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 애니마트론에 맞서는 내용의 <파이브 나이츠 앳 프레디> 시리즈가 히트를 기록한 이래, 잊을 만하면 관련된 작품이 하나씩 나오는 추세입니다. 최근 몇 년간도 <파피 플레이타임>, <반반의 유치원>, <어맨다 디 어드벤처러> 등 관련 작품이 여럿 출시되어 온 바 있습니다.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는 동명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송출하던 한 방송국을 이야기의 무대로 삼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종영된 줄로만 알았던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가 제멋대로 방송을 타기 시작합니다. 이에 방송국 설비 오작동을 의심한 시 당국은 정비 업체에 ‘방송 안테나 작동 정지’를 의뢰합니다. 이에 참전용사 출신의 정비공 ‘고든’이 방송사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된 유사 테마의 게임들은 주로 퍼즐·어드벤처 장르 문법을 따랐는데,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의 경우 고전 생존 공포 장르의 게임 디자인을 기초로 삼았습니다.
자원을 관리하면서 적에 맞서 살아남는 기본 구조만을 참고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러 고전 생존호러 게임이 공통으로 가진 게임플레이 요소, 특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마련해 놓은 전형을 많이 차용했습니다.
생존 공포 장르의 기본기인 아이템 관리 메카닉
이를테면 회복약·열쇠·무기·탄환 등의 아이템 분류, 한정적 인벤토리 공간, 게임 저장이 가능한 ‘패닉룸’, 탐험 공간이 점진적으로 개방되는 레벨 디자인 등 많은 지점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닮았습니다.
플레이 감각 자체에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게임 속 ‘적’들은 TV쇼에 등장하던 마스코트 인형들인데(안에 사람이 들어있는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플레이어를 천천히 위협하며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바이오하자드>의 좀비들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설정상 이들은 나름의 자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무언갈 중얼거린다는 사실인데, 이 중얼거림에는 여러 효과가 있습니다. 우선 게임플레이적으로 봤을 때는 적들의 위치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난이도 조절 요소입니다. 마스코트들은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지만, 대신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덕분에 적어도 이들에게 불시에 기습당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무서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사실 크게 무섭지 않다.
마스코트들의 혼잣말은 또한 각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임과 동시에, 전반적 공포심 조장의 역할도 합니다.
작중의 TV 프로그램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는 설정상 일일극 형식의 방송으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상황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올바른 행동과 자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교육방송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동 교육 프로그램 출연자들답게, 게임 속의 마스코트들은 친근한 외모에 어울리는 방송용 말투로 활기차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밝은 것은 말투까지일 뿐, 자세히 들어보면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섬뜩하거나 괴이한 내용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렇듯 인형들의 귀여운 외모와 이들이 가해 오는 실질적 위협 사이의 뚜렷한 괴리는 게임 전체에 흐르는 기묘한 공포의 중추입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외모적 제약(?) 때문에 마스코트들이 자아내는 공포는 한계가 뚜렷한 편입니다. 이는 호러 장르 팬들에게는 약점이 되겠지만, ‘적당한 공포’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맵을 열어보면 구획별로 발견 가능 요소가 남았는지 색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는 클래식 생존 공포 게임들을 참고하고 있으며, 당시 게임들이 흔히 그랬듯 난이도가 꽤 까다롭습니다.
여기에는 역시나 팍팍한 자원 관리 시스템이 한몫합니다. (일반 난이도 기준) 탄환은 자주 나오는 편이지만, 적들은 한 번에 10발에 가까운 탄환을 맞아야만 기절하는 데다, 총기 조준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쓰러진 적은 반드시 소모품인 ‘테이프’로 결박해야 장기적으로 배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접전에 들어가면 사정은 더 나빠지는데, 적과 일정 거리로 가까워졌을 경우, 적들이 갑자기 주인공에게 ‘스냅’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남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지우고 다가와 주인공을 붙잡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대미지를 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최소거리’를 가늠하기가 워낙 힘들뿐더러, 파악하더라도 마땅한 회피나 방어 수단이 없어 무력감이 커집니다.
잘 꾸며진 맵을 배경으로 거대한 인형도 등장한다
또한 피격을 버텨낼 수 있는 전체 횟수는 10~12회가량으로 제한되기에 단 한 번의 공격 허용도 뼈아프게 다가오곤 합니다. (난이도를 올리면 이 횟수는 절반 정도로 줄어듭니다).
이렇듯 전투가 다소 제약되어 있지만, 다행히도 <마이 프렌들리 네이버후드>는 전투 외 맵 탐방과 길 찾기, 아이템 획득 등 기타 요소에서도 좋은 재미를 제공합니다.
우선 공간적 배경인 ‘방송국’에는 테마에 어울리는 오브젝트 및 연출들이 충실하게 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공간이 평이하지 않은 복잡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어 구석구석 탐험하는 맛이 납니다.
또한 생존 공포 장르의 또 다른 클리셰인 길 찾기 및 아이템 획득 퍼즐의 다양성과 재미 역시 높은 편인데, 계속해서 새롭게 제시되는 창의적 퍼즐 메카닉이 게임플레이의 지루함을 방지하고 도전 의식을 자극해 엔딩까지 무난히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양하고 색다른 퍼즐 메카닉이 나온다
▶ 추천 포인트
1. 잘 조성된 적당한 공포
2. 흥미로운 레벨 디자인
3. 다양한 퍼즐
4. 탄탄한 현지화
▶ 비추 포인트
1. 조금 불쾌한 근접전
2. 다소 맥 빠지는 총격전
3. ‘찐 공포’를 좋아한다면
▶ 정보
장르: 생존 호러
가격: 3만 2,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 한 줄 평
이유식처럼 편하게 맛보는 생존 호러