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보통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를 연상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론은 고대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죠. 그리고 이 시기부터 심리학은 늘 파트너가 되는 과학과 함께 성립되고 발달해 왔어요.
고대의 과학에 기반한 철학으로부터, 고전 과학과 해부학에 기반하여 논리적인 토대를 가지게 된 실험심리학과 정신 분석학, 그리고 현대 분자생물학이나 고고학, 뇌과학, 화학, 의학 등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현대 심리학들이 그러해요.
심리학은 분자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의 기원인 'DNA'의 발견 이전과 이후로 크게 변화하게 돼요. 사람이 선대로부터 여러가지를 계승 받고, 사람의 마음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죠. DNA뿐 아니라 그 외에도 화학적 네트워크 등 계승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DNA는 계승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아이콘이었죠.
이러한 '계승'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 마지막으로 큰 영향을 주고 여러가지 이론을 세운 학자가 칼 구스타프 융 이예요.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해당 사회에서 계승되고 있는 마음의 한 자락을 설명하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통찰이라 할 수 있겠어요. 칼 구스타프 융은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일상에 꽤 흥미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MBTI 예요.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심리 유형론>이예요. 미국의 캐서린 쿨 브릭스라는 교사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인간발달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그 중에서도 융의 [심리 유형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자기 딸 이사벨에게도 이 책을 읽히고 함께 오래동안 연구를 진행했어요.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두사람은 전쟁의 여러 보직 중에 적절한 역할을 식별해 주는 테스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칼 융의 타입 분류에 한가지를 추가하여 8가지의 유형을 16가지로 확장했어요. 두사람은 결국 16가지 심리 유형 지표를 만들어 냈고, 두사람의 이름을 따서 '마이어스(딸의 성)-브릭스(엄마의 성) 타입 인디케이터', 즉 MBTI 라는 심리유형 검사를 만들어 냈어요.
비록 융의 심리학 이론은 분자생물학과 진화생물학 이후 발달한 현대 심리학 들에 의해 해체되고 분석되었고, MBTI도 사실 현대심리학이나 과학적 기반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때문에 어린이 교육과정에서나 의료적 목적으로도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MBTI가 갑자기 세상에 몸을 드러내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어요. 다른 곳에서도 아닌, 한국에서요.
네이버의 mbti 검색 트렌드. 2019년 말부터 상승이 시작된다.
구글의 검색 트렌드 역시 똑같은 추이를 보여준다.
인터넷과 웹서비스의 발달에 이어 SNS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2010년경부터 한국에서 크게 사용자가 늘어난 페이스북은 이후 사회의 주류인 3040세대의 핵심 SNS가 되었어요. 페이스북은 자신을 표현하고 알리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었어요.
그리고 이 특성에 주목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죠. 페이스북은 플랫폼에 광고를 통해 외부 미디어를 들이기 시작했어요. 이때 새로운 미디어들이 페이스북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미디어는 크게 '재미있는 가십'으로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전략과 '쉽게 나를 표현해 봐'로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나뉘었어요. 전자의 대표적인 미디어는 위키트리 등이 있었고, 후자로는 vonvon 등이 있었죠.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페친의 결과를 보고 자신도 해보는 방식으로 매우 빠르게 퍼져 트렌드로 자리잡고는 했어요. vonvon은 '신이 나를 만들 때'라는 콘텐츠로 크게 유행했고 이를 이용한 밈도 퍼져 나갔어요. 이러한 미디어들이 '쉽게 나를 표현해 봐'의 좋은 콘텐츠로 MBTI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어느샌가 페이스북에는 MBTI 무료검사라는 콘텐츠가 만연했고 시간이 지나자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던 젊은 세대에까지 MBTI 가 유행했어요. 온라인 상에서 이런 후킹을 한 매체들이 한국 매체들로부터 시작되어서인지, MBTI는 2019년 말부터 한국에서만 갑자기 유행했어요.
2016년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많던 수준이었다.
2020년, 압도적이다.
2020년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MBTI 검색량은 점차 늘어났어요. 그러나,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의 아이돌이 SNS를 통해 자신의 MBTI 를 공개한 탓이 큰 것 같아요. 한국에서 MBTI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 말 이후부터 싱가폴, 미국 등 지역에서 구글로 MBTI를 검색한 사람의 연관 검색어에 한국 보이그룹, 걸그룹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죠.
MBTI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특별히 과학적 기반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MBTI를 정책적으로 참고하는 회사들이 등장할 때 비판을 받기도 하죠. 사실 모든 사람을 16개의 지표로 나눈다는 것이 사회에서 바람직한 평가일 수 있을지 의심이 돼요.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는 몰라도 덕후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덕후로 잘 알려진 사람'들을 만나볼 때, 대단히 높은 확률로 같은 MBTI 결과를 볼 수 있었어요.
우선 가장 높은 확률로 볼 수 있는 유형이 INTP 예요. 특히 게임 개발사의 PD들이나 개발자들이 많아요. PD들 중에서는 거의 두세 명 중 한사람은 INTP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도가 높아요. 우리나라에서 덕후게임으로 매우 유명한 어떤 개발 스튜디오에서는 아예 한 팀이 전부 INTP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어요. 때에 따라 볼 수 있는 유형이 INTJ였어요. 그 외에 INFP와 ENTP는 가끔 보여요.
- 덕후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성
- 정보와 지식에 대한 애정과 집착
- 왕성한 호기심
등이 덕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다 보니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INTP이면서도 덕후가 아닌 사람도 아주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이전에 기술했듯, 성향이 덕후 성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취향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서브컬처를 접하고 그것에 호감을 가져 취향이 형성되어야 덕후가 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