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TIG 퍼스트룩] 외로운 요즘, 따뜻한 히비스커스 티 한 잔 어때요?

신동하(그리던) 2023-07-10 09:39:05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카페에서 커피와 차 마시는 걸 좋아한다. 다만, 취향만 고급이라 괜찮은 커피숍의 기준이 높다. 커피와 밀크티 그리고 디저트의 맛은 당연하다. 잔과 그릇 그리고 커트러리를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 재즈나 로우 파이 비트처럼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인스트루멘탈 뮤직이 흘러나와야 한다. 좋은 스피커를 쓰면 더 좋고, 나무 재질의 가구를 두어 룸 어쿠스틱을 잡았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이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계속 찾게 되는 곳이 있다. 그건 바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은 경우다.

 

이에 대해서 처음 느낀 건 대학생 때다. 당시 예술 동아리의 대표로 지낼 정도로 갤러리 도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졌다. 종종 갑자기 불려나가 갤러리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갤러리를 지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그날 손님들의 티타임은 음료부터 스몰토크까지 오롯하게 내 책임이다. 

 

방문하는 이들도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별일이 다 있었다. 뱅쇼를 끓이다가 공기 중의 알코올에 취해 중언부언한 적도 있고, 모히또를 만들겠다며 얼음송곳으로 얼음을 깨다가 다친 적도 있다. 아프고 창피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던 경험이다. 

 

(출처: steam)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게임이 있다. <커피 토크>가 그것이다. <커피 토크>는 2020년 출시된 비주얼 노벨 작품이다. 현실과 판타지 설정을 융합한 평행세계의 시애틀을 배경으로 커피숍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플레이어는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음료를 내어 주면 된다. 출시 당시 게임은 진정성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픽셀아트를 통해 전 세계적인 팬덤을 확보했다.

지난 4월 <커피 토크>에는 '커피 토크 에피소드 2: 히비스커스 & 버터플라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에피소드가 추가되었다. 원래 지난 해 출시 예정이었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담당하던 주요 개발자 모하마드 파미가 사망하며 빌매일이 안타깝게도 늦어졌다.​ 이번 에피소드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3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시 나와 변화한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에피소드는 스페셜 티를 만들 때와 비슷하게 구성된다. 스페셜 티를 만들 때, 베이스를 고르고 그것에 주재료와 부재료를 적절히 섞어 완성하는 것처럼, 게임은 'SNS 속 악플', '부당계약' 등을 주재료로 두고, '인간 소외 현상', '인종 문제' 등을 부재료로 잘 버무렸다.

이것들은 현대사회의 주요 아젠다로 언급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스토리가 너무 정치적인 색을 띠거나 너무 무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은 캐릭터들 개인의 사랑과 우정 속에 문제를 잘 녹여내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새로운 등장인물 두 명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루카스'와 '리오나'가 그들이다. 루카스는 SNS 인플루언서이다. 현재는 명품 후드티에 명품 썬글라스를 코디한 차브족 차림이지만, 원래는 아주 단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던 가난한 시골 소년이었다. 남들의 시선과 조회수에 집착하게 된 그에게 진정으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만을 꿈꾸는 벤시 소녀 '리오나'가 나타난다. 정 반대인 것만 같은 그들은 '소수 종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리오나'

두 번째 이야기는 '기회'와 관련된 내용이다. 지난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아쿠아'와 '머틀'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둘은 게임 엑스포에 참가했다가 아쿠아가 평소 꿈꿔온 배급사에게 러브콜을 받는다. 그러나 배급사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아쿠아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여기지만, 머틀의 생각은 그렇지 않고 결국 말다툼으로까지 번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루아'와 '베일러스'의 이야기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고 싶어 하던 두 사람은 3년이 지난 현재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뜨렸다. 우연히 비슷한 시간 우주인 '실버'와 그의 여자 친구 '아만다'는 가게에 들른다. '실버'는 그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 지구에 내려왔지만, 갖은 방법을 써도 쉽지 않다.

 

'루아'와 '실버' 그리고 '아만다'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엿듣기 위해서는 역시 '커피'가 필요하다. 다양한 취향의 캐릭터들을 위한 다양한 커피 레시피가 준비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들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제공하면 된다. 새로운 차를 완성할 때마다 스마트폰 속 레시피가 하나씩 해금되는데 그 일러스트가 참 귀엽다. 특히, 이번 에피소드에는 많은 차들 중에서도 색이 유난히 예쁘기로 유명한 '히비스커스'와 '블루피'가 재료로 추가되어 눈이 더욱 즐겁다.


다만, '히비스커스 티'가 '히비스커스'가 아닌 '티'인 것처럼 '커피 토크'도 '커피'가 아니라 '토크'가 중심이다. 그러니 음료의 레시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커피를 잘못 내어주면 캐릭터들이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다'라고 말하며 짜증을 내지만 그래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차를 대접하고 캐릭터들의 개성이 담긴 '주접 멘트'를 구경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게임은 게임 속 바리스타의 말처럼 "오랜 지인과 새로운 우정 같은 느낌"이다. 이전 에피소드를 플레이해 본 사람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수다 떠는 기분을, 처음 플레이해 본 사람들에게는 우연히 만난 사람과 새로운 우정을 나누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인터넷과 SNS로 모두와 연결되어 있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추천​ 포인트

1. 게임 속 바리스타의 말처럼 "오랜 지인과 새로운 우정같은 느낌"이다.

2. 다양한 종족들과 그에 따른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들이 매력적이다.

 

▶ 비추 포인트

1. 게임이 잔잔하다 보니 때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2. 캐릭터들의 말이 많아서 조금 피곤하다.

 

▶ 정보

장르: 비주얼노벨 / 어드벤처

가격: 16,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Windows, Mac, Switch, PS4

 

▶ 한 줄 평 

 

인터넷과 SNS로 모두와 연결되어 있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질 때,​
따뜻한 히비스커스 티 한 잔 어때요?
최신목록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