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입니다.
애플 II가 저의 첫 컴퓨터라고 기억이 남는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 때 컴퓨터 전공을 하신 친척 집에 갔는데 애플 II가 그 집에 있었어요. 컴퓨터로 가슴 속에 가장 기억이 남아 있는 건 애플 II인 것 같고요.
가장 즐겁게 했던 게임은 대학 시절에 했던 <스타크래프트>가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그 당시가 처음으로 LAN 게임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던 시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 카이스트 내에서 했던 <스타크래프트> 4:4 게임이었어요.
카이스트에서 많이 플레이 했던 맵이 잘 알려진 맵은 아니에요. ‘브릿지 투 브릿지’라는 비대칭적으로 되어있는 맵이 있어요. 비대칭적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4:4로 딱 들어가면 일곱 명이 주변에 있고 한 명이 중간에 있어요. 중간 자리에 우리 팀이 있느냐 다른 팀이 있느냐에 따라서 4:4 플레이 전략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4:4 플레이로 게임을 했던 기억이 저한테는 가장 즐거웠던 기억인 것 같습니다.
과외 같은 아르바이트 말고, 제가 부모님이나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공부한 것 외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돈을 경제인으로서 벌기 시작한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카이스트에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았고 컴퓨터를 가지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긴 했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라는 것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컴퓨터라는 것이 제 삶을 어떻게 바꿨냐 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만들어준 거죠.
저한테 컴퓨터는 그냥 컴퓨터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도구라고 표현하기에는 저한테 단순 도구는 아닌 것 같고, 밥벌이 수단이다라고 하기에는 또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뭔가 분신이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은 능동적으로 뭔가 나를 위해서 해주는 건 없으니까요. 그래서 분신이라고 얘기하기도 힘들고,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유니크한 존재인 것 같아요. 유일한 존재감이 있는 것 같고. 어떤 순간부터는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정확하게는 연결이 안 된 컴퓨터를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그만큼 지금은 공기처럼 와 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부분 사람들이 이견의 여지가 아마 없을 텐데, 딥러닝(Deep Learning), AI(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이야기되는 그 영역이 결국에는 가장 화두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딥러닝이라는 게 컴퓨팅 파워의 발전으로 인해서 드디어 쓸 만한 수준으로 올라왔는데 저는 이것보다 훨씬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컴퓨팅이라는 어떤 산업 혹은 사회를 봤을 때,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굉장히 큰 변화를 주는 건 딥러닝, AI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만큼 종합 예술인 영역도 없어요. 그래서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게임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할 수 있는데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의외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라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