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서 서포터는 가장 기피되는 포지션입니다. 일반 유저 뿐만 아니라 프로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도 기피되고 있죠. 서포터가 기피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도 기피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솔로 랭크 및 유망주들이 서포터 포지션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서포터 포지션에 대한 고찰 및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니다.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 서포터 기피 현상
서포터 기피 현상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과거 포지션을 미리 정하지 않던 시절에는 서포터는 픽 순서가 가장 낮은 5픽이 가는 포지션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였죠.
서포터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재미가 없다'라는 것은 주관적인 느낌이라 정확히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풀이해 보자면 항상 팀원들에 맞춰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주도성이 부족하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훨씬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 포지션에 비해서 성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활약을 하기 어렵고, 혼자서 화려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어렵죠.
이는 수치상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된 말입니다. 서포터는 일반적으로 그 게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선정되는 POG 포인트가 가장 낮은 포지션입니다. 이번 시즌 LCK에서 서포터로 가장 많은 POG 포인트를 얻은 선수는 `리헨즈` 손시우 선수로 300점에 불과합니다. 전체 순위로는 27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프로 지망생들에게도 서포터는 기피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서포터 기피 현상이 심하다고 합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올시즌 다른 포지션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POG 포인트를 기록한 서포터 포지션 (출처 : LCK)
# 서포터 포지션의 숙련도?
필자의 생각에는 서포터라는 포지션이 상대와 실력 차이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차이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는 게임 내 영향력이 떨어지고,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합니다.
<롤>에 존재하는 모든 포지션은 고유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 영역에 따라서 필요한 자질과 능력치가 다르며 이를 포지션 숙련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탑과 미드의 경우에는 챔피언의 라인전 상성 및 각종 라인전 지식, 정글러의 경우는 정글링 및 초반 동선 설계와 종합적인 상황 판단력, 원거리 딜러의 경우는 바텀 2:2 라인전 구도 및 포지셔닝 및 딜링 능력, 서포터의 경우는 바텀 라인전 구도 및 로밍 타이밍과 시야 장악 능력이 포지션 숙련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텀 2:2 라인전은 원거리 딜러보다 서포터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보는 경우가 더 일반적입니다. 서포터는 CS를 먹어야 하는 원거리 딜러와 달리 온전히 상대를 견제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 서포터와 분명히 차이를 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리브 샌드박스 CL 팀에 소속되어있는 `레온` 송준희 선수도 잘하는 서포터의 기준을 라인전 능력으로 뽑았습니다.
픽밴도 중요하지만, 서포터의 능력도 라인전에 많은 영항을 미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로밍 또한 서포터가 초반에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미드 및 탑의 경우는 라인이 로밍 타이밍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서포터의 경우는 CS를 먹는 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솔로 랭크에서 좋은 승률을 기록하는 서포터들은 대부분 이러한 로밍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 역시 상대 서포터와 분명히 차이를 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서포터의 '시야 장악 능력'은 포지션 숙련도에 분명 포함되면서도, 서포터가 아닌 팀의 기량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한 팀이 시야 장악 주도권을 너무나도 확실하게 가져가기에, 지고 있는 팀의 서포터는 시야 장악 능력을 발휘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야 장악 능력은 서포터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며 가장 핵심적인 능력입니다. 그럼에도 이 능력이 팀의 능력에 따라 발휘되기 어렵다는 점은 서포터 숙련도의 가치를 크게 떨어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 서포터 전용 아이템이 없던 시절에는 팀의 시야 장악 능력은 서포터의 능력에 달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와드 설치에 제한이 생기고 모두에게 장신구가 추가되면서 서포터 한 명이 아닌 팀원 전체가 시야 작업에 참여하게 됐죠.
장신구
종합하자면 서포터 포지션 숙련도의 한계치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2:2 라인전 능력 또한 자신 혼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1 라인전에 비해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며, 로밍을 통해 얻은 이득도 자신이 아닌 팀원들이 스노우볼을 굴려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시야 장악의 경우는 정말 기본적인 원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온전히 팀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서포터 챔피언들 역시 서포터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인입니다. 서포터 챔피언들은 크게 유틸형 챔피언과 이니시형 챔피언으로 나누어지며 공통적으로 스킬 구성이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틸형 챔피언들은 자주 유저들의 불만 대상이 될 정도로 스킬 활용 난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표적인 유틸형 챔피언인 유미는 챔피언 난이도 자체가 낮아 챔피언 숙련도 차이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단순한 챔피언일수록 챔피언 숙련도 차이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서포터 포지션은 챔피언 숙련도의 가치마저도 낮은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문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숙련도의 한계치가 낮아 상대방과의 실력 차이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입니다.
물론 '세계 최고'라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그럴 수 없죠.
사진은 유미를 가장 잘 다룬다고 평가받는 '리핸즈' 손시우 (출처: 라이엇 게임즈)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다른 프로 지망생들이 기피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지컬이 같다면 주목받기 어렵고 상대방과의 차이를 내기 힘든 서포터보다는 다른 포지션을 선호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게다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프로 수준의 경기에서 서포터는 포지션 및 챔피언 숙련도보다는 팀적인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팀적인 능력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유망주들에게 서포터라는 포지션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포터라는 포지션을 선택한 이후에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포지션 숙련도 및 챔피언 숙련도가 다른 포지션과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포지션 숙련도 중에서는 바텀 2:2 라인전을 제외하면 다른 포지션과 연관점이 아예 없으며 서포터 챔피언들 자체가 다른 포지션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챔피언들입니다.
정글도 다른 포지션에 비해서 연관점이 거의 없긴 하지만, 다양한 역할군을 가진 챔피언을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서포터 포지션보다는 연관점이 많죠.
서포터 챔피언이 다른 라인으로 가는 것을 라이엇 게임즈가 싫어한다는 점도 한 몫 하죠.
사진은 탑 룰루 (출처: 라이엇 게임즈)
서포터 포지션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스코어` 고동빈 (원딜->정글), `엠비션` 강찬용 (미드->정글), `코어 장전` 조용인 (원딜->서포터) 선수와 같이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 결과를 보여준 선수들은 서포터 포지션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여러 루머에 의하면 베테랑 선수들에게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 서포터의 포지션 숙련도보다는 팀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프로 팀 서포터의 연봉이 다른 포지션들에 비해서 적거나 팀 내 영입 우선순위가 낮은 이유도 유망주들이 서포터를 기피하는 이유로 자주 뽑히곤 하지만, 결국 프로 팀이 이렇게 서포터를 저평가하는 이유는 서포터 포지션의 한계치가 뚜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올 시즌 LCK 팀들의 결과를 봤을 때 서포터의 기량이 부족하면 좋은 팀이 되기 어려운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서포터의 기량이 어느 수준 이상만 되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서포터는 기피되고 있다. 사진은 2022 LCK 하반기 트라이아웃 (출처: 한국e스포츠협회)
# 개선할 수는 없을까?
가장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서포터 포지션의 재미를 늘려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서포터의 게임 내 영향력을 향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포터 유저들이 많아진다면 당연하게도 서포터 포지션을 하고자 하는 프로 지망생들 또한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라이엇 게임즈도 이러한 서포터 포지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노력을 해 왔습니다. 서포터와 거의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정글은 바위게 및 협곡의 전령과 같은 오브젝트 추가와 정글링 개선을 통해서 게임 내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특히 정글 아이템을 통해서 정글 몬스터에 대한 확실한 소유권이 가질 수 있었던 점이 게임 내 영향력을 높이는데 결정적이었습니다. 이후 정글러의 초반 높은 성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정글링을 끝내고 주도권을 가진 라인을 도와 스노우볼을 굴리는 운영이 기본이 되면서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영향력 높은 포지션이 됐죠.
마찬가지로 라이엇 게임즈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서포터 전용 아이템을 추가하였습니다. 이 서포터 전용 아이템을 통해서 서포터들은 이전보다 원활한 골드 수급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라이너들이 원활한 골드 수급을 하기 위해서 서포터 아이템을 악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악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단식 메타를 뽑을 수 있습니다.
도벽과 서포터 아이템인 주문도둑의 검을 함께 사용하는 전략인 단식 메타
일방적으로 상대 탑라이너와의 골드 격차를 벌릴 수 있어 악명을 떨쳤다. (출처 : LCK)
아예 챔피언을 통해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한 적도 있습니다. 세나가 바로 그 예시입니다. 세나는 원거리 딜러형 서포터로,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내 영향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서포터들과는 달리 계속해서 강해지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세나는 이런 무한하게 강해진다는 특성 때문에 서포터가 아닌 원거리 딜러로 자주 쓰이게 됩니다. 특히 챔피언 특성상 서포터보다는 원거리 딜러들이 오히려 세나를 잘 다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 무대에서 세나는 원거리 딜러라고 볼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이번 시즌 세나를 사용한 선수는 대부분 원거리 딜러였다.
이렇듯 서포터 포지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여러 번 실패하면서 라이엇 입장에서도 서포터 관련해서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서포터의 성장력을 개선해주면 정작 서포터가 아닌 다른 라인들이 악용하고 실험적인 서포터 챔피언을 내면 밸런스를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죠. 특히 서포터 포지션의 성장력을 높이는 것은 지금까지의 사례를 봤을 때 의도와 다르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서포터 포지션 숙련도의 한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포터의 가장 고유한 영역이었던 시야 장악 능력의 경우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이미 패치를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텀 2:2 라인전 역시 이미 현 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유저들이 많은 만큼 변경할 이유가 적습니다.
따라서 서포터 포지션 숙련도의 한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포터의 로밍 능력 강화에 있어 보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떠올리긴 쉽지 않지만, 프로 무대에는 확실히 자리 잡은 8분 전령 합류 싸움이 솔로 랭크에서도 일반화되고, 이 싸움에서 서포터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잘하는 서포터가 있는 팀이 이기는 경우가 지금보다 많아진다면 인식 뿐만 아니라 선호도 또한 높아질 것이며, 유저들의 재미에 대한 만족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