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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덕후론_30] IT업계에 유독 의장님이 많은 이유

비덕이 쉽게 이야기해 주는 덕후 이야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스카알렛 오하라(scarletOhara) 2023-01-09 12:33:32

 

<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앞서 덕후는 명예와 부보다 권력에 더 민감하다고 했었어요. 왜 그럴까요?

 

세상에서 처음 만들어진 자동차는 선교사가 중국 황제를 위해 만든 장난감이었다고 해요. 테슬라를 뜨거운 회사로 만들어 준 배터리 역시 필요해서 발명된 것이 아니었어요. 게리케가 전기 발생장치를 만든 후에도, 오랫동안 일반인에게는 그저 신기해서 호사가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었을 뿐이었어요. 

 

이것이 뭔가 사람의 수요를 만들어 낼 에너지원으로는 전혀 여겨지지 않았었어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게 된 것도 “이 장난감을 크게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에서 시작되었어요.

 

덕후들은 '그것'이 꼭 쓸모 있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들의 창의력을 쓸모 있게 바꾼 것은 루도비코 스포르차나, 제임스 와트, 강희제, 오스왈드 쇼츠, 토마스 에디슨, 혹은 스티브 잡스 같은 후원가, 사업가 들이었어요(스티브 잡스는 본인 스스로도 창의적인 덕후이자 사업가 이기도 했죠).

 

 

그들은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으면 했어요. 니즈가 아닌 호기심 이야말로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어요.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했어요. 그 자유에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의 부와 그 일을 하기에 충분한 권력이 필요했죠. 그렇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기 전, 사회성이 부족했던 수많은 덕후들은 후원자가 있고 나서야 자신의 창의력을 세상 사람에 알리는 위대한 인물이 되곤 했어요. 

 

 

# 미디어 혁명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명분의 시대

 

그 후원자들이 준 것이 바로 자유였어요.

 

과거에 후원자의 존재에 의해서 혹은 스스로 권력을 가지고 태어나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던 그들은 현대에 이르러 완전히 바뀐 환경에 놓이게 되었어요. 첫번째는 앞서 기술했던, 그들이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이예요. 미디어 혁명 덕이예요.

 

두번째는 '고도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명분'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예요.

 

과거, 문자와 고도로 압축된 견문의 결과물인 '기록'에 의해 지식의 우위에 선 농경정착민들은 최초의 권력을 만들어 냈던 이동하는 이들을 점차 밀어내고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었어요. 국가 사회는 고도화되고 사회는 농업생산지를 중심으로 인구가 크게 늘어갔어요. 

 

문자의 발명과 이를 통한 기록은 문명의 사회에 큰 기틀이 되었어요.

 

고도화된 집단사회가 되어가면서 집단에 순응하는 사람에게 유리해져 가요. 집단간 마찰은 집단 내 협력과 단합의 중요성을 키워요. 단합이 중요해지고 더 이상 혼자 생존하기 힘든 사회가 되면서 집단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미움 받지 않는 능력이 중요해요. 

 

이 집단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 등 사회적 DNA는 사회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요.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방향으로의 발전이 지속되었어요. 이러한 사회에서는 리더의 명분에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어요. 이의를 제기하는 데에는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가 있어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죠. 

 

또한, 옳은 이의였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조금이라도 어렵다면 그것에 동조하기 위해 이해해 줄 지식인이 매우 적었어요. 누군가 권력을 원하는 사람이 성공하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덕후들은 자신의 명분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데 실패해요. 아직 그들의 시대가 아니어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복잡한 명분이 아닌, 쉽고 명쾌하고 그럴듯한 짧은 명분이 필요했던 시대예요.

 

현대에 이르러, '공교육'을 통해 교육이 혁명적으로 대중화가 되었어요. 개인의 인권도 중요해졌어요.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극동의 국가들은 그 교육열이 유별난 것으로 유명하죠. 그 덕에 대중의 평균적인 지식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어요. 게다가 발달된 미디어는 그들을 연결해 줘 혼자가 아닐 수 있게 해줬어요.

 

여전히 대중들에게 쉽고 명쾌하고 그럴듯한 짧은 명분의 힘은 커요. 그러나, 이제 대중은 예전보다 더 복잡한 명분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들 서로는 연결이 되어 자신들이 이해하는 명분을 중심으로 단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연말 이벤트 푸시들. 어떻게든 고객과 접촉할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 회사는 푸시나 DM을 보낼 명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획, 운영 담당자들이 오늘도 머리를 짜내고 있다.

 

 

#현대는 수많은 조직이 존재하는 사회

 

현대는 기업과 종교집단, 동호회 등 다채로운 수많은 조직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보편화 된 집단은 '기업'이죠. 명분은 국가뿐 아니라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집단 내 일정한 규범을 가지고 있는' 모든 형태의 집단에서 작동해요. 하다못해 이벤트로 경품을 주더라도 명분이 중요해요. 교포청년이 나눠준 자동차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승리라는 명분에 의해 의도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죠. 

 

 

현대의 기업이라는 집단에서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 내는 덕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예전보다 집단 내 경쟁력이 상승되었어요. 그리고, 어떤 덕후들은 권력을 스스로 가지는 방법을 선택해요. 창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되어요. 조직내에서 타인의 권력에 종속되기보다 차라리 자신이 자신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예요.

 

다른 이들에게 권력이란, 내가 외부에 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예요. 사람과의 관계가 민감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혹은 부의 추구일 수 있어요. 물론, 덕후들에게도 그런 면이 많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덕후들에게 권력이란, 그 이상의 의미로 '자유'를 뜻해요. 다른 사람이 휘두르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 권력이 내 것이면 되기 때문이예요.

 

점차 크고 작은 기업에서 권력을 쥔 덕후들이 생겨났어요. 그런데, 큰 기업에서 권력을 쥔 덕후들에게 난관이 닥쳐와요. 기업의 경영, 즉 권력의 행사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요구하고, 덕후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을 권력의 행사에 빼앗기게 돼요.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들 권력을 쥔 덕후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요. 집단의 최고 리더가 되었지만 더 재미있는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조직의 권력을 휘두르는 일은 믿을 만한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그들이 권력을 가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유'가 필요했던 것이예요. 권력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거에요.

 

IT기업들, 특히 덕후들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게임업계에 유독 '의장님'이 많은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해요.

 

덕후들의 권력과 명분에 대한 태도는 리더십에도 영향을 미쳐요. 똑같이 훌륭한 리더십을 보이는 리더들이더라도,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리더십은 전문가 혹은 대세의 의견을 모아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요. 여론 자체가 명분이 되고 합리성은 그 후에 보강하여 반대하는 소수를 설득하게 돼요.

 

그런데, 덕후들이 보이는 리더십은 필요한 정보를 취합한 후 스스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어요. 결론의 합리성 자체를 명분으로 하게 되죠. 구성원의 동의는 그 이후에 이루어지기 쉬워요. 논의는 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돼요.

 

 

#덕후가 게임산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

 

이렇게 현대의 달라진 환경에서 힘을 얻게 된 덕후들은 현대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요. 문학, 음악, 영화 등 여러 방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게임산업 부분에서 보자면 이래요. 수십년 전, 동아시아에 2D만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가 전파되기 시작된 이후로 많은 덕후들이 이를 자신의 취향으로 삼게 되었어요. 이후 덕후들이 새로운 문화사업인 '게임산업'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어요. 

 

이들에 의해 '미소녀'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들이 발생해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건전하지 못한 취급을 받아 대중문화가 되지 못한 채 일부 덕후들의 게임이 되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며 함대 컬렉션, 이른바 '칸코레' 등 사람이 아닌 대상을 모에화 하거나 미소녀들을 모으는 게임 장르가 생겨나요.

 

이전에도 미소녀를 등장시키는 게임은 많았지만, 사물을 모에화하는 장르가 등장해요. 

 

그리고, 이들에게 '서브컬처'게임이라는 장르명을 부여해요. 덕후들은 이 장르에 잘 적응하고 즐길 수 있었어요. 그들은 다양하거나 복잡한 스토리 서사에 익숙하고, 환타지에 더 적응을 잘하고, 2D를 더 잘 이해했어요. 다른 사람과 달리 대중문화에 휩쓸리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찾아 즐겼기 때문에 소수의 문화더라도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증을 따지고 분석하며 발달된 커뮤니티에서 서로간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토론하고, 검증된 내용을 위키나 커뮤니티에 쌓아 나가면서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 갔어요. 앞서 6개월간 연재에서 설명되어왔던 내용 그대로 말이죠.

 

그런데, 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에서 '예전과는 달라진' 경쟁력으로 적응하여 성장하고, 창업하며 문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들 끼리만 즐겼는데, 그러한 게임들이 자리를 잡고 게임산업의 규모가 커져 이런 취향의 게임을 내도 적자를 내지 않게 되니 점차 좀 더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어요. 자금이 좀 더 투입되니 좀 더 잘 만들어진 게임들이 출현해요. 

 

오타쿠에 자본이 추가되어 더 잘 만들어진 게임의 대명사가 바로 <원신>이에요.

 

덕후 사회 자체가 엘리트층에서 시작된 중국에서는 대자본 투입으로 고품질의 서브컬처 게임이 등장해요. 어쩐지 언젠가 겪어본 현상이예요. 일본에서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이 생산되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되네요. 덕후들의 커뮤니티들이 확장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게임이 많이 노출되어요. 게임의 룰 자체가 재미있어서 유입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덕후가 아니면서도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자, 또다른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대세의 취향에 휩쓸리는 성향의 사람들이 서브컬처 게임에 끌려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예요. 이들은 연재 7회분에 언급된 소셜 영향력에 순응하는 경향이 큰 사람들이네요. 주변인들이 많이들 좋아하는 문화가 있다면 그 문화에 끌리는 사람들이죠.

 

사회 전체가 균질하다고 가정해 보자면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겠지 만, 현실 속에 사회는 비균질적인 분포를 보일 수밖에 없어요. 문화집단 들이 각자 어떻게 유유상종하게 되는지 이전에 설명했죠. 미디어가 발달된 현대의 어떤 작은 집단 내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이 주된 문화일 수 있었던 것이예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지속적인 서브컬처 향유 인구가 증가하면 서브컬처 게임이 주된 문화가 되는 작은 집단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다시 서브컬처 향유 인구를 늘리는 결과를 낳게 되어요. 2023년인 현재에 이르러,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나 소위 '서브컬처 풍'의 게임 광고를 볼 수 있어요. 

 

이제 과연 이러한 풍을 '서브컬처'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죠. 사실 이미 서브컬처라는 용어는 그 본래의 뜻보다는 최근 라이트노벨 풍 서사 기법을 가진 문학, 미소녀 계열의 만화, 혹은 카툰렌더링 등 NPR 쉐이딩 기법을 사용한 게임(다만, 최근에는 기술과 노하우가 발전되면서 원신 등과 같이 PBR기반으로도 서브컬처풍 게임이 제작되기도 해요) 등에 대한 특수한 문화용어가 되어가고 있어요. 

 

일상에서 이런 서브컬처 게임의 광고는 이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덕후가 만드는 서브컬처의 유산

 

'낭만파', '고전파'와 같은 단어처럼 하나의 스타일을 칭하는 단어가 되는 것이죠. 라노벨이나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라 덕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낮아져 서브컬처 문화는 이제 대중문화의 문턱에 다다른 것 같아요. 마치 '컴퓨터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 덕후들의 문화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냥 대중문화가 되어있는 것처럼 말이죠. 

 

수천년 전 유목민의 유산을 농경정착민이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켰던 것처럼 21세기 초반 덕후가 만든 서브컬처 유산을 비덕들이 받아 보다 정교한 대중문화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앞으로 본래 의미의 '서브컬처'가 새로 등장하면 그건 또 뭐라고 불러야 될까요? 그 문화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예전 의미로 우리가 알던 '덕후'들일 텐데, 우리는 그들을 여전히 덕후라고 부르게 될까요?

 

 

가정용 게임기는 한 때 있는 사람들만 향유하는 물건이지만 지금은 대중적인 오락문화가 되었죠.

 

지금까지, 덕후들의 '성향'에 대해 오랫동안 알아보았어요. 전체 연재분으로 보면 반환점을 돈 것 같아요.

 

연재 첫머리에서, 덕후는 ‘생계가 아닌 이유로 대중문화가 아닌 특정 분야, 즉 서브컬처에 심취하며 상당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덕후가 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서브컬처 문화를 만나 덕후가 된다’고 했었어요.

 

지금까지 반년동안 덕후를 만드는 “성향”을 이야기했으니 이제 콘텐츠, 기술, 산업 등 '서브컬처 문화'와 를 이야기해볼 차례예요. 그리고 이 문화는 지역들마다 특색이 있어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현대 서브컬처의 원천을 저는 일본이 아니라 덕중의 덕, 양덕의 나라 북미에서 찾아요.

 

그래서 북미의 서브컬처 문화 이야기부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이어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본, 우리나라보다 조금 늦게 시작되었고 꽤나 닮았지만, 또 다르게 서브컬처가 발전한 중국,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서브컬처 문화, 즉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어요.

 

※연재 공지 

1. 필자 현업 문제로 3~4개월 휴재 될 예정입니다.

2. 휴재기간동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답변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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