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2 LCK 스프링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16연승을 달리는 T1을 중심으로 젠지, DRX, 담원 기아 등이 모인 상위권 싸움도 흥미롭지만,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포스트시즌 진출을 걸고 펼쳐지는 5위, 6위 싸움이다. 광동 프릭스와 KT 롤스터는 물론 프레딧 브리온까지 참전해 그야말로 숨 막히는 혈투가 펼쳐지고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건 프레딧 브리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위권이 익숙했던 프레딧 브리온은 올시즌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며 착실히 승수를 쌓았고, 이를 통해 순위 경쟁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를 상징하는 팀에서 조금씩 '승리가 익숙한' 팀으로 변하고 있는 셈.
그런데 최근 프레딧 브리온을 둘러싼 흐름이 심상치 않다. 1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전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순위 경쟁자 KT 롤스터마저 매섭게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 남은 대진상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광동 프릭스의 존재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과연 프레딧 브리온은 2022 LCK 스프링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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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딧 브리온의 출발은 몹시 '초라'했다. 야심차게 LCK 프랜차이즈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별문제 없이 리그에 참가하는 듯했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팀 전체를 흔들었다. 결국 프레딧 브리온은 이렇다 할 스타 선수 한 명 없는 로스터로 첫 번째 LCK를 맞이했다.
물론, 프레딧 브리온의 행보가 마냥 초라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월등한 체급의 강팀을 꺾는 파란을 만들기도 했으니까. 특히 LCK 2연패, 롤드컵 우승 등 강팀으로 군림하던 담원 기아를 2-0으로 꺾은 경기는 많은 팬들에게 '프레딧 브리온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경기'로 꼽힌다. 놀랍게도 그 경기는 프레딧 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거둔 첫 번째 'LCK 승리'였다.
하지만 LCK는 결코 만만한 리그가 아니었고, 이는 프레딧 브리온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담원 기아와 T1 등 강팀을 잡아내며 잠시 주목받기도 했지만, 결국 프레딧 브리온의 첫 번째 시즌은 5승 13패(10위)로 끝났다. 이어진 서머 시즌 역시 큰 임팩트는 없었다. 순위는 한 계단 상승했지만, 승패는 동일했던 탓이다.
프레딧 브리온의 설레는 첫 번째 LCK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박수받는 꼴찌팀, 약팀의 분전이라는 호평과 함께 '모두가 응원하는 세컨드 팀'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붙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실패'였다. 1년 차 LCK 막내, 프레딧 브리온이 마주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2022년, 프레딧 브리온은 큰 변화보단 유지를 택했다.
수많은 LCK 팀이 앞다퉈 스타 선수를 영입하고 화려한 오피셜을 띄웠지만, 프레딧 브리온만큼은 최대한 기존 선수단을 지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 그렇게 완성된 로스터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한화생명e스포츠 출신 '모건' 박루한과 휴식 중이던 '소드' 최성원이 합류했지만, '딜라이트' 유환중, '엄티' 엄성현, '라바' 김태훈, '헤나' 박증환 등 주전 대다수가 그대로 잔류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프레딧 브리온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속칭 '크랙'이라 부를 수 있는 스타 선수가 없을 뿐더러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 역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던 탓이다. 실제로 프레딧 브리온은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미디어데이는 물론 LCK 공식 콘텐츠 '롤분토론'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이 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다소 미지근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프레딧 브리온은 '완벽히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들은 시즌 초 T1, 젠지, 담원 기아 등 강팀을 만났음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경기를 박빙으로 끌고 갔다. 심지어 몇몇 경기에서는 '전력차이'가 아니라 본인들의 실수로 인해 패배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펼쳐졌다. 비록 숫자로 드러난 초반 성적은 1승 4패였지만 경기력이 크게 달라진 만큼 '올해는 할만하다, 프레딧 브리온이 진짜 달라졌다'라는 호평도 쏟아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될 듯 될 듯하다가 끝내 승리를 달성하지 못한 중하위권 팀은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즌 초부터 연이어 강팀을 만난 프레딧 브리온도 그러했다. 당시 프레딧 브리온은 좋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승리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고, 결국 연패의 늪에 빠졌다. 광동 프릭스와 농심 레드포스를 잡으며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KT 롤스터와 리브 샌드박스 등 경쟁 팀에 당한 패배는 너무나 뼈아팠다.
하지만 2022 LCK 스프링, 프레딧 브리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2라운드 KT 롤스터전을 기점으로 한화생명e스포츠, 농심 레드포스, 리브 샌드박스 등 경쟁팀을 연이어 격파하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프레딧 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맛보는 4연승, 그리고 '5위'였다.
사실 프레딧 브리온의 지표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시야 부분이다. 2021 LCK 서머에서 분당 설치한 와드(4.1개, 2위)와 비전 와드(1.67개, 2위)는 물론 분당 제거한 와드(1.96개, 2위) 등 시야 지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프레딧 브리온은 올 시즌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기준 프레딧 브리온은 설치한 와드(3.7개, 공동 2위), 비전 와드(1.67개, 2위), 분당 제거한 와드(1.94개, 1위) 등 시야 관련 세 항목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팀적인 '시야 싸움'을 통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체급을 보완하는 전략을 또 한 번 들고나온 셈이다.
대미지 기여율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타 포지션에 비해 미드, 원거리 딜러 기여율이 높은 건 동일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 올 시즌 프레딧 브리온의 미드 대미지 기여율은 30.8%까지 치솟았고, 원거리 딜러 역시 27.3%까지 기여율을 끌어올렸다. 메타에 따라 기여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제법 큰 상승 폭이다.
프레딧 브리온을 이끌어가는 선수들의 면모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모건은 한화생명e스포츠 시절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늘 웃음거리가 됐고, 엄티 역시 선수 생활 내내 비아냥에 가까운 밈을 마주해왔다. 팀을 이끌고 있는 라바 역시 반짝인 기간이 너무나도 짧았던, 포지션 변경에 실패한 선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바텀 듀오 헤나와 딜라이트 역시 희미한 존재감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다. 베테랑 소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전문가 중 프레딧 브리온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누군가는 프레딧 브리온이 작년보다 더 부진할 거라는 비관적 예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프레딧 브리온은 세간의 편견을 뚫고 차근차근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게 없다"라는 푸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요즘 같은 상황에 더욱 자주 들리는 만큼, 더는 '과한 표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말이다. 따라서 되는 일보다 안되는 게 더 많은 현실을 뒤집는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박수도 날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프레딧 브리온이야말로 현실을 뒤집는 팀에 해당한다.
이제 프레딧 브리온에겐 단 두 경기가 남았다. 젠지, 담원 기아전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 프레딧 브리온의 운명도 갈린다. 달콤했던 봄이 이대로 끝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꿈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들은 또 한 번의 '악재'를 마주했다. 1군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에 이어 얼마 전 LCK 경기에 나섰던 2군 선수 중 일부가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을 받은 것. 만약 상황이 악화될 경우 프레딧 브리온이 젠지전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따라서 이들에게 남은 현실적인 선택지는 '담원 기아전'뿐이다. 2승이 아니면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을 확정 지을 수 없다는 점도 몹시 뼈아프다. 될 듯 될 듯하다 넘어지고, 힘겹게 일어났지만 또다시 위기를 마주한 셈이다.
과연 프레딧 브리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모두가 응원하는 '세컨드 팀'을 넘어 진정한 '퍼스트 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실패의 아픔을 아는 선수들은 성공의 환희를 깨닫고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까. 프레딧 브리온의 '봄'은 이번주 토요일 담원 기아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