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 게임사가 가상자산 기반 P2E 게임에 뛰어들었습니다. 올해 많은 게임이 쏟아질 예정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변곡점에 대한 기대와 거품일 거라는 냉소가 부딪치고 있습니다. 본 기획이 P2E 게임의 기회와 허들, 변수 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본 연재물 내용은 디스이즈게임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퀄리티는 저희가 담보합니다. /디스이즈게임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The Sandbox)가 지난 24일부터 알파 시즌 3를 시작했다. <더 샌드박스>의 알파 시즌은 서비스 정식 오픈 전 일종의 테스트 기간으로 누구나 참여해서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토큰부터 NFT까지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시즌 또한 누구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KYC(Know Your Customer)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변경되었다. 신분증, 여권 등을 통해 개인 인증 절차를 추가한 것인데, 이는 개인이 여러 지갑을 사용해서 보상을 여러 번 수령할 수 없게 만든 장치다.
알파 시즌 2에선 게임을 플레이하고 미션만 클리어해도 당시 가치로 약 330달러(한화 약 40만원) 상당의 토큰을 얻을 수 있었기에 암호화폐용 전자 지갑을 여러 개 만들어 플레이하는 사용자가 다수 있었다. 이번 알파 시즌 3는 이러한 사용자를 배제하고 실사용자를 더욱 확보하기 위해 KYC와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했다.
현재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은 <더 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의 양강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전부터 NFT 랜드 세일에 사업을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더 샌드박스의 월드 맵, 각각 작은 픽셀은 하나의 독자적인 랜드로 부동산의 땅과 비슷하게 사거나 팔 수 있다.
출처 = 더 샌드박스 공식 문서)
2021년 일반 랜드 세일을 시작한 <더 샌드박스>는 주기적으로 특정 구획의 랜드를 개인이나 기업이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재밌는 점은 랜드 구매에 기업이나 인플루언서들이 큰 돈을 들고 왔다는 점이다. <샌드박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반적인 랜드보다 큰 크기의 랜드를 구매한 기업들은 지도에서도 보이게끔 큼지막하게 자사의 로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메타버스에 생긴 최초의 광고판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알파 시즌 3는 여태까지 기업들의 광고판으로만 쓰이던 랜드가 빛을 발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타리, 스퀘어 애닉스, 유비소프트 등 전통 게임 제작사와 더불어 아디다스, 워너 뮤직 그룹, 스눕독 등 강력한 인지도와 IP를 가진 파트너 기업들이 자사의 게임이나 아바타, 아이템 NFT를 추가했다.
과거에는 <샌드박스> 자체 토큰노믹스와 NFT 랜드 정도가 플랫폼 매력의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그 땅 위에 오밀조밀한 콘텐츠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양상은 <더 샌드박스>의 독자적인 전략이라기 보다는 전통 메타버스 게임 강자인 <로블록스>(Roblox)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로블록스>에 구현 돼있는 <유니버셜 로블록스>(Universal Roblox)는 유니버셜 올랜도 리조트를 메타버스상으로 옮겨 놓은 테마파크 형식의 게임이다. 사용자들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직접 가지 않고도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체험할 수 있으며, 리더보드 순위에 따라 <로블록스> 내 통화인 로벅스(Robux)를 얻을 수 있다.
<로블록스>에 구현되어 있는 유니버셜 로블록스
이런 요소들은 플랫폼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들이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활성사용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난 4950만 명에 달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올해 4월께부터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하락장이 시작되면서 <더 샌드박스>가 토큰 보상 등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고객 유인책을 사용하기 어려워진 처지라는 점이다. <더 샌드박스> 뿐만 아니라 크립토에 기반한 플레이투언(P2E) 플랫폼에서는 참여자에게 토큰을 증정하는 방법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필연적으로 토큰 가격 하락을 부른다는 측면에서 플랫폼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락장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방법이다. 이렇다 보니 <샌드박스>도 사용자에 대한 토큰 보상을 줄였다. 시즌2에서는 500SAND(샌드박스 토큰)이던 알파패스 기준 사용자 보상이 시즌 3에서는 250SAND로 제안 사항 없다. 시즌2를 시작할 때 개당 3달러 수준이었던 토큰 가격이, 지금은 1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알파시즌 3에 주어지는 참여 보상은 1/6로 줄어든 셈이다.
결국 과거 고객을 모으기 위해 유용하게 썼던 무기들은 암호화폐 하락장이 지나가기 전까지는 사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 믿을 만한 건 앞서 <더 샌드박스> 메타버스에 입점한 IP강자 기업들이 생성해내는 새로운 콘텐츠와 게임들이다. 갑자기 하락장이 오면서 예정됐던 시즌 3 업데이트가 배수진을 친 것처럼 되어버린 상황이다.
<더 샌드박스>는 과연 <로블록스>처럼 활성사용자 숫자를 늘리고, 선순환하는 플랫폼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더 샌드박스>에게 이번 시즌 3는 상당한 모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샌드박스>는 토큰과 NFT 랜드 판매를 통해 이미 한 번의 사업적 성공을 맛본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완성될 메타버스라는 미래의 가치를 NFT 판매라는 형태로 미리 당겨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플랫폼의 게임성과 매력을 증명하는 검증의 시간이 될 것이다.
여기서 감안해야 할 점은 <더 샌드박스> 형식의 게임 플랫폼에 있어서 게임성이란, 흔히 게이머들이 말하는 ‘고퀄리티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로블록스>나 <더 샌드박스>의 사용자들은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유행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얄궂게도 이것은 단순히 <더 샌드박스> 측이 직접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내놓고, 그 콘텐츠들이 적극적으로 소비될 때 비로소 가능한 풍경이다.
<더 샌드박스>는 어떻게 맵 제작자들로 하여금 더 재밌는 맵을 만들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희망이 없지는 않다. 초반부터 <더 샌드박스>를 이용해 온 실사용자들은 생각보다 변화속도가 빠르다고 평한다. 알파 시즌 2부터 시즌 3까지 플레이하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사용자에게 물었다.
Q: 샌드박스 관련 NFT를 보유하고 있나요?
A: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초기 세일을 통해 SAND 토큰을 구매했고, 랜드의 프리세일에 참가해 랜드 NFT도 구매했습니다.
Q: 랜드NFT를 구매하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든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A: 유틸리티가 있는 NFT를 원했는데, 게임 NFT가 그에 가장 가깝다 생각했으며 그 중 가장 희소성과 활용도가 높은 땅(랜드)을 사기로 했습니다. 랜드 보유자로써 게임을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알파 시즌 2에 참여했습니다.
Q: 게임성은 어땠는지? 비교할 만한 비슷한 게임이 있을까요?
A: 기대감이 없었던 크립토 게임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일반 잘 만든 게임에 비할 정도는 아니네요.
Q: 정식 오픈한다면 플레이 할 의향이 있는지?
A: 정식 출시 초반엔 무조건 할 것 같습니다. 시즌 2는 시즌 1 맵과 맵 제작 컨테스트 수상작이 일부 있었던 정도인데, 이번 시즌 3는 메인 로비부터 게임이 확 바뀐 느낌이 듭니다. 사용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늘었고 UI도 더 신경쓴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Q: 과거에는 샌드박스 플레이를 하는 사용자에게 SAND 토큰을 줬습니다. 이 토큰 지급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가요?
A: 쌀먹(게임 플레이로 현실 재화를 버는 행위) 할 사람들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꼭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겠네요.
<더 샌드박스>는 주기적으로 게임 잼(Game Jams)이라는 게임 콘테스트를 열어 우수 맵 제작자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열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IP나 특정 테마를 주제로 잼을 열어 보다 넓은 범위의 콘텐츠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뽀로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와 게임 잼을 열어 기존 IP를 더욱 방대하게 게임에 녹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타워 디펜스 류 게임'이라는 범위를 설정해 게임 잼을 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들이는 노력에 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거대해 보인다. <샌드박스>는 코인 하락장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