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난 뒤, 모두가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시절입니다. 게임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부는 인공지능의 바람은 VR과 블록체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세게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이 게임 개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읽기에 따라 희망차고, 또 섬뜩합니다.
'2023년 연말은 연초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 변화의 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 점검을 하기에 좋은 시점입니다.
게임 생태계는 과연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전략을 쓰고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크래프톤을 살펴봅니다. 작년 말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영향력은 희미하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굳건합니다. 기업은 튼튼한 재무 상태를 자랑하고 있지만, 이를 보는 눈은 조금 다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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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한 우물'의 힘일까요? 크래프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아직 단단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직 <배틀그라운드>라는 거대한 우물은 크래프톤에게 마르지 않는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합작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의 모바일 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 2023년 1분기 크래프톤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5,387억 원, 영업이익 2,830억 원, 당기순이익 2,672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52.5%, 엄청난 수치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포브스 글로벌이 발표한 2021년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5%입니다. 같은 해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이 31.1%, 웹젠의 영업이익률이 37.4%였죠. 52.5%의 영업이익률이 엄청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크래프톤은 2023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핵심 원인을 PC <배틀그라운드>의 수익 창출(monetize)로 지목했습니다. 배동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일회성으로 볼만한 매출은 없고,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하여 유저들을 모으고 나아가 매출 효율을 높이는 주요 전략이 적절히 맞아 들어간 결과"라며 유저 트래픽 확대와 신규 유료화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매출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무료게임이 된 <배틀그라운드>의 시즌패스가 먹힌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도 상품 결제가 이루어졌단 것입니다.
▲ 반면 작년 12월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저조한 성적을 보인 듯합니다. 위에 정리한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보면,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의 약진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부진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크래프톤 지분의 14.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6월 9일 텐센트의 완전 자회사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면서 크래프톤에 총 34.8%의 지배력을 보유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 장병규 의장은 1세대 벤처기업인입니다. 1996년에 1세대 포털 네오위즈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해 검색업체 첫눈, 게임사 블루홀(현 크래프톤), 스타트업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네 차례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키고,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배그 신화'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지노게임즈에서 <데빌리언>을 만들었고, 이 회사가 2015년에 '블루홀' 연합의 일원이 되었고, 이후 <배틀그라운드>가 빵 터진 뒤에 오늘날에 이른 것입니다. 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신임 임기 3년을 얻어냈습니다. 이 자리에서 주가 급락에 대해 설명하던 김 대표는 "제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임기 전에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 크래프톤은 현금 부자이고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지만, 이 회사를 바라보는 주주들과 전·현직 직원들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2021년 기업공개 당시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은 49만 8,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상장 초기인 그해 11월 크래프톤 주가는 56만 7,000원까지 솟아올랐지만, 2022년 초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며 현재(7월 13일)는 192,200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 이에 주주들로부터 '환원 대책이 미비하다'는, '주가 방어에 대한 노력이 없다'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크래프톤은 96만 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소각했습니다. 자사주의 소각은 주가 상승을 위한 고육책으로 자사 주식을 없애면서 남은 주식의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5년까지 취득한 자사주는 최소 60% 이상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크래프톤 직원 중에서는 우리사주에 투자했다가 '물린'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믿고 빚을 내서 주식을 배정받았는데, 주가가 재미를 보기는 커녕 공모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졌으니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회사가 대단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말이죠. 최근 불거진 스튜디오 분사 이슈도 직원들에게 불안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크래프톤이 추구하던 '연합'의 가치는, 어느새 '각자도생'으로 바뀌었다는 평입니다.
▲ 크래프톤은 현금이 많고, <배틀그라운드>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면서, 그 다음을 찾아 분투하고 있습니다. 이영도 작가 소설 원작 '프로젝트 윈드리스'처럼 큰 기대를 모으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가 가장 냉혹하게 반영되는 주가 그래프는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몇몇 직원으로부터는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스타트업 직원이 됐다'는 말까지 들려옵니다.
▲ 김창한 대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시간은 어느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상대가 분기 영업이익 2위의 거함이라고 해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