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8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 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1979 첫 개봉한 <에일리언>은 누구나 알 만한 인지도를 가진 호러 영화입니다. 파생작도 수없이 많고,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라는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죠.
게임에서도 같습니다. 우주 공간의 제한된 공간에서 미지의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인다는 것은 매력적인 소재임과 동시에 게임화하기 용이하다는 의미도 되니까요. 고전 게임기로 출시된 수많은 <에일리언> 게임부터, 올드 게이머라면 알 만한 FPS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 공포 게임으로 제작돼 호평받은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나 화끈한 액션 게임으로 만들어진 <에일리언: 파이어팀 엘리트>까지, <에일리언> 시리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시도되어 왔습니다.
2023년 출시된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는 보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한 실시간 전략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4명에서 5명으로 구성된 해병을 조작해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며,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처럼 에일리언이 도저히 처치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원작 영화처럼 전투 한 번 한 번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조금 복잡하기에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기본 구조에 대해 설명하자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X-COM>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신 분대원 하나하나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탑 뷰 형식으로 분대원 전체를 한 번에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턴제 대신 실시간으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그 대신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간에는 게임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일리언이 다가오면 해병들은 자동으로 사격하며, 움직이면서 사격이 가능하기에 플레이어는 해병의 위치를 조작해 주거나 스페이스바를 눌러 시간을 느리게 만든 후 스킬을 지정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의 플레이 화면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난이도를 올리는 한편,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것입니다. 에일리언 하나하나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죽을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지만, 에일리언을 처치할 때마다 해병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스트레스가 한도를 초과하면 각종 디버프 효과를 받습니다. 에일리언이 해병 근처에서 죽으면 산성액을 흩뿌려 피해를 입힙니다. 영화처럼 해병들은 모션 트래커를 지참하고 다니기에 에일리언의 위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방 문을 열 때마다 체크를 잘해야 하기에 어두운 통로를 긴장감 있게 움직이는 호러 영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돌아다니는 에일리언을 처치하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에일리언을 처치할 경우에는 에일리언 둥지에서 플레이어를 인식하기에, 경보를 울리고 그 즉시 일정 시간 동안 플레이어의 위치로 다른 에일리언을 보냅니다. 전투가 계속되면 아예 30초 정도의 예고를 한 후 대규모 에일리언을 보내기도 하죠. 전투가 계속되면 해병들의 스트레스가 올라가고, 플레이어가 소지하고 있는 탄약 역시 제한되어 있어 무조건적인 싸움이 답은 아닙니다.
해병들은 기본적으로 모션 트래커를 들고 다니기에, 에일리언이 근처에 있다면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모션 트래커에 에일리언이 잡힐 때마다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됩니다. 적이 어디 있는지 알더라도, 교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손해가 발생하기에 계속해서 플레이어의 판단이 시험받게 되죠. 교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다 아예 대규모 물량이 몰려와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전을 무조건 피하자니 꼭 해야 하는 임무로 가는 길목에 에일리언이 진을 치고 있을 수도 있죠.
당연히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 또한 다양하게 주어집니다. 기본적으로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의 임무는 넓은 맵에서 진행되는 방식입니다. 그에 따른 다양한 임무 목표가 존재하고, 맵 곳곳에서 보급품을 얻을 수 있기도 하죠. 자원을 소모해 생존자들이 만들었던 바리케이트를 파괴해 지름길을 열 수도 있으며, 센트리건을 배치해 몰려오는 적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소음기 저격총으로 에일리언을 몰래 암살하거나, 순찰하는 골목에 미리 센트리건이나 지뢰를 설치해 발각되지 않고 처치할 수 있죠. 미리 동작 감지기를 설치해 특정 위치에서 에일리언의 움직임을 파악한 후, 소리를 내어 유인해 안전하게 우회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동선을 예측해 지나보낼 수도 있죠.
분대원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높다면 자원을 소모해 문을 용접하고 안전한 지역을 만들어 쉴 수 있습니다. 총알과 보급품이 바닥이라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면 일시 후퇴하고 다른 병력을 활용해 다시 도전할 수 있죠.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의 임무는 반드시 첫 번째 도전만에 클리어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행 상황도 당연히 저장됩니다. 넓은 맵을 천천히 밝혀나가며(속어로는 '닦는다'라고 하죠?) 느린 템포로 진행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몰려오는 에일리언을 막아야 하기도
안전한 지역을 만들어 휴식할 수 있다.
<X-COM>처럼 기지에서 새로운 무기를 해금하거나,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얻어 분대원에게 특정한 스킬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분대원들이 임무에서 전투를 통해 부상이나 스트레스를 얻으면 의무실에서 치료를 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캐릭터의 육성이 필요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는 실시간 전략 게임의 묘미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더욱 좋은 것은, 게임의 이런 시스템이 <에일리언> 시리즈의 콘셉트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에일리언은 도저히 화기로 쓰러트릴 수 없는 막강한 괴물은 아니지만,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오는 압박감, 숨어 있다 인간을 습격하는 유충 페이스허거, 한 번 발견하면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집요함, 괴기한 생김새로 인한 공포로 인해 아무리 대항 수단이 있더라도 스트레스와 공포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게임에서도 같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며 어쩔 수 없이 에일리언에게 발각되어야 하는 상황이 나오고, 호드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 센트리 건으로 화망을 구성하고 전투를 준비하다 보면 영화에서 보였던 모습이 그대로 생각나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에일리언: 다크 디센트>는 실시간 전략과 <에일리언> 시리즈의 콘셉트를 잘 살린 수작입니다. 답답하고 느린 진행, 강요되는 잠입, 자주 나오는 컷신 등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실시간 전략 게임의 재미를 주기 위해 개발진들의 아이디어가 잘 살아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대원 업그레이드 시스템
스마트 건도 당연히 나옵니다.
▶ 추천 포인트
실시간 전략의 묘미를 살린 다양한 아이디어
원작 콘셉트를 잘 살림
▶ 비추 포인트
화끈한 물량전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음
버그 (개발사에서 열심히 패치 중입니다)
▶ 정보
장르: 실시간 전략
가격: 45,800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PS, Xbox
간만에 나온 수작 <에일리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