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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방구석게임] 이질적이면서도 짜릿한 리듬 게임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어렵지만 맛있다!

쿠타르크(쿠타르크) 2025-02-11 16:35:32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픽셀 그래픽의 던전을 탐험하는 게임 하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하 던전의 어두운 곳을 밝히며 마주치는 몬스터를 물리치고 탐험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획득하고 최종 지점에서 기다리는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던전 탐험 게임은 '모든 조작을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의 박자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이색적인 시스템 딱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거칠고 강렬한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며 캐릭터를 움직이고, 리듬을 타면서 적의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피하는 모습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모두를 흥분시켰다. 그렇게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Crypt of the NecroDancer)는 작년까지 추가 업데이트와 하츠네 미쿠 DLC가 나오는 등 출시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가 정식 출시되고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던전 탐험 게임은 조금 더 음악 게임에 근접해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주요 캐릭터 및 몬스터, 그리고 핵심이 될 만한 매커니즘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말이다. 2025년 2월 스팀을 통해 출시된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Rift of the NecroDancer)는 어쩌면 그런 이유로 제작됐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쿠타르크(인디게임 블로거)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어느덧 이 리듬 던전 탐험 게임이 출시된지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리듬을 타고 넘는 락큰롤 판타지를 표방한 후속작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 리듬을 타고 넘는 락큰롤 판타지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는 리듬을 타는 던전 탐험 게임으로 유명한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의 스핀오프 격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의 박자에 맞춰 내려오는 몬스터 형태의 노트를 쳐 음악 연주를 무사히 마쳐야 하는 리듬 게임이다.

순수 픽셀 그래픽으로 유명했던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서는 서양 애니메이션 풍의 비주얼을 선보였다. 덕분에 주인공 케이던스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표정과 몸짓이 굉장히 다양해진 모습이다. 여기에 락과 일렉트로닉 장르의 비중이 높은 음악은 빠른 템포와 강렬한 비트를 자랑하며 여전히 상당한 중독성과 완성도를 자랑한다.

정식 출시와 함께 한국어를 지원하는데 번역의 퀄리티는 대체로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편이다. 딱 하나 케이던스가 균열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 마주하는 캐릭터인 도브를 '비둘기'라고 직역해버린 걸 제외하면 말이다. 마냥 오역으로 치부하긴 좀 그렇지만 썩 자연스러운 번역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감이 있다.

리듬 던전 탐험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리듬 게임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비누'나 '초콜릿'으로 번역하지 않은게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리듬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는 균열 너머에서 세 라인을 따라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잘 보고 각 몬스터가 가장 가까운 칸에 왔을 때 박자에 맞는 정확한 타이밍에 쳐내야 한다. 일반적인 리듬 게임과 동일한 인터페이스 구성과 플레이 방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흥미로운 건 각 몬스터마다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 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이상을 쳐내야 하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균열에서 다가올 때 라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몬스터도 있고 다가오는 타이밍을 꼬는 몬스터도 있다. 여기에 몬스터의 이동 경로나 패턴을 바꿔버리는 함정도 존재하며, 같은 몬스터라 하더라도 색깔이나 바닥의 문양에 따라 패턴이 또 달라진다. (전작을 조금이라도 플레이해봤던 이들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대다수의 몬스터는 전작에도 등장했으며 특성과 패턴도 매우 흡사하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는 리듬 게임처럼 생겼으나 다른 일반적인 리듬 게임과는 결을 달리한다. 연주해야 하는 노트가 몬스터의 형태를 띌 뿐만 아니라 연주 방식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연주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리듬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몬스터의 특성을 제대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인지 게임의 규칙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다른 게임에 비해 제법 긴 편이다.) 마치 다가오는 몬스터를 물리치는 감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게임 플레이는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빠르고 강렬하면서도 중독성 넘치는 음악이 더해지면서 신나고 짜릿한 흥분을 선사한다.

몬스터의 종류마다 패턴이 다르다. 그리고 같은 몬스터라 할지라도 색깔에 따라 특성이 또 다르다.

잘 보면 대부분의 몬스터가 전작과 거의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스토리 모드에는 케이던스와 그녀의 동료들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더불어 음악 연주와 가벼운 미니 게임 그리고 보스전이 포함되어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네 가지 방향키를 누르는 미니 게임은 닌텐도의 <리듬 세상> 시리즈에서 봤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데, 일종의 패러디 내지는 오마쥬라 보면 좋을 듯하다. 

가벼운 리듬 미니 게임의 존재, 그리고 현대적인 복장에 더해 각자 나름대로 어울리는 직업을 찾은 캐릭터들의 대화는 음악 연주 일변도라 느껴질 수 있는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시킨다.

참고로 스토리 모드에서도 음악 연주와 마찬가지로 네 가지 난이도 구분이 존재한다. 스토리 모드의 난이도를 '어려움' 이상으로 올릴 경우 음악 연주 뿐만 아니라 미니 게임과 보스전의 난이도 또한 올라가며, 특히 보스전의 경우 보스의 공격 패턴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체감 난이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전 난이도를 낮춰 대처법을 알아오거나 플레이어가 스스로 부딪혀 패턴을 알아내야만 한다. 조금 너무한 감이 있긴 해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게 펼쳐지는 화려한 공격 패턴과 서로 맞고 때릴 때마다 드러나는 찰진 리액션이 있어 그만큼 보스전의 재미 또한 상당하다.

서로 때리고 맞을 때마다 굉장히 찰진 리액션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뺨 때리는 게임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준비하시고, 포즈 잡아요! (찰칵)


# '리듬돌죽'이라 불렸던 전작을 좋아했다면 만족할 게임

이렇듯 전작과 마찬가지로 리듬과 박자를 게임의 핵심으로 내세운 데다가 각 몬스터의 종류와 색상에 따른 특성 등 전작의 주요 시스템을 비슷하게 채용한 게임 플레이가 있어 전작인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를 즐겨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소위 '리듬돌죽'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2015년 첫 출시 이래로 오래도록 꾸준히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원작의 스핀오프 게임으로써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다만, 이 게임을 스핀오프의 관점이 아니라 순수 리듬 게임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음악을 연주하는 게임이라고 보기에는 몇 가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 이상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일부 곡에서 음악의 리듬과 박자를 무시하는 듯한 몬스터 노트가 등장해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하면 먼 거리에서 빠르게 돌진하는 블레이드마스터의 경우 멈추는 위치와 돌진하는 타이밍이 일정하지 않아 타이밍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다행히 각 음악에서 몬스터가 다가오는 패턴은 항상 일정한지라 연습을 통해 패턴에 익숙해질 수는 있긴 하지만, 결국 음악을 연주한다기보다는 곡의 패턴을 습득하는 것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돌진 전에 서는 위치도 매번 다르고 돌진하는 타이밍도 미묘하게 다르다. 사실상 게임에 가장 큰 혼란을 불러오는 녀석.

정박도 엇박도 아닌 이상한 박자로 내려오는 몬스터가 있다. 이쯤되면 그냥 감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

 순수 리듬 게임으로써는 아쉬움이 적잖이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프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는 리듬 게임의 노트를 몬스터로 구현해낸 참신한 시도를 흥미롭게 풀어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서양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체에 현대식 복장을 입은 캐릭터들은 풍부한 표정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개성을 한껏 드러내며, 락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강하게 드러내는 음악은 플레이어를 잔뜩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음악을 연주하듯 박자에 맞춰 균열에서 쏟아져나오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임 플레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짜릿한데다가 원작의 감각을 잘 유지한다.

그 밖에 다양한 여러 서브컬처 작품의 패러디와 오마쥬를 포함한 엔딩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며, 스팀 창작마당을 통해 추가될 전세계의 유저들이 직접 제작한 커스텀 스테이지까지 고려하면 컨텐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전작인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굉장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설령 전작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질적이면서도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독특한 감각의 리듬 게임으로 추천한다.


- 쿠타르크 (블로거)


2014년부터 10년째 인디게임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건이 넘는 게임 리뷰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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