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어느덧 한 달이 넘는 연재의 마지막 편이다. 그동안 더브릭스게임즈의 시작에서부터 첫 게임 <30일>과 후속작 <냥냥스타>의 개발, 그리고 출시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더브릭스게임즈 룩백 마지막 편에서는 '고양이 유기' 문제를 다룬 <냥냥스타>를 통해 처음 경험한 라이브 서비스 과정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얻은 배움과 느낀 점들을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더브릭스게임즈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가 계속 임팩트 게임을 만드는 이유, 앞으로는 어떤 게임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싶은지, 그 게임은 지금까지 만든 게임과 어떻게 다르고, 반대로 어떤 면이 같을지 말해볼 계획이다. /기고=더브릭스게임즈 이혜린 대표,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더브릭스게임즈 포스트모템 5부작]
① 누구도 가지 않은 길...왜 임팩트 게임인가 (바로가기)
② 자살을 막는 게임 '30일'...현실 담기 위해 발로 뛴 이유는 (바로가기)
③ 50만 다운로드 중 자연유입이 무려 99.5%? 인디의 마케팅은 (바로가기)
④ 랜선집사였던 내가 직접 유기묘를 키우며 만든 고양이 게임 (바로가기)
⑤ 매 순간이 도전...다음 목표는 '환경 보호' SF 임팩트 게임 (현재 기사)

<냥냥스타>를 출시하고 나서 걱정했던 점 중 하나는, 이것이 실제 ‘고양이 집사’ 유저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살 수 있을 지였다. 스토리에 진정성이 있어야만 임팩트가 발생할 텐데, 기본적인 육묘(育猫)의 묘사부터 엇나간다면 그러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직접 삼순이를 임시 보호하며 키우고 있었지만 아직 초보 집사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다행히도 출시 후 자주 발견된 유저 반응 중 하나가 “냥집사로서 공감된다”는 것이다. 고양이 키우기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라도 재현하겠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
실제로 <냥냥스타>에 들어 있는 모든 콘텐츠와 시스템은, ‘현실 같은 집사 체험’이라는 게임의 기본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를 위해 현실이 반영된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데 가장 먼저 공을 들이고 있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주인공 ‘우리’가 처음으로 고양이 ‘뭉치’를 만나게 되는 계기에서부터, 뭉치를 임시 보호하고 끝내 정식 입양하기까지의 과정 등에서, 사람들에 의해 버려지는 '유기묘' 문제를 포함해 아름답지만은 않은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조명하려는 것은 고양이 키우기의 긍정적 측면이기 때문에, 어둡기보다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를 게임의 가장 중요한 줄기이자 임팩트의 중심으로 삼고, 다른 모든 시스템은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머지(merge) 장르에 흔하게 존재하는 하우징(집 꾸미기) 콘텐츠를 살펴보더라도, 단순히 보기 좋은 아이템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집에 두면 좋은 물건들과 두어서는 안 되는 물건의 종류가 무엇인지 조사하여 이를 반영했다.
또한 먹이 주기, 간식 주기, 사냥 놀이, 화장실 청소 등 고양이를 키운다면 반드시 필요한 활동들을 인터랙션으로 구현한 ‘교감 퀘스트’도 존재한다. 교감 퀘스트를 플레이하면서 유저는 고양이별로 다르게 구현되어 있는 각자의 까다로운 성미를 알아내고 만족시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사료, 장난감, 간식 등이 서로 다르다.
유저 몰입을 위해 별도의 개발 공수를 들이는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스토리 연출이다. <냥냥스타>에는 매 챕터마다 스토리를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컷씬이 삽입되고 있다. 이 컷씬들은 특히 고양이들과의 특별한 순간들을 보여줄 때 활용됨으로써, 유저들이 고양이와 직접 상호작용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해준다.

타이틀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게임 속 SNS ‘냥냥스타’ 역시 노력이 많이 투입되는 콘텐츠다. ‘냥냥스타’에서 유저들은 고양이의 사진을 업로드 하고, 다른 유저와 DM으로 소통하고, 별도의 온라인 공간 속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요즘 반려동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SNS를 통한 정보 교류와 소통까지 묘사함으로써, 가상 육묘의 현실감을 한층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은 많이 실현하지 못했지만 ‘냥냥스타’ 속에서는 인스타그램 등 실제 SNS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도 일어난다. SNS로 고양이 입양을 쉽게 시도했다가 금방 파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주인공이 우연히 ‘펫플루언서’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등이 다뤄졌다. 앞으로 ‘냥냥스타’ 내부 스토리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머지 콘텐츠 역시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야기 속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머지를 통해 얻어야만 퀘스트를 깰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캣타워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드라이버 아이템과 장갑 아이템을 합성해 내야 하는 식이다.
이러한 모든 몰입 유발 요소는 결국 핵심 메카닉인 ‘머지’ 행위가 임팩트로 직접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냥냥스타> 속에서 머지는 퍼즐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고양이 보호와 양육을 위한 활동이다. 머지가 육묘의 보람과 의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몰입감 유발을 고려하며 내실 있는 업데이트를 지속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단순히 스토리를 이어 나가려고만 해도 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자세히 조사하고, 실감나는 육묘 에피소드를 떠올리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양이가 보여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행동, 어린 고양이에게 필요한 별도의 관리 등 실제 집사들도 종종 헷갈리거나 잘 모를 수 있는 고양이 건강 관련 상식 등을 이야기에 넣고, 이런 정보를 인게임 SNS ‘냥냥스타’ 게시글(카드 뉴스), 인물 간 대화에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했을 때 육묘에 관한 지식과 육묘의 현실을 고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지식은 지식대로 따로 전달된다면 그 전달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손상될 수 있다.

문제는 <냥냥스타>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점이다. 라이브 서비스에서는 주기적이고 신속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수다. 이전까지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전무한 데다가 인원도 상대적으로 적은 더브릭스게임즈에게는 그 자체로 이미 조금 벅찬 과제다.
가장 주된 어려움은 개발 시간과 유저의 플레이 시간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는 데서 온다. 개발진이 3주에 걸쳐서 간신히 챕터 하나를 업데이트하면, 빠른 유저들의 경우 하룻밤 만에 콘텐츠를 다 깨버리기도 한다. 이렇듯이 공급이 소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이 현재로서 가장 어렵다.
스토리가 아예 없거나, 스토리와 머지 메카닉 사이의 연계가 약한 일반적 머지처럼 만든다면 더 쉬웠을 수 있다. 유용한 정보가 담긴 개연성 있는 서사를 연구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업데이트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유저에게 간접 체험을 제공해 인식을 제고하려는 게임의 목적상, 이쪽이 맞다고 여겨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이 방면에서 긍정적 유저 반응이 자주 눈에 띈다. 스토리가 재미있다거나, 고양이 관련 지식이 유익하다는 리뷰가 주기적으로 달리며, 이를 볼 때마다 우리의 의도를 유저분들이 알아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 감사하다.
이처럼 콘텐츠에 대해 즉각적인 유저 반응이 온다는 사실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피드백에 따라서 현재의 개발 방향을 확인 받거나 반대로 수정 필요성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해 피드백을 바로, 그리고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들은 안타깝다. 하지만 아무런 피드백 없이 갈 방향을 찾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느낀다. 피드백 중에는 물론 게임을 향한 비판도 있지만 원색적 비난은 없고, 오히려 완성도를 높이는 현실적 아이디어를 직접 주시기도 하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더브릭스게임즈가 어떤 게임사로 남고 싶냐는 질문은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과도 같다. 이 질문에 나는 앞으로도 임팩트 게임을 만들겠다고 늘 이야기한다. 연재 과정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그게 내게는 가장 재미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주제로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복구 노력의 필요성'을 다루고 싶다. 기후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이제는 인류가 모든 힘을 쏟아도 이전과 같은 환경으로는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늦었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아버린다면, 재난은 더 강하게,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지구상의 생명들을 휩쓸 것이다.
실제로 차기작 기획을 위해 환경 문제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탄소 중립 정책 등 자연 복구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이들의 노력이 현시점에 아무 쓸모 없는 것이라면 보이지 않았을 모습들이다.
자살 예방, 유기묘 문제에서도 '생명을 다정하게 대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온 더브릭스게임즈의 방향성과 잘 맞는 주제다. 기후 위기는 인간 및 여러 생명을 모두 덮치고 있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는 수백만 마리 물고기가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고,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날씨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앞으로 더욱더 빈번해질 것이다.

한편, 게임의 구조적 측면을 이야기해 본다면, 다음에는 PC용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 BM보다는 게임에 더 집중해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모바일 라이브 게임에서는 게임 자체의 재미나 퀄리티 외에도 BM 고도화에 큰 힘을 쏟아야 한다. 구체적인 유저 데이터에 기반해 BM을 설계하고, 큰 자금을 들여 퍼포먼스 마케팅을 전개해야만 유저 유입과 유지가 가능하다.
PC 게임의 성공에서도 마케팅과 BM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수준이다. 즉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행위에 훨씬 더 집중해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도움이 된다. 좋은 임팩트 게임은 대중적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이런 기초적 방향성에 따라 새롭게 기획 중인 신작은,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이전 게임들과 달리 SF적 요소가 가미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으면서 확장과 변주의 잠재력이 크고, 무엇보다 주제에 잘 어울리는 장르를 선정해 둔 상태다.
구체적인 스토리라인과 게임 메카닉을 밝히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간접적으로 실천해보고, 그 긍정적 효과를 게임 상에서 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기본적 개발 방향성은 이번에도 동일하다. 이를 통해 유저들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