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넥슨게임즈의 박용현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넥슨게임즈 대표를 맡고 있는 박용현이라고 합니다.
그때 처음 했던 건 주로 컴퓨터 잡지에 실린 베이직 코드를 써보고 그걸 조금씩 고치고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게임도 열심히 했는데 처음에 했던 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세상이 바뀌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컴퓨터는 제가 일할 수 있는 양을 늘려주는 도구인 거죠. 계속 도구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생각을 바꿔준 게임과 열심히 해본 게임이 다를 것 같아요. 생각을 바꿔준 게임이라면 <파이널 판타지 IV>라는 슈퍼 패미컴용 RPG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열심히 해봤던 게임은 <에버퀘스트>였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1세대 MMORPG인데 진짜 하드코어 했거든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혼자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 요즘 같으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은데 그때는 나름 젊었으니까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 2, 3년간은 역시 인력 이슈가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제 생각엔 한국이 나름 게임 관련해서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미국을 예로 들면 프로그래머가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 굉장히 다양하게 많지 않습니까?
미국 게임 회사들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레이어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만들 때 프로그래머를 구하는 레이어가 있다고 하면, 한국의 게임 회사가 미국보다 더 좋은 프로그래머를 구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점이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에 꽤 도움이 됐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이 한국보다 더 좋은 인력을 게임업계가 채용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 이제 (좋은 프로그래머를 찾기가 예전보다는) 좀 어려운 편입니다.
아시겠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IT 업계나 프로그램 분야가 뭔가 나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한 4~5년 사이에 ‘네카라쿠배’라는 말이 생기면서 페이가 좋은 회사들에서 (프로그래머에 대한) 대우가 되게 좋아졌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구할 수 있는 인력의 퀄리티는 점점 낮아지고 반면 중국은 높아지는 현상이 있으니 이제 좀 헤쳐나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을 하면 대부분 결과를 내는 회사지 않습니까? 결과를 낸다는 것을 이쪽에 경력이 좀 있으신 분들하고 얘기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해본다는 게 끝을 못 보는 것과는 달라요. 이 사이클을 몇 번 거쳐보면 단순히 프로그램 지식이 올라가는 것 말고 ‘일을 해내는 것’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프로그램도 결국 이런 거잖아요. 프로그램 자체가 포인트가 아니라 이걸 통해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럼 뭔가를 해낸다는 관점에서는 역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를 굉장히 높은 확률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아트 쪽은 솔직히 제가 잘 모르는 쪽이라 코멘트 하기가 좀 그렇고, 기획이나 프로그램 쪽은 이게 너무 진부한 대답 같은데 이게 정답이거든요.
일단 그냥 공부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공부 열심히 하시면 그것만 가지고도 가능성이 훨씬 더 넓어지거든요. 그래서 그게 일단 가장 중요하고요. 그다음에 남는 시간 틈틈이 게임을 좀 해보시면 그 정도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때 너무 열심히 (학업 외에) 다른 분야를 한다고 (게임업계에 오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냥 국영수 열심히 하시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박물관에 한번 와보시면 “이런 게 다 있었나?” 싶은 걸 볼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가셔서 이를 테면 펀치 카드처럼 이런 택도 없는 물건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이런 기술까지 왔구나라는 쪽으로 한번 봐주시면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