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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넥슨컴퓨터박물관]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의 '내 인생의 컴퓨터'

인생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 IV와 에버퀘스트

넥슨컴퓨터박물관(넥컴박) 2023-07-03 14:38:44

‘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넥슨게임즈의 박용현 대표입니다. 

 


 

 

# 첫 번째 컴퓨터

 

Apple II Plus, Apple, 1979

 

안녕하세요. 넥슨게임즈 대표를 맡고 있는 박용현이라고 합​니다.

1982년, 1983년 정도에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에 컴퓨터 5,000대 정도를 나라에서 구매해서 학교에 배포하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주: 대한민국 정부는 1983년을 정보 산업의 해’로 선포하고 전국 학교에 국산 교육용 컴퓨터 5,000대를 공급하기로 발표했다)

저희 부모님이 컴퓨터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셔서 그 당시에 세운상가에서 애플 II 플러스를 산 것이 제 첫번째 컴퓨터였습니다. 아마 그게 제가 중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그래서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컴퓨터 경진대회에 나가서 상금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때 처음 했던 건 주로 컴퓨터 잡지에 실린 베이직 코드를 써보고 그걸 조금씩 고치고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게임도 열심히 했는데 처음에 했던 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 컴퓨터가 인생에 가져온 변화

 

 

세상이 바뀌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100이었다면 컴퓨터가 생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200이 되고, 인터넷이 생기면서 300이 되고, 이제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서포트를 받으면 400이 되고 약간 이런 느낌인 건 거죠.

그렇게 따지면 컴퓨터는 제가 일할 수 있는 양을 늘려주는 도구인 거죠. 계속 도구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 인생 게임

 

Final Fantasy IV, Square, 1991

 

생각을 바꿔준 게임과 열심히 해본 게임이 다를 것 같아요. 생각을 바꿔준 게임이라면 <파이널 판타지 IV>라는 슈퍼 패미컴용 RPG가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로 애플 컴퓨터로 미국산 RPG 같은 걸 많이 했었죠.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대니까 메뉴얼 같은 것도 없고 다른 유저들하고 게시판에서 “이거 어떻게 깨야 돼?”라는 의논도 못 하고 나 혼자 게임을 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 미국 게임들이 “이 게임 깰 수 있어?” 이런 분위기를 가지며 기본적으로 게임이 어려웠죠.

근데 <파이널 판타지 IV>를 하고 컬처 쇼크를 받았던 것이, 그냥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꾸준히 하니까 엔딩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요즘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그 당시에 저에겐 되게 새로운 경험이었거든요. 게임을 이런 식으로 쉽게 만들어서 이런 경험을 주는 것도 되게 좋다고 생각하며 그런 의미에서 그 게임이 나름 트리거가 되었고요.

 

EverQuest, Daybreak Game Company, 1999

 

제가 가장 열심히 해봤던 게임은 <에버퀘스트>였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1세대 MMORPG인데 진짜 하드코어 했거든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혼자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아이템을 먹으려고 처음에는 한 몇십 명부터 시작하다가 마지막에는 한 200명 정도가 같은 시간에 모여서 5시간에서 8시간 정도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 플레이 시간으로도 각이 안 나와서 사흘씩 예약 걸어놓고, 오늘 6시간 플레이하고 같은 자리에서 로그아웃 한 다음에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로그인해서 또 8시간 하고 또 다음 날 하고. 이렇게 주말을 다 쓰고 평일에는 다 직업이 있으니까 할 수 없으니 다음 금요일 저녁부터 해서 금, 토, 일 저녁을 다 날리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 요즘 같으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은데 그때는 나름 젊었으니까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 2023년 게임업계의 화두

 

최근 2, 3년간은 역시 인력 이슈가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제 생각엔 한국이 나름 게임 관련해서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미국을 예로 들면 프로그래머가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 굉장히 다양하게 많지 않습니까?

 

미국 게임 회사들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레이어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만들 때 프로그래머를 구하는 레이어가 있다고 하면, 한국의 게임 회사가 미국보다 더 좋은 프로그래머를 구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점이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에 꽤 도움이 됐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이 한국보다 더 좋은 인력을 게임업계가 채용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 이제 (좋은 프로그래머를 찾기가 예전보다는) 좀 어려운 편입니다.

 

아시겠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IT 업계나 프로그램 분야가 뭔가 나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한 4~5년 사이에 ‘네카라쿠배’라는 말이 생기면서 페이가 좋은 회사들에서 (프로그래머에 대한) 대우가 되게 좋아졌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인력의 퀄리티는 점점 낮아지고 반면 중국은 높아지는 현상이 있으니 이제 좀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 넥슨게임즈의 자부심

 

 

아시다시피 저희는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을 하면 대부분 결과를 내는 회사지 않습니까? 결과를 낸다는 것을 이쪽에 경력이 좀 있으신 분들하고 얘기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다는 게 끝을 못 보는 것과는 달라요. 이 사이클을 몇 번 거쳐보면 단순히 프로그램 지식이 올라가는 것 말고 ‘일을 해내는 것’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프로그램도 결국 이런 거잖아요. 프로그램 자체가 포인트가 아니라 이걸 통해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럼 뭔가를 해낸다는 관점에서는 역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를 굉장히 높은 확률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 게임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아트 쪽은 솔직히 제가 잘 모르는 쪽이라 코멘트 하기가 좀 그렇고, 기획이나 프로그램 쪽은 이게 너무 진부한 대답 같은데 이게 정답이거든요.

일단 그냥 공부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면 그것만 가지고도 가능성이 훨씬 더 넓어지거든요. 그래서 그게 일단 가장 중요하고요. 그다음에 남는 시간 틈틈이 게임을 좀 해보시면 그 정도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때 너무 열심히 (학업 외에) 다른 분야를 한다고 (게임업계에 오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냥 국영수 열심히 하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 넥슨컴퓨터박물관에게

 

박물관에 한번 와보시면 “이런 게 다 있었나?” 싶은 걸 볼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가셔서 이를 테면 펀치 카드처럼 이런 택도 없는 물건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이런 기술까지 왔구나라는 쪽으로 한번 봐주시면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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