이브> 역시 앞서 해보기를 위해 8시간 정도의 분량을 준비했다.
이 때 나름의 ‘꼼수’도 있다. 굳이 게임의 아쉬운 부분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이는 오히려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분량이 적어도 좋으니 잘 다듬어진 부분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와의 소통이다. 커뮤니티와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창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스팀 내 커뮤니티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디스코드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데이브>는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 외에도 공식 디스코드로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DC인사이드의 갤러리나 레딧 같은 커뮤니티는 유저들이 직접 개설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데이브>의 경우 유저들이 서브레딧을 개설하도록 했으나, 누군가 도메인을 선점하고 이를 구매할 것을 요구해 결국 직접 공식 서브레딧을 개설했다.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신속하고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 <데이브>는 디스코드에서 개발진들이 직접 유저들과 소통했다. 우 팀장은 “돌이켜보면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개발자들이 유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할 수 있었고, 빠른 피드백 반영을 통해 부정적인 평가를 긍정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해보기 초기 <데이브>도 대행사를 활용하려고 했으나...
대행사가 게임 관련 이슈에 대응할 수 없어 "개발팀에게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밖에 전달하지 못하자
결국 개발팀은 컨셉에 잡아 먹히고 말았다(추정).
대행사가 게임 관련 이슈에 대응할 수 없어 "개발팀에게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밖에 전달하지 못하자
결국 개발팀은 컨셉에 잡아 먹히고 말았다(추정).
그렇다면 민트로켓은 처음부터 이렇게 앞서 해보기를 탄탄하게 준비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들에게도 앞서 해보기는 낯선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소개된 노하우는 모두 이들이 앞서 해보기 단계를 거치면서 겪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며 정립된 것이다.
<데이브>의 개발팀이 앞서 해보기를 준비했던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먼저 앞서 해보기로 선보일 게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결정했고, 이후에는 유저들이 앞서 해보기 단계를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의 전반부를 다듬는 작업을 거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요한 정식 출시 일정에 맞춰 게임을 준비하는 작업도 놓치지 않고 병행했다.
물론 모든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 앞서 해보기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출시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앞서 해보기 없이 흥행에 성공한 좋은 사례고, <데이브>와 비슷한 시기에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출품된 <컬트 오브 더 램>도 앞서 해보기 없이 데모 공개 이후 2달 만에 정식 출시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해보기 초기, <데이브>의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목표 위시리스트 달성률은 40%에 달했으며, 트위터 팔로우 수는 281명에 그쳤다. 앞서 해보기 발표 영상의 조회수는 1천여 회를 기록했다. 넥슨의 자금력으로 순조롭게 성공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데이브>가 성공적으로 앞서 해보기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 팀장은 “패키지 게임 출시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도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하고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등 노력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서 해보기는 경험과 노하우는 부족하지만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팀에게 적합한 개발 방식”이라며, “잘 준비하고 커뮤니티와 피드백하고, 꾸준히 개선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완성도 높은 게임 만들고, 커뮤니티와 잘 소통하고, 업데이트 빨리 하고, 리뷰 잘 대응하고...
특별한 노하우가 아니라 이런 노력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 것이 <데이브>의 흥행 비결이 아닐까?
특별한 노하우가 아니라 이런 노력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 것이 <데이브>의 흥행 비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